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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산 May 07. 2024

잊혀진 땀을 빛나게 하려면

묻힌 글에 빛 쬐어주기

5월5일, 한국은 어린이날입니다. 비 내리는 우중충한 일요일이었어요.

어린이날 아이들을 재우고 잠들었는데 11시에 깼어요. 낮이 아니라 밤이요.

밤10시에 재웠으니 한 시간 잤네요. 그리고 새벽 5시 넘게까지 연재 중인 브런치북의 원고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발행실수가 있었죠. (글은 아래에)


아침에는 6시 반이 되니 둘째가 깹니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되었답니다.

심지어 8시 무렾 방에서 나온 아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묻습니다.
 "오빠 어제 다섯시까지 안잤지?"

- ...

그렇게 어린이날 마지막 연휴날은 아내의 불만 어린 잔소리로 시작하여 하루종일 투닥거렸답니다..

그리고 이사 온지 6개월만에 방구조를 바꾸고 싶어하는 아내를 만족시키기 위해 옷장을 다른 방으로 옮겼죠…


(이하 본문 중)

...

유명 과학자들의 잘못된 역사 지식


대중은 과학자들이 잘못된 역사 이야기를 하면 그걸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칼 세이건(Carl Sagan),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 등 의 과학자가 역사학자들보다 역사를 더 잘 알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죠.


한편 어떤 과학자들은 자신의 철학을 지지하는 작가의 책이라면 역사학계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 지 검증하지 않고 인용합니다. (과학적 사고를 해야하는 사람들로서 게으른 선택을 한 걸까요?)


(위) 잘못된 역사지식의 대중화를 이끈 인기 과학자들과 (아래)그들이 인용한 잘못된 역사를 기록한 저자들


과학자들의 잘못 알고 있는 역사가 대중에게 전해진 유명한 예를 들자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근거 있는 역사적 기록을 먼저 말하자면 기원전 48년 율리어스 시저가 클레오파트라와 그 오빠가 싸운 이집트의 내전 때, 시저가 불을 붙인 배가 연안에 불을 옮기고, 도서관과 다른 건물들을 파괴했다는 기록들이 있죠. (플루타크코스의 ‘(Life of) Caesar’, 암미아누스 마르켈리누스 Ammianus Marcellinus )


[W]hen the enemy endeavored to cut off his communication by sea, he was forced to divert that danger by setting fire to his own ships, which, after burning the docks, thence spread on and destroyed the great library.

- Plutarch

당시 화재를 경험한 이 도서관은 대부분 파괴된 후, 그 후 (서기 272년) 로마 황제 아우렐리아누스(Emperor Aurelian),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 297 CE), 또 서기 642년, 무슬림 아랍이 이집트를 정복할 때 (The Arab Invasion) 그 잔해가 여러 차례 파괴 되었습니다.


 그의 유럽중심, 유럽우월적 관점이 문제가 되는 것 외에도 역사적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나열하지만 그 시대 (혹은 지금) ‘코스모스(cosmos)’를 보거나 읽은 사람들은 칼 세이건의 잘못된 역사 지식을 사실로 받아드리죠.


아직도 과학도서의 베스트셀러로 진열 되어 있는 이 ’코스모스‘는 에드워즈 기번(Edwards Gibbon)의 '로마제국 쇠망사 (원제: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를 참고문헌으로 사용합니다.

The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 (vol. 1) Gibbon, Edward, 1777


※이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 제국이 기독교인/크리스천들 때문에 멸망했다는 잘못된 역사를 기술합니다. 예를 들면, 서로마제국의 멸망(서기 476년) 후, 훨씬 더 기독교적이었고 동로마제국이 그 이후 약 천년간 더 번영했던 모순에 대해서는 무시한 거죠. (출처:worldhistory.org)


그는 기독교가 주요 종교가 된 로마 시절, 테오도시우스 1세 (Theodosius I) 가 ‘자매 도서관’이 있는 이교도 신전을 파괴한 것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파괴한 것으로 묘사했습니다. (기독교가 권력의 위치에 있기 이전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이미 파괴 되어있었습니다.) 에드워드 기번에 대해 알아보니 그는 당대 사람들에게 '영국의 볼테르'로 불렸을만큼 안티-기독교적 어젠다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현대의 대부분의 역사가는 그의 기록에 생략과 부정확성, 편견을 인지합니다.


비슷한 사례로 리처드 도킨스도 역사학자가 아닌 독일어 교수 조지 알버트 웰스(G.A Wells) 를 잘못 인용하고 예수라는 인물의 실존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주장을 한 후, 나중에서야 번복하죠.


그 외에도 갈릴레오가 종교재판으로 회부된 이유도, 그가 받은 처우도 대중에게 오해받고 있죠. (다행히 한국언론에서도 이런 점을 기사화 한 적이 있어 링크를 남깁니다.)



