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칠과 한국 현대 철학 읽기 (슬기네 집)
“역사는 반복하며 멸망의 큰길을 굴러가고 있다. 침략, 탄압, 혁명 등의 무서운 폭발이 거듭할 때마다 사람들은 다음에 을 새 세대에 막연한 기대를 걸어보았다. 그러나 언제나 같은 무대에 언제나 같은 옛 인간이 의복만 갈아입고 등장하는데 지나지 않았다.”
김재준의 말이다. 우리를 변화시키겠다며 찾아온 침략군도 결국 우리를 무시하고 자기 이득을 위해 이용해 먹었다. 조금만 참으면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겠다는 권력도 결국 우리를 탄압하며 자기 이득을 위해 이용해 먹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며 소리친 혁명, 그러나 그 혁명 이후 또다시 엉뚱한 권력 혹은 엉뚱한 지식인이 등장해 그 혁명은 결국 내 외침에 민중이 따른 것이라며 그 역사의 주인공은 오직 자신의 것이라 소리치며 또 독재자가 되어 또 탄압하고 또 우리를 이용해 먹었다. 매번 막연한 기대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기대해 보았지만, 항상 돌아오는 건 같은 무대에 같은 사람이 옷만 달리 입고 나와 설치는 멸망의 길이었다. 그 길에서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힘을 얻어 설치기 위해선 나도 그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 되어 또 그 무대에서 옷만 바꾸어 입고 우리네 민중을 탄압하고 무시하고 이용해 먹는 길뿐이다. 미안한 마음도 잠시다. 민중을 못 배운 이들이라 무시해 버리면 된다. 그런 무식한 이들을 나름 죽지 않고 살게 지금처럼 계몽하여 그나마 이렇게라도 있게 한 건 바로 자기 자신이라며 나름 기이한 우월감을 가지게 될 것이니 말이다. 그들과 한 때 한 자리에 사는 우리는 고난을 피하기 어렵다. 하나 그 고난은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 정말 우린 누구인가를 말이다.
유대칠
2024 05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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