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2. Making OST: 아무나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작곡법
배운 게 없는데 작곡놀이를 했던 아마추어가 말하는 작곡입니다. 전 작곡을 배워본 적이 없어요. 작곡전공은 커녕 음악전공도 아니에요. 그런데 단편영화 때 쓴 곡들의 비하인드스토리를 이야기 하며 누구나(?)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작곡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보려 합니다.
앞 부분 PART 1에서 [이론..이라고 말하기 허접한 단순한 설명]과 뒷 부분 PART 2에서는 실제 사례 (음성파일/유튜브 링크)를 통해 설명해보려 해요. 파트 2에서 작곡 중인 버전의 음원들과 미완성곡 한 곡이 공개됩니다.
필수조건 #1 - 대중음악의 반복되는 패턴 안에서 어울리는 음과 어울리지 않는 음을 구분할 수 있는 귀
작가들이 글을 쓸 때 언어를 알고 기초 문법을 알아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틀린 문장, 틀린 어휘를 느낄 수 있는 어감과 상응하는 개념이다.
“난 그런 거 없는 것 같은데?”
음악을 듣지 못하는 환경에서 평생 자라났거나 두 부모 모두 성대로 보편적인 음계체계를 구현해내지 못하는 중증 음치인 경우 이런 ‘음감’이 개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두 상황이 아니라면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들으며 자랐거나 보편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자랐다면 이런 ‘음감’은 대부분 가지고 있다. 화성학을 배우지 않았더라도 ‘익숙함’이라는 범주 안에서 ‘듣기 좋다’, ‘이상하다’를 알 수 있다. 우리 뇌는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대단한 하드웨어이다. 인간의 예술적 창의성과 심미감의존재는(음악이나 그림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진화생물학적으로나 다른 자연과학적 명쾌한 해석이 없다.
필수조건 #2 - 만들고 싶은 음을 기록할 수 있는 수단
기타, 피아노 같은 악기
(혹은) MIDI 입력 장치녹음기능이 있는 전자기기 (스마트폰 혹은 멀티트랙레코더)
(혹은) 악보와 펜
종이와 펜, 컴퓨터와 키보드가 없어도 머리 속에서 글을 쓰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생각이 글자를 입어야 보이는 글이 되듯이 음악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으로 악보에 음표를 그려 작곡을 했다.
하지만 이건 허들이 꽤 높다. 아마추어가 하기엔. 나도 하기 어렵고 귀찮다.
* (common) WISH 는 이런 구성을 만들어 놓고 이런 웃기는 (못 배운 사람의) 악보를 펼쳐 놓고 반즉흥적으로 만들어졌다.
그 전 세대에서 컴퓨터나 커다란 멀티트랙레코더라는 걸 가지고 여러 ‘트랙’을 녹음하고 동시 재생할 수 있게 하는 기기가 생겨 악보가 필수 조건에서 탈락되었다. 악보를 볼 줄 몰라도 조건 (1) 음감이 있으면 어울리는 소리들로 한 패턴을 만들고, 또 다른 악기들은 다른 패턴을, 또 보컬은 또 다른 ‘패턴’으로 음악적 요소를 구성한다.
2000-2010년대에는 커다란 멀티트랙레코더가 디지털화 되서 내 손바닥 보다 조금 큰 형태의 전자기기로 세상에 나타났다. AA(더블에이)배터리 두 개와 SD카드 하나로 기타, 베이스, 신디를 직접 녹음하거나 외부마이크나 AUX입력단자를 활용해서 다른 악기 소리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 4트랙 , 8트랙, 16트랙, 32트랙의 차이가 가격의 차이가 생겼지만 원리는 같다.
4트랙이면, 한 번은 베이스 진행 녹음, 한 번은 어쿠스틱 기타 진행 녹음, 다른 한 번은 일렉기타 진행 녹음, 마지막 남은 트랙에 보컬을 녹음할 수 있다. 8 트랙이면 더 많은 악기나 보컬에 화음을 넣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수 조건이다.
(1) 화음이란 ‘패턴’
대중음악에서는 대부분 코드가 반복된다.
