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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산 Jul 22. 2024

한 문장의 저작물성에 대해

좋은 문장을 하나 만들어내고 구글 검색을 해봐야할까?.raw

굳이 제가 이런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전 성격상 갈등을 두려워하진 않지만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저작권법을 잘 모르시는 것 같은 한 작가님의 강조가 눈에 들어왔고, 그게 여러 작가님들의 창작 욕구에 불필요한 제한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획 중인 글', '준비하던 글', '오늘의 영감을 잡아 쓰는 글'* (주로 notion to motion으로 가는 즉흥글),  '자료조사'를 멈추고 이 글을 씁니다.


(네...여러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는 '멀티쓰레드' ADHD적 인간입니다..)


이 글은 제 글을 읽어주시는 작가님들에게만 닿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메인에서 봤는지, 관련 글에서 봤는 지 기억은 정확하지 않습니다만..우연히 보게 된 )


한ㅇㅇ 작가님의 '글은 수준이 아니라 취향입니다' 는 좋은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통해 여러 작가들이 위로를 받고, 그게 창작의 욕구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그 문장에 대해 여러 다른 생각을 가지시는 분들도 예상되지만, 제가 주목한 부분은 그게 아닙니다.


"이 문장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제가 만든 문장입니다."
이 문장은 저작권등록됨.
단 한 줄의 문장에도 저작권이 있습니다.

-한서율 작가님-


자신이 만든 글, 문장에 애착이 가는 건 작가로서 당연합니다.

정서적으로는 공감이 됩니다. 저도 제가 블로그에 번역한 글을 통째고 복사해서 출처표시도 안하고 자기글인 것처럼 붙여놓는 글들을 가끔 마주했는데, 기분 안 좋죠.

위 작가님의 경우, 아마 유튜버, 블로거 들이 출처 표시 없이 인용해서 감정이 상하신 것 같은데, 그럼 더더욱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법적 권리와 제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실생활에 적용되는 것을 보려면 판례를 알아야 합니다.

제가 글을 쓰는 건 회사원으로서 직장 외의 삶을 누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일 이야기를 하는 건 지양해왔습니다.  브런치작가 신청할 때도 4번이나 떨어지는동안에도, "ㅇㅇㅇㅇㅇㅇ의 ㅁㅁㅁㅁㅁ 담당자 입니다." 라고 한 줄 소개를 하면 통과하는 게 아닐까 -하면서 의혹과 싸우면서 직장/업무 타이틀을 통해 작가가 되고 싶지 않아서 보류했어요.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까지 업무 이야기를 하면 제 스스로가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흐름상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브런치북 하나 낼 생각을 해보긴 했습니다..)

전 변호사는 아니지만 변호사님들과 일을 종종 (혹은 자주) 합니다. 법과 기술 모두 가까운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요.




'ㅇㅇ는 수준이 아니라 취향입니다'라는 문장의 저작물성에 대해

It just comes down to a matter of taste



결론 먼저 말씀드리면 한 문장 자체가 저작물성을 인정 받기는 어렵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작가님들의 마음을 편히 해드리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굳이 다른 독자님께서 위 문장의 작가님께 전달되어 '~이렇다더라' 하는 일은 없으면 좋겠네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작가님들이 다 읽으실 때까지 한 1주 정도면 충분할 것 같으니, 그 이후, 발행취소 할 예정입니다.



박영사에서 출판한 오승종 교수님의 저서 "제5판" <저작권법> P. 324~325을 보여드릴께요.

마침 눈앞에 있던 책들...저작권법 책은 사내변호사님이 들고와서 이거 보라며 펼쳐놓고 가심..

"표어나 슬로건 같은 것들은 저작물성을 일률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단순한 단어 몇 개를 조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저작물성을 인정하기 곤란하다. 표어/슬로건의 경우에는 결국 저작권법의 일반이론으로 돌아가 그것이 사상이나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지 여부에 따라서 저작물성을 판단하여야할 것이다."


사례1 ) 하급심판결 중에는 짧은 광고문구에 대한 저작물성을 부정한 서울고등법원 1998.7.7 선고 97나 15229 판결이 있다.


