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가 공급하는 아파트의 가격을 분양가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분양을 받는 가격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아파트 분양 가격은 일반 소비재 재화와는 비교할 수 없게 비싸기 때문에, 재력가가 아닌 이상, 일시불로 완납하는 일이 전혀 없을 것이다.(재력가라고 해도, 레버리지를 이용하지 현금을 올인하진 않을 것이다.) 이런 아파트 분양가의 특성 때문에, 건설회사는 수분양자로부터 수 차례에 걸쳐 분양금액을 분할로 받아가게 되는데, 일반적인 구조는 아래와 같다.
1) 계약금 : 분양가의 10%
청약에 당첨된 후 계약을 진행하면, 분양가의 10%를 계약금을 납부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 분양가가 6억 원이면, 이 금액의 10%인 6천만 원을 계약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최근에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간혹 계약금을 1천만 원이라고 홍보하는 곳이 많은데, 이런 곳은 계약금을 1차와 2차로 나눠 받는 케이스가 많다. 10%의 6천만 원 중에 1천만 원을 1차로 납부하고, 한 달 이내에 나머지 5천만 원을 추가로 납부하는 식이다. 그래서 청약하기 전에 공급계약서 스케줄을 꼭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중도금 : 분양가의 60%
계약금을 치렀으면 이제 해당 아파트의 정당한 계약자가 된 것이다. 이제부터는 중도금 납입 스케줄에 따라 중도금을 납부해야 한다. 보통 중도금 납입은 공사 기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업장이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3~5개월에 걸쳐 총 6회 납입하게 된다. 이 부분은 거의 대부분 은행 대출을 받아 건설사에 납입하는데, 수분양자가 중도금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에서 각 회차별 중도금 납입 당일에 중도금만큼의 대출을 일으켜 건설사로 송금하는 방식이다. 건설회사는 분양 흥행을 위해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이자를 대납(수분양자는 무이자), 또는 이자 후불제(건설사가 이자 선납 후 잔금 납부 시 수분양자가 누적 발생 이자 일괄 납부를 시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3) 잔금 : 분양가의 30%
잔금은 입주시점에 최종적으로 치르는 금액이다. 이 금액을 납부해야 아파트 키를 받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진행할 수 있다. 만약 법적 LTV(Loan To Value : 담보비율)인 60%를 대출로 받고 싶다면, 잔금 30%는 현금으로 납입하고, 중도금 대출받은 60%를 아파트 담보대출로 대환(바꿔치기)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소위 영끌족이라고 말하는,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받아서 집을 사는 경우, 60%를 아파트 담보대출로 사고, 나머지 30%는 신용대출을 받아서 잔금을 납입하는 식이다. 이러면 실제 현금은 10%만 낸 것이고, 나머지 90%는 은행 레버리지를 이용한 것이다.
여기서 중도금 대출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는데, 일단 중도금 대출을 받게 되면 아파트 계약을 최종 등기 전까지는 끌고 갈 수 있게 된다. 특히 무이자로 진행되는 경우 은행 돈을 이용해서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최고의 혜택이다.(다만, 분양가에 건설회사가 대납하는 이자 또한 녹아있을 것. 사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다.)
조정지역 : 다주택자는 중도금 대출 불가
내가 사는 곳은 조정지역이다. 이곳은 다주택자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중도금을 연속으로 3회 차 이상 미납한 경우, 계약이 해지되며, 계약금은 시공사에게 귀속된다. 나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조건이었기에, 받기 위해서는 거주하고 있던 주택(1호기)을 매도할 수밖에 없었다. 2호기는 살 수 없는 수준의 단독주택이었지만, 팔기에는 양도소득세 중과로 인해 터무니없는 세금이 부과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신 정부가 들어서며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해주기로 했으나, 매도하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이런 경우 3회 차까지 연체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기에 정말 부득이한 결정이었다. 이 부분은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이후 중도금 대출을 신청해서 2회 차 중도금을 납부할 수 있었다.(계약금과 1회 차 중도금은 현금 납부) 그리고 이제 곧 있으면 3회 차 중도금이 실행된다. 그러면 아파트 분양가의 40%를 납입 완료하게 된다. 어렵게 돌아왔지만, 그래도 다시 순항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 하나 문제가 생겼으니, 바로 금리 문제다.
금리 인상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코로나 종식과 함께 경제가 리오프닝 하면서, 수요가 순간적으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때 갑자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시작한다. 원유와 금속 등 원자재부터 시작해서 곡물, 심지어 커피 가격까지 너무나 많이 가격이 올랐다.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단위의 돈을 살포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한동안 겪지 않았는데, 급격한 물가 상승이 전개되다 보니,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미국 연준은 이번 달에 0.5%를 올렸는데, 다음 달(6월)과 다다음 달(7월)에도 0.5%를 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정말 급격한 금리 인상이다.
미국의 금리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오른다면, 한국의 기준금리와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고, 미국 달러의 자금 유출 속도 또한 빨라지게 된다. 그래서 한국은행 또한 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될 확률이 높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4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1%가 상승하면 기준금리는 2.5%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또한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내 중도금 대출은 이자후불제 : 중도금 딜레마
현재 내가 받는 중도금 대출은 이자 후불제다. 위에서 말했듯이, 중도금 진행 과정에서는 시공사가 이자를 납부하지만, 그 이자는 나중에 모두 내가 납입해야 한다. 저금리 시기에는 크게 무리될 일이 아니지만, 앞으로 있을 올해 추가 금리인상, 그리고 내년에도 계속 금리가 올라간다면,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중도금을 납입해야 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제 1년 반 정도 남았지만, 이 기간 발생하는 이자도 무시할 수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금을 모두 중도금으로 납입하기에는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사건 또는 사고로 인해 갑자기 현금이 필요한 경우 유동성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가정을 꾸리고 있는 가장으로서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