리프(riff)로 한 소절의 기타의 띵띵 거리는 멜로디가 ‘모티브’가 되어 곡의 흐름을 정하기도 하고,
아예 처음부터 대중적인 코드진행 위에 멜로디를 얹기도 한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부터 데미안 라이스, 애드 시런, 제이슨 므라즈… 그 누구도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내지 않았고, 기존에 존재하던 어울리는 음과 어울리지 않는 음들을 엮어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실험해서 녹음물(recording 혹은 음원)이라는 형태로 창작물이 된거다.
어쩌면 아무도 대놓고 ‘난 이런 코드 진행을 써야지’ 라고 기존에 존재하는 곡을 고대로 따라한다고 말하지 않을 거다. 나도 마찬가지다. 창작은 모방과 반대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하니깐.
하지만 코드 진행이라는 것은 특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작권이 있는 게 아니다.
이건 마치 중력과 같은 자연법칙과 같이 음악 내에서 존재하는 물리적 규칙 같은 게 아닐까?
우리 귀에 좋게 들리는 음의 조합들이 인류 역사를 거쳐 발견된 것과 마찬가지다.
자연에 존재하는 것들, 발견된 것들은 특허를 낼 수 없다. 제약회사들이 특허를 내서 약을 팔고 다른 회사가 따라 만들 수 없게 일정기간 동안 특허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영양소들에는 특허등록을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게 다르기도 하지만 이렇게 A파트, B파트, C파트, D파트 주로 2개에서 4개*의 파트로 나눠서 곡을 만든다.
*주로 1,2절 (VERSE), 브릿지BRIDGE, 코러스(CHORUS), 또 다른 변화(VAMP)로 구성하기도 한다.
(2) 리듬 패턴
힙합의 경우, 이걸 먼저하고 그 위에 코드 진행을 얹기도 한다.
하지만 락의 경우, 주로 마지막에 곡의 진행, 분위기에 따라 리듬패턴을 정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정답은 없다)
이 역시 A, B,C D 파트를 다르게 하거나 같게 하되 조금씩 변화를 주거나 하는 것이 가능하다.
너무 단순하며 지루하고 너무 다르면 통일성/일관성이 없어 산만해진다.
곡의 속도, 박자, 다이나믹 (소리의 크기, 타악기의 타격강도), 타악기를 담당하는 소리의 음색 등으로 구성된다.
드럼을 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샘플을 활용하거나 내장리듬을 사용하거나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구비되면 누구나 작곡을 할 수 있다.
잠깐, 작곡을 할 수 있다고 했지- 누가 들어도 좋은 곡이 나올 거라는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이건 마치 이경 작가님이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써내려가는 것-이라고 한 것과 비슷한 (하지만 다른 맥락이다).
내가 작곡을 했지만, 이게 팔리는 음악이 되는 게 아니고 많은 사람들 귀에 듣기 좋은 음악이 아니듯 말이다. (난 10여년 간 들어서 익숙해져서 괜찮게 들리는 곡이 있다. 그런데 이건 훈련의 효과이지, 곡 자체가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이번에 시나리오를 공개한 단편 영화에는 내가 만든 곡/소리들이 여러 장면에서 쓰였다.
영화의 사운드를 구성할 때 배경 잡음 (공간의 소리/atmosphere - 차도, 식당, 그냥 자연, 여러 공간의 소리), 연기자의 목소리가 필수 두 요소이고, 부차적인 소리가 OST,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식당이 배우들의 대사가 이뤄지는 배경일 때는 가능하다면 배경 소리를 따로 녹음하고, 배우의 대사를 따로 녹음한다.
또 관객의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음성학적 장치를 사용하기도 한다. 공포영화의 경우,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싫어한다는 소리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벌소리, 유리 긁는 소리 등)
사례 1)
잔잔하게 흘러가던 단순한 피아노 연주곡에서 주인공의 외로운 마음을 표현해봤다.
https://youtu.be/WboHBQ_hXss?si=frPrY-0mRjutljOr
사례 2)
불안한 마음, 실망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불협화음이 반복된다.
https://youtu.be/AnNjV3rhy8Y?si=CVXJ0Yq-1pDUSDvj
사례 3) 사운드 효과 : 심장소리
한편, 난 이 영화를 만들 때, 어디서 배워본 적 없는 실험을 했다.
