유년기
"YooTube 씨, 장마는 들었어요?"
"네? 아뇨.." (장마가 뭐지 모르지만 일단 없으니까)
"장마랑 청약은 기본으로 해야죠. 이제 세테크에도 신경 써야 하니까요."
회사원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같은 팀 과장님과 저런 대화를 했다. 세테크라니. 재테크는 많이 들어봤어도 세테크는 처음 들어본 말이었다. 대학 시절에 과외, 번역 등의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기는 했지만 세금이라는 걸 내본 기억이 없고, 그 외에 인턴도 안 했기에 회사원으로서의 생활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회사원은 세테크라는 걸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알게 되었다. 바로 연말정산.
장마는 장기주택마련저축의 줄임말로 거기에 일정 금액을 적금처럼 넣으면 연말정산 때 일정 금액이 공제가 된다(지금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청약은 주택청약 당첨 기회를 얻을 수 있지만 그보다는 연말정산을 위해 다들 기본으로 한다고 했다. 대체 연말정산은 뭐지. 그냥 돈 벌면 되는 거 아니었나. 새로운 세계였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 회사원은 참 어렵다.
연말정산은 이런 것이었다. 매월 월급에서 각종 세금을 다 떼어가고 주기 때문에 이미 나는 세금을 많이 낸다. 그런데 그 세금은 내가 내야 할 세금인지 정확하지 않아서 매년 연말이 지난 후 그 해 소득을 기준으로 내가 내야 할 정확한 세금을 결정하고, 기존에 낸 세금과 비교해서 더 내야 하면 더 내게 하고, 덜 내도 된다면 그만큼 돌려주는 것이 연말정산이었다. 여기서 소득공제와 세액공제가 또 들어간다. 소득공제는 내 소득 자체를 줄여주는 것이고, 세액공제는 내야 할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때문에 세테크를 할 때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함께 신경 써야 했다.
그렇게 나도 장마와 청약 통장을 만들고, 대학 때부터 해오던 기부를 한 곳 더 늘리고, 신용카드를 만들고, 보험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하면서 결국 첫 연말정산 때는 마이너스를 만들었다! 돌려받았다는 말이다. 그 후로 매년 연말정산 때 많이 낸 적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조금 돌려받곤 했다. '13월의 월급'이라는 말엔 턱없이 어울리지 않았지만, 어쨌든 나는 돌려받았고, 뿌듯했다. 그래, 이런 게 성숙한 회사원이지. 기부를 늘리면서 세계평화에 조금 더 기여할 수 있게 된 건 덤이다.
회사원이 된 후 또 하나의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내 월급은 내 연봉의 1/12가 아니었다.
첫 3개월 동안에는 수습이라 조금 적게 들어온 것이었지만, 수습이 끝나고 나서도 내 예상보다 적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각종 세금이 나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세금이 안 나가도? 세상의 많은 것들에 비해 내 월급은 턱없이 적었다. 그래서 계산해봤다. 인터넷에는 연봉 계산기가 많다. 연봉을 넣으면 실수령액을 알려준다.
월급 1,000만 원을 받으려면? -> 연봉 1억 8천만 원
연봉이 3억이라면? -> 월급 약 1,600만 원
경차가 얼마지? 당시에도 천만 원이 넘었다. 아파트 값은? 당시에도 수억이었다.
연봉 1억 8천만 원을 받는 사람이 50%씩 꼬박꼬박 저축을 하면서 모아도 상상과 달리 벤츠에 가서 차 한 대 가볍게 구입하기는커녕 경차도 몇 개월을 모아야 살 수 있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할부에 더 여유가 있겠지만)
연봉 3억을 받는 사람이 50%씩 꼬박꼬박 모아서 3년을 꼬박 모으면 원급이 3억이 조금 안 된다. 강남의 아파트는커녕 서울의 20평대 아파트도 일시불로 구입하기가 힘들다. (물론 집은 대출받아서 사고, 그런 사람들은 대출에도 부담은 없겠지)
아! 월급쟁이란 그런 것이구나!
그 후로 나는 마음 가는대로 즐겁게 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목돈이 필요하면 대출해야 된다. 내가 미친 듯이 고생해서 연봉이 3억이 된다 해도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는구나. 그렇게 된다는 보장도 없고.
나 혼자 살기에는 월급도 여유롭지는 않지만 충분하다. 맛있는 것 먹으면서, 가끔 주식 같은 것도 소액으로 재미로 적당히 하면서, 좋은 것 보러 다니면서, 그렇게 즐겁게 살았다. 그래도 세금은 아까우니까 세테크는 열심히 신경 써야 함은 물론이다. YOLO(You Only Live Once)는 회사원의 숙명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