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Tube Jan 25. 2021

제3편 '난언' / 제4편 '애신'

제3편 '난언'

말하기의 어려움

상고시대에 탕왕은 훌륭한 성군이었고, 이윤은 매우 지혜로운 자였습니다. 대단한 지혜로 훌륭한 성군을 설득하려고 일흔 번이나 유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몸소 솥과 도마를 들고 요리하는 주방장이 되어 가까이에서 친해지고 나서야, 탕왕은 비로소 그의 현명함을 알고 그를 등용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비록 현명하고 어질면서도 죽임과 굴욕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그것은 어리석은 군주에게 유세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군자는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입니다. 또한 충성스러운 말은 귀에 거슬리고 마음에 상반되는 것이니, 현명하고 어진 군주가 아니면 아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이를 깊이 헤아려주십시오.


탕왕은 중국의 고대 왕조인 상나라를 건국했다고 여겨지는 사람으로 중국의 대표적인 성인입니다. 그리고 이윤은 그 탕왕을 보좌했던 최고의 재상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세종대왕과 황희 정승 정도 되겠네요. 그런데 그런 이윤마저 탕왕에게 70번이나 이야기를 했지만 실패했고, 결국엔 요리까지 하며 최측근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재상으로 등용되어 꿈을 펼칠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맞는 말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공감하기는 누구나 어렵습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성군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는 어려운데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어렵다고, 때문에 말을 조심히 하고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고 한비자는 말합니다.


토론과 설득은 기계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이 개입됩니다. 내 논리가 맞냐 보다 더 중요한 건 저 사람의 말을 내가 들을 만한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려면 인간 간의 신뢰가 필요합니다. 친밀한 관계나 신뢰가 있다면 더 잘 이뤄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특정 의견만 무조건 편애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지, 친밀한 관계의 말을 더 잘 듣고 그것에 대해 토론하고 하는 건 문제가 아니라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내 논리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참고 기다리며 공을 세워서 상을 받고 신뢰를 얻은 후에 큰 뜻을 펼치는 것이 결국엔 더 맞는 방향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러니한 건 저런 한비자도 결국엔 말로 인해 군주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Bottom-Up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Bottom-Up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조건 없이 단어 그대로 잘 이루어지리라 생각하는 건 아마도 환상일 것입니다. 2천 년 전에도 그랬고, 성인들도 그랬으니까요.




제4편 '애신'

총애하는 신하

간신들이 여기저기서 기승을 부리면 군주의 도는 쇠망하게 됩니다. 이런 까닭에 제후들이 강성하면 천자의 근심거리가 되며, 신하들이 지나치게 부유하면 군주가 패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장군이나 재상 같은 높은 지위에 있으면서 군주가 할 일을 대신하며 자신의 가세를 키우는 자를 군주께서는 밖으로 내치십시오.


한비자의 모든 주장은 강한 군주를 전제로 합니다. 군주는 가장 고귀한 자리고,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자리고, 결코 도전받아서는 안 되는 자리입니다. 때문에 한비자에 나오는 말들은 모두 군주를 강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범위를 회사 등 특수한 조직으로 좁혀보면 여전히 적절하기도 합니다.


위 글에서 신하들을 감히 내치라고 하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군주의 이득이 곧 군주 자신의 이득이 아니라 국가의 이득이라는 점입니다. 군주가 곧 국가니까요. 때문에 본인의 이득을 취하는 신하는 국가에 이득이 되지 않고, 결국 과감하게 내쳐야 하는 사람이 됩니다. 여러 이해집단의 이득을 이해하고, 각자가 그 이득을 추구하게 하며, 그 방향이 전체에 이득이 될 수 있도록 상과 벌을 적절히 혼용해서 이끄는 것. 군주는 정말 어려운 자리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친다면 한비자도 평범하게 끝났을 텐데요. 이후에 진짜로 원하는 것이 나오게 됩니다. 그건 나중에...


사회생활 초반만 하더라도 기업의 경영진이 그렇게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실무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말이죠. 하지만 세상을 더 살아보니 경영진의 역할이 확실히 중요하더라고요. 그 사람 혼자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 사람이 다른 모두를 알맞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합니다.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칭송받는 이유도 아마 그런 것일 겁니다. 잘하기만 한다면 리더는 충분히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할 중요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한비자에서 말하는 군주와 비슷한 사람이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1편 '초견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