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AEly Mar 01. 2024

<3> '키즈노트'가 뭐길래

- 자녀의 수로 모든 걸 재단하지 말아주세요.  


셋째 아이가 한복을 입고 어린이집 행사에 참여한 날이 있었다. 인생을  2-3년 산 꼬마들에게 색동 한복을 입혀 인형놀이를 하니 귀엽지 않을 부모가 어딨나. 나도 아침부터 사진을 한 칠십장은 찍었나보다. 도련님~ 하면서 쫓아다니는데 '완쟈님이라구해...' 라는 기가막힌 멘트를 날리고 돌아서는 영상을 우연히 찍고 여기저기 팔불출처럼 올려대고는 거짓이래도 기분좋은 칭찬을 들었던, 종일 들뜬 기분으로 아이를 보내고 기다리던 하루였다.  



(첫째 둘째 그맘 때, 정말 귀여워 안절부절 못했던 기억은 있지만 갈수록 떠올리기가 가물하다. 요즘엔 타임머신이 있다면 하루라도 보고 오고 싶은 마음뿐이다. 셋째에 대한 몰입도가 커질수록 첫째둘째에게 더 마음이 쓰인다. 아무래도 어린 아기에게 모든 사랑을 가감없이 표현하게 되어 그런지 괜스레 화장실 걸어가는 큰 아이를 덥석 안아보기도 하고, 문제집 채점받고 터덜터덜 방으로 들어가는 아이의 등을 쓰다듬기도 한다. 셋째가 나에게 준 선물같은 마음이다. )



한국에서 어린이집을 다니는 엄마들은 '키즈노트' 라는 어플을 모두 알고 있다. 일과시간에 궁굼했던 내 아이의 사진과 알림장을 보내주는 어플이다. (물론 해당 앱을 사용하지 않는 기관도 있다.)  아이의 오늘 하루 활동사진과 세세한 메모가 적혀온다. 그 내용에 하루를 상상하기도 하고, 내가 없는 곳에서 아이의 사진이 오는 기분은 어쩐지 낯선 설레임이 있다. 어떤 양육자는 오자마자 확인하기도 하겠지만, 나는 다양한 공지를 득달같이 클릭해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첫째 둘째 때도 마구 빠르게 확인하고 회신하는 경우는 아니었던것 같다. (물론 큰 아이들은 선생님이 손글씨로 알림장을 적어보내셔서 필요한 내용만 적혀있기도 하고 직접 손으로 적어보내시는 정성을 생각하여 꼭 자기전 확인하고 답장을 적어보내기는 했었다.) 어디까지나 그 작업은 선생님의 직업 의무같은 것이라고 여기는 건조한 마음도 있고, 가끔 메모 부분은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경우도 많아서 라는 핑계를 좀 대본다.(다른 아이 이름이 복붙되어 온 경우도 실제 종종 경험했다 ) 게다가 사진은 여유를 가지고 조금 몰아봐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 아이 하원시간 즈음에서 알림이 오기 때문에 찾아와서 아이가 잠드는 밤까지는 어쩐지 핸드폰을 볼 여유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하원길에 원장님을 만나면서 벌어졌다. 


"어머니~ 어제 우리 막내 너무너무 귀여웠잖아요. 키즈노트 확인 안하셨던데!!!! "  

"네! 맞아요. 제가 어제 애기 재우다 같이 잠이 들었네요 호호" 

"아니 뭐야~ 세배하는 모습 얼마나 귀여웠는데~ 셋째라고 너무 하는거 아니야? " 

"...................................호호호 얼른 봐야겠다. 감사합니다!!" -


실없이 너털웃음을 짓고는 인사하며 돌아오는데 어찌나 마음 한켠이 불편하던지. 셋째라고 너무 하는거 아니냐니......셋째라서 알림장에 오는 사진따위 별로 안 중요해진거냐 뭐 그런 뜻인가? 내가 좀 예민한가. 싶다가도 우리집에서 애지중지, 금이야 옥이야, 누구하나 어찌할 줄 모르고 사랑받는 막내인데.... 내가 너무 막 키우는 것 처럼 보였나. 그렇지만 불편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일하느라 열람이 늦는 맞벌이 엄마아빠에게도 애기가 일보다 중요해요? 라고 할 생각이신가. 어쩐지 삐딱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얘기를 둘째 낳은 후부터 수도없이 들었다. (무려 10년이 되어간다)  둘째는 원래 이렇지 뭐~ 둘짼데 대충키워 그냥. 뭐 이런 얘기. 그런데 아이 키우는게 귀찮은데  다둥이인 가정이 있나? 난 정말로 본적이 없다. 종일 아이들 일상에 하루가 맞춰져 종일 아이들 생각 뿐인 사람들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좀 (자칭)티안나게 극성인 타입이다. 강하게 키우는 척하는데 사실 뻥이다. 맨날 몰래 뒤에서 지켜보고 전전긍긍 그런 징글맞은 k엄마. 그런데 아이가 많아서 대충키운다는 식의 오해를 들으면 어쩐지 화가난다. 난 둘째라 대충 먹이고 키운적이 없는데. 오히려 아이가 하나이지만 많이 힘들고 우울해 하는 양육자는 종종 봐왔다. 그렇다고 하나가 안 좋다는 뜻도 아니다. 역지사지 해보자는 그런 의미. 나는 육아의 고단함이 자녀수로 갈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동인 자녀를 가진 나의 친구들 중 오롯이 혼자 자라는 아이를 늘 곁에서 돌보느라 우울하고 피곤해하는 지인들도 많다. 자녀가 많으면 제약이 많긴 하나 자녀의 양육의 고됨은 누군가 쉽게 재단할 수 없다.  