세상을 속인 위대한 발명: ‘갈등논제(Conflict Thesis)’


허위 정보를 포함한 책들로 과학과 신앙이 대립한다는 논제(이론)을 만들어낸 두 사람: (좌) 존 윌리엄 드레이퍼 (우) 앤드류 딕슨 화이트

종교가 과학의 발전을 막았다는 주장. 소위 ‘갈등논제(Conflict Thesis)’ 라고 불리는 이 관점은 19세기 앤드류 딕슨 화이트(Andrew Dickson White)와 존 윌리암 드레이퍼(John Williams Draper)에 의해 대중화 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두 사람이 쓴 글들이 에드워드 L. 유맨스(Edward L. Youmans)라는 사람의 권유로 다른 시점에 각각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앤드류 딕슨 화이트의 저서 <과학과 기독교 신학의 전쟁사 (원제: A history of the warfare of Science with Theology in Christendom)> 는 잘못된 내용들을 가지고 종교가 과학의 발전을 막고 있었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전까지 대부분의 고등교육기관이 종교(기독교)인들을 통해 설립되고 운영되던 것에 불만을 갖고 고등교육의 세속화를 목표로 한 캠페인의 일부였죠. (그는 코넬 대학교를 공동창립합니다.)

*대학교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studia generalia는 수도승들을 교육하기 위해 시작되었고 대학교 자체가 기독교문화권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하버드, 캠브리지, 옥스포드 대학 영미권 주요 명문대학 모두 기독교 태생(?) 입니다.-출처: 브리태니커 사전)


앤드류 딕슨 화이트는 수많은 주석note를 포함했기 때문에 그 주장의 근거를 쫓아가볼 수 있습니다. 실제 그 프로젝트를 진행한 작가들의 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일부는 허위사실을 날조했는데, 한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화이트는 그의 책에서 ‘장 칼뱅/John Calvin’이 “성령의 권위 위에 누가 감히 코르페니쿠스의 권위를 올리겠는가” 라고 썼다고 했지만, 그의 어떤 저서에도 코르페니쿠스에 대해 쓴 적이 없죠. 위 내용은 버트란드 러셀, 토마스 쿤 등 유명인사에게 인용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장 칼뱅은 천문학에 대해 쓴 적 이 있는데, 이렇게 써있죠.

천문학에 대한 공부는 즐거움을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굉장히 유용하다. 아무도 이 학문이 신/하나님의 지혜를 드러낸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 학문에 노력하는 똑똑한 사람은 칭찬 받아야 마땅하고, 이런 연구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여유가 있는 사람은 이런 연구를 무시해선 안된다.

“The study of astronomy not only gives pleasure but is also extremely useful and no one can deny that it admirably reveals the wisdom of God. Therefore clever men who expend their labor upon it are to be praised and those who have ability and leisure ought not to neglect the work of that kind’

John Calvin, “Sermon on 1 Corinthians 10:19-24”, Calvini Opera Selecta, Corpus Refomatorum,Vol 49, 677, trans. by Robert White in “Calvin and Copernicus: the Problem Reconsidered“, Calvin Theological Journal 15 (1980), p233-243, at 236-237

전혀 반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각주까지 만들어가며 날조 한거죠.

이런 오해는 갈릴레오에 관한 일화, 의학의 발전을 막았다는 등 여러 버전이 있습니다.


한 편, 존 윌리엄 드레이퍼는 훌륭한 화학자였습니다. 그 덕분에 사진인화 기술이 발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년에 과학보다 역사가 잘 팔리는 사회풍조 속에 에드워즈 유맨스의 권유로 역사에 대해 쓰기 시작했죠.

그리고 에드워즈 유맨스가 출판 대박을 내고 시간에 걸쳐 이 사상이 대중화에 성공합니다.


역사학계는 이미 100여년 전에  'Draper-White 논제'(과학과 종교의 전쟁)이라는 이 관점에 대해 너무 단순한 해석이라며 이 논제를 부정한지 오래 되었습니다. 하지만 칼 세이건, 리처드 도킨스, 닐 디그래스 타이슨, 스티븐 핑커, 샘 해리스 등의 과학자들이 지속적으로 이 프레임을 사용하고 있죠. 그렇게 일반 대중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줍니다.


안타깝게도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학, 고등학교 교과서 중 71%의 교과서가 이 '과학과 종교의 전쟁'이라는 '드레이퍼-화이트 주의 Draper-Whitism' 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브런치 작가님, 독자님들에게 하는 말


에세이가 주로 자기 표현을 위해서 쓰는 거라면, 연재 중인 브런치북은 독자, 혹은 독자의 세상 속 이 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서 씁니다. 그래서 많은 자료 조사를 동반합니다. 단 한 명에게라도 오해를 풀게 하는데 힘이 됐으면 좋겠네요.


https://brunch.co.kr/@thewholeiceberg/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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