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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산 May 22. 2024

작가&독자님들께 나누는 하늘

cover: sharing my blue, green, and white

사진 이야기 1: 문을 열면 펼쳐지는 WGB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복도식 아파트인데

아침에 문을 열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꽤 시원시원해요.


문을 열면 길 건너 낮은 산이, 반대편 복도엔 밤나무숲 사이에 벚꽃나무가 듬성듬성 심어져 있는 조금 더 높은 산이 있어요.


겨울엔 앙상한 나무가지만 남아있어 눈이 내려야 멋진 풍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겨울이 지나 이사온 후 처음 맞이하는 봄.

푸릇푸릇한 녹색이 제법 예쁘네요.

어느 덧 최고기온이 24도가 넘는 서울의 날씨를 거쳐

조금씩 녹색이 짙어져서 옅은 초록이 주는 푸릇함을 잃어가고

힘이 넘치는 초록이 되어 여름을 많이 하는 숲으로 자라가고 있습니다.



브런치작가가 된 후, 처음 읽은 글들 중에서 흐린 날씨에 영향을 받아 우울한 일상이 기록된 작가님의 글이 있었어요.

‘아, 흐린 날씨. 인간의 통제권 밖. 자연의 흐름’.


생각해보니 제가 생후 10,000일이 가시권에 들어온 어느 20대 후반의 여름.

어느 스마트TV앱 개발하던 회사에서 프리랜서이지만 출근하던 시절.

2주 넘게 비가 내리던 장마철을 겪고 있었어요.


식물도 아니면서 햇빛을 못 보니 우울했나봅니다.

마침, 또 당시엔 너무 아팠던 오해 속에서 살아가던 중이었던 것 같은데,

제가 어느 글에서 흘린 것처럼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 글로 남기진 않으려 하고


아무튼, 그 날씨에 영향을 받던 제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아침 출근길, 아이들을 놀이터로 데리고 나갈 때,

복도에서 보이는 파란 하늘, 하얀 구름, 푸른 숲이 제법 괜찮다 싶으면 찰칵.

폰에 남겨두고 일상글의 커버로 쓰게 됐습니다.


어쩌면 우울한 날씨 속의 하루를 보낸 브런치작가님들에게

파란 서울의 하늘과 숲을 나눠드리면 그 푸르름이 조금이라도 전해질까 싶어서.

저희 복도 풍경이 흐린 날씨에 우중충해진 마음의 구름을 조금이나마 거둬드릴 수 있을까 해서요.


사진이야기2: (블루투스) 키보드 대신 기타 치고 지내던 빙산의 원래 모습


처음 프로필 사진을 ‘빙산’ 이미지로 했어요.

제가 찍거나 만든 이미지를 쓰는 걸 좋아하지만, 빙산은 아직 찍어볼 일이 없었네요.

결혼 전엔 아이슬란드 가는 게 로망이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 영화 때문이기도 해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였나)


그러다가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얼음과 얘기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육아이야기 할 때는 얼음 같은 아빠가 아니니, 이미지랑 어울리지도 않아서 그냥 컴퓨터의 아무 사진이나 골랐습니다.


기존 사진은 제가 신입사원 때 노래하라고 해서 고 김광석님의 ‘먼지가 되어’ 란 곡을 편곡해서 MR도 녹음하고, 기타치면서 노래 불렀던 장면입니다. (Boss사의 MicroBR이란 '멀티트랙레코더'를 가지고 녹음했어요)

회사에서 인사팀 담당자가 찍은 사진이 마침 드롭박스에 남아있더라구요.

웹툰캠이란 걸로 필터를 입히면 적당히 얼굴을 못 알아볼 것 같아서 그렇게 뒀습니다.


왜 바꿨냐구요?

누가 알아볼까봐요 ㅎㅎ


저도 모르게 종종 회사이야기 나오고 할 것 같은데,

좀 더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이런 밤, 기타치며 곡 만들면서 지낼 수 있는 날은 ……..

방음시설이 있는 집이 되거나, 아이들과 멀리 떨어진 방에서 지낼 수 있을 때가 될테니-

그 때까진 브런치에 글 쓸려구요.


그래도 브런치작가 프로필사진을 좀 더 정성스레 하고 싶어서, 크리스마스 때 찍은 가족사진을 예쁜 일러스트로 해주신 분께 부탁드렸어요.

원래 사진과 빙산, 빙하의 사진들을 같이 주고, 이런 느낌으로 !! 했더니 나온 그림입니다.

숫자로 심신이 지치기 쉬운 금융권에서 일하기엔 너무 예술성이 뛰어나신 분.

저희 첫째 아이 사야와 나이가 같은 둘째를 키우시며 두번째 육아 휴직 중인 분의 재능을 기부 받았습니다.

(대학교 때 교양으로 컴퓨터그래픽 기초를 들으면서 일러스트레이터를 배우긴 했었는데, 지금 작업 환경에선 그렇게 거창한 거 굴려가며 작업할 시간도 없고하니..)



이런 문학성 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고 계신 독자님을 위한 보너스(?)


첫째 아이를 무릎 위에 올려둘 수 있던 시절,

아마 저 때가 처음 브런치작가 도전하던 시기였을까 싶네요.

아이패드를 저렇게 두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아래에 두고.. 쓰던 시절이 잠시 있었죠.


(좌) 첫째 키울 때 (우) 첫째가 혼자 앉을 수 있게 된 후, 첫 피아노


업무 이메일을 쓰고 있었는지, 블로그용 자료 번역하고 있었는지.

저렇게 얌전히 자기 안 보는 아빠 무릎 위에 앉아서 잘 지내던 때가 있었네요.

참고로 저 자세로 두면 꼭 응가를 해서, 아내가 아이의 배변 텀이 길어진다 싶으면 ‘아빠 변기’에 앉혔답니다.

아이들 변비? 없었어요.

유산균 안 먹여도 됐어요.

그냥 물 많이 먹고, 과일, 채소 많이 먹으면 되더라구요.


이런 글 쓰느라 새벽의 1시간을?!

뭐, 그런 날도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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