대표적으로 먹는거 가지고 얘기 많이들 한다. 둘째라고 막 이렇게 주는거야? 뭐 그런 얘기. 그건 대충이라기보다, 그때 그렇게 먹어도 별탈없다는 걸 몸소 학습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큰 형제 자매가 있다보면 물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좀 빠르게 해제되는 경우가 있다. 그건 정말 어쩔수 없는거다. 둘째라서 좀 빨라진 감이 있지만 첫째때 신경을 많이 쓴 양육자라면 스스로도 그 마음이 썩 편치않은 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앙칼진 이야기를 듣자면 왠지 마음이 서글프다. '형이 있어서 조금 빨랐구나~" 정도만 해줘도 크게 무리가 없을텐데, 마음이 그렇지 않았다면 의사소통기술에 아쉬움을 느낀다. 첫째여도 초기 이유식부터 시판을 사서 먹이는 엄마도 있고, 셋째까지 모두 수제로 만들어 한땀한땀 집밥을 해먹이는 엄마도 있다 (극성인 나처럼).  그리고 양육자가 이유를 불문하고 초기 이유식부터 사먹이기 시작했다고 해서 그건 대충이라고 생각할 수 있나? 누가 그걸 사랑과 관심의 크기로 규정할수 있을까? 자녀의 수로 재단하고 싶어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는 불편함을 느낀다.  


물론 다자녀 가정의 아이들은 외동의 아이들에 비해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의 한계로 조금 손이 덜갈수 있다. 그건 정말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품을 덜 들여 키우거나 대충 키운다는 표현은 힘껏 여러 아이들을 키우는 다자녀가정 양육자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지만 조금은 확실하게 불편했다.  


반대로 가끔 외동인 아이를 키우는 지인들이 '애가 혼자자라서~' '혼자라~' 이런 푸념을 늘어놓을 때가 있다. 나는 나도 삼남매의 둘째였고, 아이들도 물리적으로 제한된 케어속에서 키우고 있다보니 외동의 좋은 것들을 더 많이 생각하려고 한다. 모든 것에 관심과 사랑을 쏟아줄 수 있는 자원들이 허락하고, 또 혼자 담뿍 받은 아이들이 나눌 수 있는 마음도 함께 큰 사랑을 누리는 아이들과 다른 형태로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한 얘기로 장단이 있지않은가? 나는 우리아이들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의 크기로 행동으로 모두에게 한날 한시에 보여주기에 버거울 때가 많다. 어떤 아이는 어느 날 사랑의 에너지가 100프로 충족되지 않는 날도 있겠지, 하며 미안한 마음으로 잠드는 날도 자주 있다. 엄청난 빨래양과 식사양에 한숨도 꼭 함께 곁들여주기도 하고. 아마 거기서 오는 결핍도 강함도 있겠지 하며 위로한다. 


다자녀인 양육자가 외동인 자녀들을 색안경 끼고 보는 경우도 왕왕 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정말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아이를 낳아 키워줄 것도 아니면서 '혼자는 외롭다'느니 '혼자라서 못 나눈다'느니... 뭐 그런 얘기도 비슷한 맥락의 불편함일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던 동네에 비가오나 눈이오나 핸드폰을 들고 6살때부터 혼자 길을 걸어다니며 게임을 해서 유명한 친구가 있었다. 아는 엄마에 의하면 '그집에 아이가 하나인데, 엄마도 전업인데 아이보기가 싫다며 그냥 내보낸대.' 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미안한 얘기지만 다자녀 가정의 아이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사실 생각했다. 만연한 오해가 심화될까 두려운 마음이 있었나보다. 그 아이의 상황은 어쩐지 안타까워 길을 지나가며 종종 말을 걸기도했지만. 


다자녀, 외동, 전업, 뭐 다양한 고정관념과 오해가 뒤섞인 고정관념이 셀수도 없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외동인 아이가 어쩌니 형제많은 집 애가 어쩌니 하는 오해는 좀 접어두는게 어떨까. 서로 다른 환경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니까. 

작가의 이전글 <2>딸 낳으려고 그런건 아닌데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