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새로운 회사 찾기

청년기

by YooTube

포털, 카메라, 영화.


내가 처음으로 회사 생활을 할 때 지원했던 회사들의 주 사업들이다. 그땐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을 해야지 다른 분야면 거절하겠어! 멋도 모르고 배가 불렀지. 검색은 논문 때문에 관심이 있어서 지원했고, 나머지 두 분야는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사실은 겉모습만 좋아하는 걸 착각했던) 지원했었다. 그때는 어렸고 야망에 가득 찼었다. 내 생각대로 사업을 진행하며 몇 년 지나지 않아 내가 그 분야에서 멋진 모습으로 성장해서 모두가 우러러보는 모습을 상상했던 것 같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문제없이 할 각오가 되어 있었고, 나는 워커홀릭이라고 생각했다. 실상은 그렇지는 않았다. 나는 워커홀릭이라기보단 한량에 가까웠고, 어떤 분야에서 일하느냐보다는 어떤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했다. 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지금이야 완전히 달라져서 회사의 네임밸류나 사업분야 같은 건 크게 가리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아직까지 미련이 조금은 남아있었다. 한 번 퇴사를 했고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으니 내가 좋아하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 일을 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피어올랐다. 경력을 버린다는 건 웬만해선 하면 안 되는 바보짓인데 그때까지도 그걸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2개월 동안의 여행에서 돌아온 후 가장 먼저 지원했던 곳이 내가 좋아하는 축구 구단 'FC서울'이었다.


홈페이지에서 구인공고를 찾아보니 없어서 메일 주소를 찾아서 일단 메일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홈페이지에 구인 공고가 없길래 메일 드려봅니다. 혹시 FC서울에서도 직원을 채용할까요? 선수가 아니라면 어떤 일이라도 괜찮습니다."


의외로 하루 정도 후에 답이 바로 왔다.


"아쉽지만 지금은 사람을 뽑지 않습니다. 공고는 홈페이지에 늘 올라가니까 관심 있으시면 꾸준히 지켜봐 주세요."


그걸로 축구 구단에서 일하는 꿈은 사라졌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내가 했을 삽질을 상황이 막아줬으니까. 조건이 어떻고 미래가 어떻고 이런 것보다 무슨 일을 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곳에서 내 경력을 모두 버리고 완전히 신입으로 다시 시작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축구는 보고 즐기는 걸로 충분한 것을. 20대의 나는 끝까지 참 어리석었다.




더 이상 놀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팀장님의 오라는 말에 따라 고민 없이 다른 포털로 이직을 했다. 분야는 다시 검색광고였다. 의도치 않게 시작한 분야로 다시 돌아왔지만 나쁘지 않았다. 일단 사람이 조금 더 절박해지면 어떤 분야인지는 크게 중요치 않게 된다. 검색광고는 돈 버는 분야이고 이전에 일할 때도 나름 재미있게 일하던 분야기도 했다. 게다가 내가 가는 곳은 검색광고를 개편해서 본격적으로 더 키우고 싶어 하던 상황. 다시 의욕적으로 일을 시작하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무엇보다도 집에서 가까웠다. 2년 넘게 서울에서 분당으로 회사를 다니다 보니 편도 1시간 전후가 걸리는 출퇴근길에 지쳤다. 크리스마스 이브라든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차가 얼마나 막히는지 '대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힘들게 가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새로운 회사는 우리 집에서 버스로 10분, 정거장 3개면 갔다. 이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퇴근하고 30분 이내에 집에 와서 저녁을 먹으며 티비를 볼 수 있다! 결정적인 장점이었다. 다른 회사는 알아볼 필요도 없었다.


"ARPU(Average Revenue Per User)를 높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광고 성과를 더 높여서 클릭이 많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성과를 높이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조금 색다른 걸 시도해 보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세상 사람들은 점점 더 착한 것에 집중합니다. 착한 것을 하는 기업을 지지하고, 가능하면 내 행동이 더 착했으면 하는 것이 트렌드지요. 광고에도 그런 걸 도입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내 광고 클릭이 착한 결과로 이어지게 한다든지요."


면접 때 내가 실제로 했던 말이다. 세계평화라는 꿈을 여전히 버리지 않은 채로 다시 회사원이 되었다. 첫 회사와 맡은 일과 분위기 모두에서 많이 달랐던 곳, 그래서 다니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던 곳. 회사 생활의 두 번째 장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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