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업무 이전에 사람

청년기

by YooTube

새로운 회사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화기애애했다. 그렇다고 해서 첫 번째 회사가 숨 막히거나 무서운 분위기였던 건 아니다. 자유롭고 활기찬 분위기이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경쟁이 훨씬 더 심했던 것 같다. 그런데 새로운 회사는 뭔가 달랐다. 조금 더 편안하고, 사람들이 여유로운 마음으로 일하는 모습이었다. 같은 업종의 대표적인 두 회사였지만 실제 경험한 모습은 꽤나 달랐다. 어떤 회사가 더 좋은가? 옛날의 나였으면 당연히 첫 회사가 더 좋다고 했을 거다. 회사는 일을 하기 위해서 다니는 것이고, 내가 좋은 성과를 내는 것만이 지상과제였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꽉 막히게 살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회사는 다수의 사람들, 그것도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역할을 하며 돌아간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로운 회사에서 많이 깨달았다.


나는 원래부터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거나 먼저 나서서 사람들을 이끄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첫 회사에서는 내 일, 내 성과에만 집중해서 어떻게 하면 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처음에 함께 일했던 분이,


"넌 메일이 예의가 없거나 하지는 않은데 너무 공격적이야. 앞으론 다른 부서에 메일 쓸 거면 내가 먼저 체크해서 좀 다듬어줄게."


이렇게 말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딱딱한 편이었다. 그런데 한 번 퇴사를 해서 그런지 아니면 나름 회사원으로 2~3년을 일 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새로운 회사에서는 조금 편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전에는 못 보던 것들이 보였다. 회사엔 경영지원 부서, 서비스 운영 부서, 영업 부서, 사업 부서, 기술 부서 등등 다양한 부서들과 다양한 역할들이 있었다. 사람들 각각의 생각이나 행동도 무척이나 달랐다. 당연한 일이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으니까. 그런데 이전까진 그 당연한 걸 거의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1인 회사가 아닌 이상 회사는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일을 해야 하는 곳인데 말이다.




그때부터 업무 이외 회사의 다양한 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새 회사에는 사회공헌 활동이 상당히 많았다. 연말 바자회부터 IT 나눔, 그리고 '설레는 휴가'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던 해외 자원활동까지. 거의 모든 것에 참여를 했고, 각각의 활동 자체도 상당히 즐거웠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 건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을 만나서 많이 이야기해보고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었던 그 경험이었다. 그 언제 다른 사람들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던가? 결국 변화의 시작은 관심이다.


각종 동호회 활동에도 더 활발하게 참여했다. 특히 내가 제안해서 만들었던 책 읽는 모임은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지가 되고 있다. 이제는 책 모임이라기보다는 그냥 수다 모임이지만. 우리는 모임을 '감옥'이라 부르고, 각각을 '감오커'라고 부른다. 그리고 나는 '두목'이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 그리고 책이 뭐가 중요한가. 함께 웃고 함께 이야기하며 보낸 수많은 시간이 중요하지. 꽉 막힌 사람에서 벗어나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니 예전에 나에겐 없던 새로운 사람들이 곁으로 다가왔다.


팀 안에서 내 역할도 이전보다는 달라졌다. 이제는 나보다 경력이 어린 사람도 들어오고, 내가 조금씩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갔다. 당시 우리 팀은 5명 정도의 매우 작은 팀이었지만 분위기가 참 좋았다. 게임도 함께 하고, 밥도 함께 먹고, 서로의 고민도 많이 나누고, 함께 웃는 시간도 많았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친밀함으로 치면 그때 팀이 최고다. 고맙고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회사로 보자면 첫 회사가 두 번째 회사보다 훨씬 더 좋은 회사일 거다. 돈도 더 많이 벌고, 서비스 성과도 훨씬 더 좋고, 외부에서 보는 시선도 그렇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그게 전부는 아니더라. 어차피 내가 회사의 주인도 아니고. 돈도 중요하고 커리어도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두 번째 회사에서 배웠다. 그렇게 되다 보면 결국 일도 더 잘 된다. 어려움이 있을 때 다른 부서 사람에게 부담 없이 물어볼 수 있게 되고, 필요할 땐 내가 도움을 주기도 한다. 비로소 그렇게 '함께' 일하는 것의 가치를 깨닫기 시작했다. 회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뤄지니까. 단지 구성원 중 하나라는 말은 보통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내가 단지 구성원 중 하나여서 좋기도 했다. 나 혼자 짐을 짊어지고 홀로 가야 할 필요는 없다.


그 시절 감오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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