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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Tube Feb 02. 2021

제32편 '외저설 좌상'

제32편 '외저설 좌상'

법으로 다스릴 때 잊어서는 안 될 여섯 가지

"반드시 그만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초나라는 천자에게 3년간이나 정모를 바치지 않았으니, 군주께서는 천자를 위해 군대를 일으켜 초나라를 정벌하는 것이 낫습니다. 초나라가 항복하면 그대로 돌아와 채나라를 습격하고 '나는 천자를 위해 초나라를 정벌했는데, 채나라는 병사를 보내지 않았으므로 그 때문에 정벌하는 것이다.'라고 하십시오. 이는 명분상으로도 의롭고 실질적으로도 이익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천자를 위해 주살했다는 명분을 세운 뒤에 복수를 하는 실리가 있게 해야 합니다."


제나라 환공이 여자 문제 때문에 채나라에 복수를 하고자 합니다. 군주의 사사로운 이익 때문에 군사를 움직이려고 하는 거죠. 환공의 재상인 관중은 이를 명분이 없다며 말립니다. 하지만 제 환공은 복수를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중이 환공을 위해 낸 계책이 바로 저것입니다. 명분을 내세워 우회적으로 치는 것입니다.


공적인 영역에서는 행동에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오랫동안 내 이익이 더 강해질 수 있으며, 작은 이익을 좇다가 명분을 놓친다면 그 이익이 얼마 가지 못합니다. 관중의 말은 이런 의미에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듭니다. 당장 채나라를 정복하기엔 명분이 없으니 이 기회에 다른 나라를 쳐서 명분을 얻고, 그걸 구실로 채나라까지 정복할 수 있으니 얼마나 기막힌 전략인가요. 역시 관중입니다. 한비자를 읽고 관중의 팬이 되었습니다. 비록 군자는 아니겠지만 나라에 꼭 필요한 신하입니다.


당시 춘추전국시대에서 나라 간 관계에서는 천자라는 존재가 법과 같았습니다. 그 법을 내세워서 술(즉 무력)을 행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나라 안이든 밖이든 명확한 기준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명분에 대해 신의를 지키십시오. 명분에 대해 신의를 지키면 신하들은 (자기 직분을) 지킬 것이고, 선과 악의 기준을 어기지 않을 것이며, 모든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일에 대해 신의를 지킨다면 하늘의 때를 잃지 않을 것이고, 백성들은 (본분을) 어기지 않을 것입니다. 도의에 대해 신의를 지킨다면 가까이 있는 자들은 힘써 노력하게 되고 멀리하던 자들은 귀의하게 될 것입니다."


작은 믿음을 지키라는 의미에서 소개하고 있는 말입니다. 내가 먼저 신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인데요. 군주라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신의를 지킨다면 감히 아랫사람들이 함부로 신의를 어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같은 것도 비슷한 목적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의를 지켜야 할 대상은 3가지입니다. 대외적으로 내세운 명분, 내가 하는 일, 지켜야 할 도의. 명분은 일을 하는 목적 또는 목표라면, 일은 나 자신의 태도이고, 도의는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는 일에 신의를 지키고, 다른 사람을 신의를 가지고 대하며, 대외적으로 명분을 내세우고 그것을 잃지 않는다면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인데요. 참 간단해 보이지만 무척이나 어려운 말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 본다면 신의를 지킨다는 것은 그것을 지킨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지키지 않은 사람에게는 벌을 준다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상벌의 권한을 가진 군주니까요. 군주에게는 따라야 할 지침이 있고, 신하들에게는 법이 있으며, 결과로 상벌이 행해지는 이런 모습이 한비자에서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입니다. 시작은 법입니다. 법이 공표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습니다.


평가와 보상은 언제나 어려운 문제입니다. 회사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평가와 보상입니다. 그 어려운 걸 조금 더 잘하려면 일단 법이 먼저 공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과연 내가 있는 현실에서는 그것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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