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좋은 매니저란 어떤 사람일까

청년기

by YooTube

"기사 보니까 너네 회사 평균 연봉이 7,000만 원이 넘던데? 와 좋겠다."

"아냐. 절대 그렇지 않아. 좋기는 무슨."


포털 회사를 다니면 친구들과 가끔씩 이런 문답이 오가곤 한다. 처음엔 소심한 마음에 발끈했는데 나중에는 웃으면서 응대를 할 수 있게 됐다. 심심하면 저런 기사가 나오는 걸 보면 사람들이 참 좋아하는 소재이긴 한가 보다. 저것이 말이 안 되는 건 회사를 조금만 다녀봐도 안다.


1) 평균 '연봉'이 아니라 보통 인건비를 전체 직원 수로 나눈 것뿐이다. 거기엔 연봉 이외에 수많은 것들이 다 포함되어 있다.

2) 그리고 연봉 및 그 외 수많은 것들은 보통 매니저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렇다. 기업에서 매니저는 보통 더 높은 사람이고, 그들은 더 많은 것들을 가지고 간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은 물론이다. 어렸을 때는 그것이 참 불공평하다 생각했다. 아니 저 사람들은 일도 전혀 안 하잖아. 일은 밑에 사람들이 다 하는데 왜 돈을 많이 벌지? 그런데 주니어를 벗어나고 회사를 조금 더 다니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깨닫게 됐다. 많이 받을 만 하구나. 그렇게 많이 줘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이구나 매니저란.


좋은 매니저란 어떤 사람일까?


매니저는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하다. 회사 생활이 어떻냐도 전적으로 다 매니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의도치 않게 여러 번 회사와 조직을 옮기면서 다양한 매니저들을 만나봤고, 그러면서 저 질문에 대한 생각이 점점 더 커졌다.


방임형 매니저

알아서 잘 크라고 하는 유형이다. 크게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다. 대신 못하든 잘하든 그 결과를 가지고 평가를 내린다. 물론 먼저 요청하거나 물어보면 응대를 해주긴 한다. 만약 그것까지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방임이 아니라 무관심, 무책임이다. 하지만 그렇게 먼저 물어보지 않는 이상 결과가 나오기까지 큰 터치는 없다.


돌이켜 보면 방임형 매니저가 나에게는 꽤 맞는 편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찾아서 했고, 질문이 있으면 상당히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었다. 반면에 신입사원에게는 최악이었다. 뭔가를 배워야 하는데 방임만 하니까 대체 뭘 해야 할지도 알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이어졌고, 실제로 그것 때문에 퇴사를 한 경우도 생겼다. 참 호불호가 강한 스타일이고, 아무리 찾아서 한다 하더라도 결국 내 경험의 한계라는 것이 있는데 그걸 더 끌어올려주지는 못한다는 부분에서는 그다지 좋은 매니저는 아니라고 본다.


마음 떠난 매니저

보통 퇴사를 할 생각이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의욕이 사라진 사람이다. 일단 그런 사람을 매니저를 시키는 회사도 잘못이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행동을 한 매니저가 일단 문제다. 떠날 때 떠나더라도 마지막까지 본분은 충실히 해야 하지 않을까? 상당히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마이크로 매니저

사사건건 간섭하는 매니저. 이유 불문하고 이런 사람은 피해야 한다.


형님형 매니저

흔히들 말하는 '형님 리더십'을 가진 유형이다. 내 사람들을 잘 챙기고, 어려움이 생기면 본인이 나서서 해결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좋은 성향의 매니저이긴 하지만 대신 회사와 가정의 구분이 조금 어려워진다. 매니저 및 팀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회사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다. 짧은 기간 동안이면 괜찮지만 긴 시간 동안 함께 하기는 좀 주저되는 유형이다.


칭찬형 매니저

칭찬을 많이 해준다. 개인에게도, 팀에게도. 그래서 일단 힘은 난다.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다. 때문에 칭찬을 들으면 동기부여도 더 되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칭찬이 너무 많아지면 나중에는 그것에 좀 둔감해진다는 단점도 있다. 그리고 이런 유형은 보통 냉정하게 말해야 하거나 쓴소리를 내야 할 때도 부드럽게 말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보통의 경우에는 꽤 좋지만 몇몇 경우에 답답해지는 경우가 발생하곤 했다.


논리적 매니저

굉장히 논리적이다. 업무 지시도, 평가도, 모든 것이 논리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람을 숨 막힌다고 하는데 나는 의외로 괜찮았다. 회사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감정 대신에 논리를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논리가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것만 아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좋은 매니저라고 본다.




사람이 꼭 어느 한 성향만 가지지는 않는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매니저들 역시 보통은 1~2개 성향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 가장 좋은 매니저는 누구였는가?라고 물어본다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칭찬형과 논리를 함께 갖추었던 매니저다. 그런 사람과 함께 일하면 일도 더 잘 되고, 매사가 부드럽게 흘러간다. 덕분에 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고, 다른 부서와의 관계도 원만하다. 그래서 매니저가 중요하다. 실무를 하지 않더라도, 실무를 하는 여러 사람을 잘 조직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회사는 함께 일을 하는 곳이니까. 좋은 매니저를 만나는 건 큰 행운인데 나는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좋은 매니저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적어도 좋은 매니저는 좋은 결과가 올 가능성을 훨씬 높여준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지 않는 이상 경력이 쌓이고 조금씩 성과를 인정받고 하다 보면 결국엔 매니저의 길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 역시 매니저의 길로 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자주 생각한다. 좋은 매니저란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해야 더 좋아질까. 서로 너무나도 다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만약 지금 힘들다면, 그건 매니저 탓이다. 사람들 힘들게 하지 말라고 돈을 더 많이 주면서 매니저의 역할을 맡기는 거니까 강하게 요구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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