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
"이제 곧 신입사원 입문교육도 받으셔야 하고, 입문교육 중 외국도 나갔다 오셔야 하기에 사전에 입사 확정에 대한 부분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합격한 회사에서 이런 메일이 왔다. 최종 입사 여부, 그리고 NO일 경우 사유를 자세히 알려달라는 메일이었다. 외국도 나갔다 온다고? 우와. 주저 없이 YES와 함께 몇 가지 다짐을 적어서 회신을 했다. 그리고 그걸로 나는 드디어 회사원이 되었다.
처음부터 회사원이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회사원이 되기 싫었던 것도 아니다. 어린 마음에 답답해 보이던 공무원은 싫고,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보이던 사기업을 찾다 보니 몇몇 회사에 지원서를 썼고, 면접을 거쳐 최종적으로 포털 회사를 선택했다. 당시에 마무리 작업 중이던 졸업 논문의 주제가 마침 구글과 관련된 것이었기에 더 호감이 가기도 했다. 학사에 불과하지만 과에서는 반드시 졸업 논문을 써서 통과해야 졸업을 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졸업도 하고 취업에도 도움이 됐기 때문에 나쁘지는 않았다.
나는 검색 쪽 일을 하고 싶었고, 검색을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싶었다. 그놈의 세계평화! 하지만 정말 진심이었고 지금도 진심이다. 그래서 결국 하게 된 일은 검색광고 일이었다. 검색과 검색광고는 망고와 망고스틴만큼이나 다르다. 사회생활의 첫 시작부터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얻을 수는 없는 것이라는 걸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대신에 검색광고 일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 믿었다. 무언가 해보겠다는 열정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때,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던 때였으니까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홀가분했던 때가 언제인가요?"
"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에 성공해서 걱정이 없던 25살 때입니다."
누군가 저런 질문을 한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당시엔 정말 마음이 편했다. 수능 끝났을 때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저때는 아무 너무나도 홀가분하고 날아갈 것 같았다. 대학 등록금 벌기가 너무 힘들어서 휴학도 없이 누구보다 빨리 졸업해서 바로 취업까지 했던 나였다. 비록 여름방학도 못 즐기고 바로 회사로 가야 했지만 내 세상은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했었다. 혹시 취업이 확정되어 입사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라면 준비고 뭐고 다 필요 없고 더 열심히, 내일이 없는 것처럼 놀기를 바란다. 어차피 회사에 가면 수많은 공부와 고생을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마음 편한 시기는 아마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테니까.
그렇게 내 회사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 당시에는 남들처럼(?) 평온하게(?) 회사 생활을 오래 이어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에 내 앞에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나타났고, 여러 선택을 하다 보니 내 상상과 너무 다른 길을 걸어오게 됐다. 인생이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니, 예측이란 얼마나 무의미한가. 기대는 하되 과도한 예측은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