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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오순 May 11. 2024

10년후에 나는…

어제는 그렇게나 날씨가 좋았는데 오늘은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쉽게 피곤해지고, 머리카락이 점점 하얗게 변해가는 물리적인 변화들 빼고, 내가 정말 나이가 들었구나 싶을 때가 있다.


예전에 해외여행 가게 되면 비행기 기내식 먹을 생각에 마음이 설레였는데 이제는 기내식이 맛이 없어 더이상 챙겨먹지 않게 된다. 비행기 타기 전에 공항에서 미리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고, 비행시간이 10시간 넘는 비행기를 타면 타자마자 그냥 잠을 잔다. 그때 문득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보다 젊은 시절이 내게도 분명 있었고 그때 나보다 나이 든 어른들 눈에 내가 건방지고 자아가 비대해보일 때가 있었을 것이다. 커피 사업하면서 나보다 젊은 사람들 만날 일이 많다. 너무 어리고 젊은 나이에 본인 그릇 크기보다 많은 것들을 갖게 되면서 자아가 비대해져 상대방 알기를 우습게 아는 젊은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비굴한 모습으로 그 젊은 사람들 비위를 맞추고 또 그걸 즐기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한발짝 슬쩍 물러날 때, 그때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가진 게 많아 보이는 나이 많은 어른이 내 앞에서 자기자랑을 너무 많이, 그것도 오래 하는데 내가 그걸 묵묵히 듣기만 하고 있을 때, 그때도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10년쯤 열심히 일하고 그때도 체력이 괜찮으면 여행을 많이 하면서 길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요즘 일 하느라 여행을 많이 못해 아쉽다. ‘자유로운 영혼’으로 사는 느낌이 너무 그립다. 여행하다 날씨도 좋고 맛있는 음식이 많은 곳에 도착했는데 그 동네에 대학도 있으면 시험봐서 입학해서 다시 대학생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전공은 심리학과 혹은 건축학과? 매일 숙제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외국인 젊은 교수님한테 칭찬 받으면 기분좋아서 나이 든 내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자랑하면서….


자아가 비대한 젊은 사람들과 자기 자랑 많이 하는 어르신 때문에 좀 우울했는데 10년후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행복해졌다. 내가 이렇게나 단순한 사람이다.


*사진은 아디스아바바에 있을 때 어느 비 많이 오던 날.


#봄비 #이렇게우리는어른이되어간다 #10년후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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