오디오북을 들어보신 분 여덟분의 독자들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겠다.
주인공이 위험한 장소에서 촬영을 하고 있을 때, 또 여주인공을 만날 때, 심박소리가 들린다.
당시 대여할 수 있는 기기 중, 가장 민감도가 좋은 걸로 내 심박소리를 녹음해서 배경 트랙에 깔아두었다.
귀를 덮는 크기의 헤드폰을 쓰면 들릴 것 같다. 보통 이어버드, 이어팟류의 가벼운 기기에선 구현이 안된다. 커널형 이어폰은 어떨지 모르겠다. 저음이 잘 들리는 영화관에서 상영했을때는 좀 민망할 정도였다. 내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남에게 들키는 기분? 지금도 그래서 그 장면을 보면 안 뛰던 가슴이 영화 속의 심박소리에 따라 같이 두근두근하는 효과가 연출된다. (아래 링크 29초 대에서 심장박동 소리가 저음역대에서 재생된다.)
https://youtu.be/NM-MpVxQyrQ?si=1rjJh9264KIQFvwS
물론 독립영화에서는 여건 상 음악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예산의 문제가 될 때도 있지만, 현실감을 반영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내가 슬프다고 갑자기 방에서 슬픈 음악이 흘러나오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는 있겠지만.
내 음악을 넣겠다는 건 순전히 내 욕심이었지만 그래도 영화 안에서 그 분위기를 살리는데 도움을 주긴 했다.
다행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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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영화 때 만들었던 곡이 여러 버전 과정에 따라 추출(extract)된 파일들을 찾을 수 있었다.
모든 버전을 하나씩 업로드 하기에 힘들기도 하고 민망해서 부분 부분 파일로 엮어 보았다.
(Common) WISH 의 메이킹 과정을 통해 작곡과정이라는 것을 조금 보여드리려 한다.
총 여섯 단계로 나누어 음원을 넣어보았다.
1단계:
어쿠스틱 기타로 맘에 드는 패턴을 만들어봤다.
*하프다운 튜닝을 해서 반음 낮추고 보편적인 튜닝(EADGBE=미라레솔시미)대신 EGDGBD)로 튜닝했던 것 같다.
2단계:
그 위에 준비된 가사를 입혀 멜로디 라인을 만들었다.
이 곡의 경우, 기말고사 기간 중에 만드느라 멜로디를 더 다듬을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엄청 단순하다.
3단계:
이제 템포를 정해서 베이스 파트를 만들었다. 일렉기타는 대충 기존 패턴 위에 아르페지오를 넣어보았다. 좀 밍밍한 맛이 있지만 이게 더 좋다고 했던 후배도 있었다.
4단계:
원하는 기타톤을 정해서 일렉기타의 인트로 리프를 만들어서 얹혀 보았다.
* 딜레이 이펙트 중 리버스(reverse effect)를 처음으로 적용해본 곡이다. 소리가 퍼지는 과정을 거꾸로 재생해서 나오는 소리가 특이하다.
*사용한 이펙터 패달:
-딜레이: 라인식스(Line6) 에코파크(Echo Park)
-리버브: 역시 라인식스사의 버즈질라(Verb Zilla)
* 사용한 기타는 레스폴 바디에 스트랫 구조의 픽업(싱-싱-험)이 달려 있는 특이한 기타였다.
*일렉기타 톤을 듣는 귀가 예민하신 베리티 작가님의 마음에 드실런지 궁금하여 소개 겸 멘션*
5단계:
(1) 보컬이 너무 후져서 화음을 얹혀보면 못 부른 걸 좀 가릴 수 있을까 싶어 화음을 얹어 불러보았다.
가난한 대학생이라 오토튠 같은 고급 플러그인은 없었다. .
