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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Dec 14. 2024

#농담

농담 속에 숨다

#농담


가끔은 아주 유용하게 쓰이는 말이 있다. 농담.



SNS농담이라는 태그를 붙이면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 마치 누군가로부터 면죄부를 받는 것처럼 편안하. 실없는 소리도 비난의 소리도 모두 다 괜찮아진다. 아니 오히려 위트 있는 사람이 되기까지 다.  글에서 용기 진지함 따위는 가질 수 없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사실 용기와 진지함을 갖기엔 나약한 내게 농담이라말은 아주 유용한 팁이 될거다. 는 하루에도 몇 번씩 농담을 건넨다.


"저 사람 벌거벗었어!"

길에서 벌거벗은 임금님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농담이라는 태그를 붙이지 않고도 당당하게 임금님은 벌거벗었다 말할 수 있을까. 직 덜 자란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다른 이의 시선 따위는 상관없는 순수한 영혼처럼 맑은 얼굴을 할 수 있을까. 어느 때에는 순수함이 죄악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알만큼 아는 사람이 왜 그래?"라든지, "그런 건 다들 알지?"라는 말을 습관처럼 달고 살았다. 그게 어른스럽다고 생각했고, 세상을 살아가는 올바른 이치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생각하던 어른의 모습은 서른이면 족히 완성되겠지. 서른일 땐 마흔이면 되겠지. 마흔일 땐 오십이면 되려나. 하지만 아직 정답을 알지 못한다. 그저 나는 거울을 보며, 이 정도 얼굴 주름엔 이 정도의 어른스러움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뿐이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내가 세상에 어떻게 비칠지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내가 세상을 어떻게 올바르게 바라볼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만 세상에서 동떨어져 보일까 전전긍긍하며 농담이라는 태그를 모두 붙이는 통에 점점 농담처럼 되어가는 세상의 가치가 안쓰럽다. 아무리 주름을 가려도 나이는 가려지지 않는다. 그저 농담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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