사례2) 희곡의 짤막한 대사*의 저작물성을 부정한 서울고등법원 판례 2006.11.14자2006라504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

(희곡 '키스' 제1부 중, 영화 '왕의 남자'에서 사용됨)


법원은, 신청인의 주장과 같이 일부 네티즌들이 이 대사를 명대사로 뽑고 있고, 이 대사가 신문만평에도 한 번 등장한 것은 사실이나, 이 대사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으로서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 받을 수 있는 창작성이 있는 표현이라고 볼 수 없고, 또한 기존의 시 등 다른 작품에서도 이 대사와 유사한 표현들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고 하여 저작물 성을 부정하였다. "


이런 상징적인 문장이 저작물성을 부정 받았을 정도면, 유사한 유형의 문장이 존재하는 이 문장은 더 어렵습니다.




물론 작가의 문장을 '도용'하는 것은 문제 입니다.

다른 작가의 문장을 고대로 쓸 경우, 출처 표시 당연히 해야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 문장이 브런치스토리에서 발행되는 것만으로 저작물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한 문장이라고 침해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현실적으로는 출간서적이라면 출처표시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항의와 도용에 대한 주장을 보다 쉽게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브런치 글 하나, 브런치북 발행으로 '한 문장'의 저작물성이 성립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만약 소개글이었다면 더더욱.


무단도용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창작성/도덕성/독창성'이 결여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저작권법'을 침해했다고 말하기엔 실제 소송까지 가봐야 판가름 날 수 있겠습니다.


그 작가님께서 유명해지시고 그 문장 자체가 브랜드화 되면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접근해서 소송으로 무단사용자를 괴롭히는 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저작물성의 인정과 잠재적 표절시비


이런 'ㅇㅇ는/은 수준이 아니라 취향의 문제'라는 표현은 저작물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의 독창성인 표현일까요? 아이러니 한 건, 어런 한 문장의 저작물성을 인정되면, 역으로 이 문장에 대해 '표절시비'가 발생할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사례 1

"독서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야."
정지혜,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유유, 2018, P.105


사례 2

'독서는 수준이 아니라 취향의 문제'
은유, <출판하는 마음>, 제철소, 2018, p.296


사례 3: 11년 전 댓글

 "음악은 청취자 개인 입장에서는 수준이 아니라 취향일 뿐이죠"
(2013년, 동아일보 엠엘비파크 게시글 댓글 중 )


사례 4:

"문화는 수준이 아니라 취향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와중에 생겨난 이 화제들은 다시 말해서, 대형 방송사고를 의미했다." 2005년 한계례 기사 중, (기사링크)


사례 5: 20년전 기사:

 “문화는 수준이 아니라 취향의 문제”
2004년 미디어오늘 기사중 -기사링크

요점:


브런치 작가님들께서 자기도 감탄할 만한 멋진 한 문장을 써낸 후, 저희들이 타 "저작권자"의 저작물을 침해했는지 불안해 하며, 한 문장 한 문장 구글 검색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리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법리 이야기하는 변호사적 마인드를 잠시 장착한 건데,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긴 하네요.)




에필로그: 현실에서의 적용


좋은 글은 언제나 우리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

- 자칭 '무명작가' RGB 님-


그럼 브런치북에서 활동 중인 유명작가 출간서적의 문장 혹은 문단을 도용하면 어떻게 될까?

(아래 이미지의 책의 저자는 자칭 무명작가로 겸손히 스스로를 호칭한다.)


나는 햏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 입니다 중- 류귀복 작가 - feat. 막내 (곧 300일)
※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한 페이지를 다 찍어서 올리는 것은 저작권침해 소지가 있을 수 있어, 일부 모자이크 처리함.


그렇다면 독서만큼 가성비 좋은 투자도 없다.
......
독서로 인해  통장의 잔고의 변화는 없을 수도 있지만, 삶의 만족도와 자존감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좋은 글은 언제나 우리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中
-류귀복 작가님-

판매처링크 (네이버 쇼핑 결과)

*전 카카오선물하기로도 선물해봤는데, 온라인서점에서 선물하는 것보다 편하더라구요. (링크)



명색이 브런치작가인데, 이런 좋은 글을 본다고 막 도용하고 싶어지는 욕구가 생기는 작가지망생이 브런치작가가 있을까? 검색하다가 텍스트만 붙여가는 유튜버라든가, 챗GPT에세 스크립트를 맞기는 분들이라면 또 모를까.

하지만 이 책 도용하면 아마 고생 좀 하실 수 있으니 만류하고 싶다.  

(아마도 법적으로 민,형사상의 책임과 사과문도 게재해야 할 거다. 유튜브로 발생한 수익은 환수대상이 되고, 채널에서 발생한 수익정산자료 제출을 통해 배상금을 낮추려는 노력은 필수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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