(2) 아웃트로에서는 반복되는 보컬을 좀 더 다른 느낌으로 (사라지는 떨림?)을 표현하고 싶어 사각형 음파(?)의 트레몰로를 넣어보았다. 좀 더 다듬을 시간이 있었으면 이 버전을 차용해서 화음있는 보컬라인의 버전을 썼을텐데. 그렇게 못하고 학기가 끝났던 것 같다.
6단계:
결국 차용된 버전이 지난 번에 공개된 버전이다. 보컬이 밋밋하지만 외로움을 표현하는데 너무 화려하게 화음도 얹혀지고 하면 좀 작위적인 게 아닐까- 란 생각으로 그냥 후진대로 두었다.
https://youtu.be/FjOstwnFnro?si=Qo1QMZt5ADYZ46Fo
해명(a.k.a 핑계):
보컬을 녹음하는 게 어려웠던 것은 시간 날 때 마다 편집실에서 밤샘작업을 하며 자는둥 마는 둥 하다보니 목소리도 안나오고 목이 간 상태였다. 또 녹음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밴드연습실은 작곡동아리가 늘 쓰고 있었고, 그래서 댄스동아리실이 비어있는 한 시간을 예약해서 겨우 작업을 했다. 그런데 방음이 안되는 곳이라 바깥 소리가 들어오고, 그게 의식이 되니 나도 크게 지르지도 못하겠고.
그렇게 작은 목소리로 부른 노래가 이 곡의 보컬로 사용되었다.
유튜브에 업로드 된 최종버전:
https://youtu.be/ORngB6U_YAE?si=maU3qQ8dZSAUsg8B
지금 들으면 너무 부끄러운데 뭐 이 역시 쪽팔림 극복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두고 있다.
언젠가 “you suck![구려!!]” 이란 댓글이 달리면 ” I know !! Tell me about it.[나도 알아]” 이라고 달 수 있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받아드릴 수 있는 마음가짐이니 너무 악플에 상처받을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그 때 쓰려고 만들던 곡이 미완성 상태로 남은 것도 있다.
아래 장면 채플 십자가 탑 아래서 실제 촬영 중에 기타를 띵까띵까 하며 치다가 만들어졌다.
https://youtu.be/NoCEZ2RfNSw?si=RAVGomMjFzA71-Uk
멜로디가 떠올라서 대충 보컬 라인을 흥얼거린 버전을 공개한다.
https://youtu.be/ivOMzDKsxEI?si=BHzUcCKk_Co32Jz4
가사도 없고 그냥 어쿠스틱 치며 흥얼거리는 거라 들을만할지 모르겠으나…
이런 게 진정한 러프rough , IDEA SKETCH의 현장입니다.
이 멜로디 라인을 간단한 일렉 기타 두 대 버전으로 아웃트로 음악으로 사용했다. 아이패드에서 iMovie가 말썽을 부려 더 작업할 마음의 여유도 시간도 없어서 추후 삽입하려 한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단편영화 제작기를 마치려 한다.
사실 브런치 연재종료 하려고 하는데 메뉴에서 발간이 안 떠서 강제로 한 회 더 진행을 하게 되었다는 후문.
부족하기 짝이 없는 아마추어의 작곡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음악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매거진에서 들어보실 수 있으세요*
https://brunch.co.kr/magazine/lyricswithsound
일곱살 때 피아노학원을 다녀본 적이 있었지만 가정형편 상 더 재능이 있다고 보이는 여동생이 학원을 계속 다니기로 했다. 나는 그 때부터 방과 후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놀았다.
그렇게 내가 하는 음악과 멀어지게 될 무렵 초등학교 3-4학년 때 친하게 지낸 친구를 통해 가요를 듣기 시작했다. 김건모 2집, 3집, 윤종신 4집, 서태지와 아이들 ‘굿바이 앨범’. 집에 워크맨이 있었지만 그건 예전에 아버지께서 일본어 공부하실 때 사셨다고 하는데 그걸 내가 음악 듣는다고 가끔 몰래 쓰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내 방이 처음으로 생겼던 3학년. 반지하 집에서 살던 때. 집에 도둑이 들었다. 문 밖 신발장에 보조키를 넣어두고 방과후 그 키로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던 패턴이었다. 그걸 누가 봤는지 어느 날 방과 후 집에 가니 여러 서랍이 열려 있었고, 가져갈게 별게 없었던 우리 집에서 사라진 건 그 워크맨 하나와 현금 소액.
한국을 떠나 중국에 가게 되니 CD의 시대.
한 장에 7위안, 10위안이면 CD를 한 장 살 수 있었다. 당시 환율로 한국돈 1000원으로 CD한장.
한국에선 10000원이 넘던 CD를 중국에선 싸게 살 수 있었으니 방과 후 종종 음반가게에 가서 CD를 사고 집에서는 음악을 틀어놓고 들으면서 숙제를 했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 처음 클래식기타가 생겼고, 일렉기타를 배우고 싶었던 나는 일렉기타도 클래식도 아닌 어쿠스틱 기타 코드 반주를 연습하게 되었다. 내 첫 기타 스승이었던 교회 한인교회 대학생 형은 나에게 도레미파솔라시도를 가르쳐주고 그 다음부터 바로 하산시켰다.
“ 잘하네. 이제 혼자 연습하면 되겠다.”
한국90년대 가요의 떼창을 듣다가 BACKSTREET BOYS의 화음 섞인 팝송을 들으니 너무 좋아서 중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한국앨범 대신 ‘영어노래’들을 듣기 시작했다. 그 중 첫 ‘밴드’ 형식의 뮤지션은 HANSONS. 영어공부를 한다는 핑계도 있었지만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부르는 그 삼형제가 그렇게 멋져보였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며 연주하는 그 형제들의 즐거운 모습이 나에겐 뮤지션의 삶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
신나는 펑크락, 펑크락이 너무 단순한 것 같아 질려갈 무렵 듣게 된 ‘이모펑크 emo-punk’, 라디오헤드를 통해 듣기 시작했던 브릿팝, 브릿팟이 너무 우울해서 더 “예쁜” 소리와 질리지 않는 편곡, 화려한 구성의 J-ROCK(일본 락)을 한참 듣기 시작했고, 그 무렵 한국밴드 중 넬(NELL)의 노래를 듣게 되고 한국에도 멋진 밴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던 것 같다. 나중엔 다시 영국, 아일랜드의 ‘댄서블 락(danceable rock)’이라는 장르에 꽂혔고, 한국에서도 비슷한 장르를 하는 로큰롤라디오 라는 인디밴드를 애정하게 되기도 했다.
물론 대학생이 된 후에는 뮤지션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알게 되었다. 홍대역 부근에서 합주실을 싸게 쓰겠다고 22시부터 새벽 6시까지 빌려서 연습을 해보기도 하고. 제대로 도전해보기도 전에 ‘안 팔리는 뮤지션’의 길을 가늠해보기도 했다.
미국에 있을 때 자주 듣던 린킨파크의 보컬 체스터의 자살로 다시 한 번 뮤지션이라는 삶의 불안정성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홍보를 위해 투어를 해야하고 레이블과 계약 조건에 따라 투어를 시작하면 집에 못 가는 기간도 엄청 길다. 미국 같이 땅덩어리가 큰 곳에서도 힘들고, 유럽 투어를 해야 시장확장이 되는 UK밴드도 마찬가지. 또 엔터비즈니스, 뮤직비지니스가 또 술판이기도 하니, 여러모로 중독 리스크가 널려있다.
유명세(fame)와 함께 사생활(privacy)함께 일상생활을 포기해야하고, 다 가졌지만 불안정적인 “대중의 평가로 먹고 살아야하는 길”.
또 목표하던 걸 모든 걸 다 이룬 사람들이 겪는 공허함, 또 그 ’성공‘이 채우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관찰해온 사람으로서 선망이 사라지기도 했던 것 같다. 아마 뮤지션으로 살며 보통의 가족생활을 하기가 어려워 많은 아티스트들이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존 메이어 형님도 ’못한‘ 결혼을 난 했으니, 일상생활에선 내가 의문의 1승인 걸로.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