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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숲 Feb 09. 2024

멘탈을 회복하는 법

꿈에서 출근을 했다. 평소와 같이 장갑을 끼고 가방을 풀고 산더미같은 책을 하나씩 찍어서 배가한 후 온몸이 땀에 젖었다. 이용자에게 친절한 미소를 건네며 최선을 다했다. 잠시 짬이 나서 옆자리 선임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야~ 이걸 15년 동안 해야 한다니, 좀 무서운데요?"

그러자 선임이 말했다.

"곧 정년이 늘어난대. 아마 이십 년은 해야 할 거야."

이거 실제 나눈 대환데? 그대로 꿈에서 재현되었고 바로 깨어났다. 꿈처럼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긴장으로 온몸에 힘을 주었는지 종아리에 쥐가 났다.  


직업상담사로 오래 일하면서도 적성에 맞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다른 직업을 해보니, 이제사 그게 얼마나 적성에 잘 맞는 직업이었는지 알았다. 남편과도 헤어지고 나면 그래도 잘 맞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될까. 지금은 내가 초예민한 상태니 어떤 중요한 결정도 내려서는 안된다. 잦은 풍랑이 치겨울바다 마냥 감정적인 나는 이 시점에 절대로 절대로 이성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생각과 다르기 마련이다. 남편은 오랜 친구나 가족보다도 편안했고, 기댈 수 있는 사람 같아 보였다. 그러나 결국 사람은 누구에게도 의존하면 안 되고,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작은 미약해도 알콩달콩 아이도 낳고, 사소한 일로 다투며 아이로 인해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고달파도 아이로 인해 웃고, 어느 정도 키운 후에는 아이를 보며 내 삶이 그냥 흐르지는  않았다는 보람과 안도감도 느끼고 거센 풍파 속에서도 한 걸음씩 성장하며 늘어가는 흰머리만큼 여유도 생기고 살림도 점차 피고 시댁, 친정 가족들과 화목하게 왕래하고 복작복작대며 그렇게 남들처럼 살 줄 알았다. 시어머니가 왜 애를 안 낳냐고 할 때마다, 둘이 천생연분이라고 할 때마다 화가 났다. 그러나 누구 탓도 아니다. 그저 내 기질과 순간의 선택이 켜켜이 쌓여 만든 결과일 뿐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금껏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갔지만,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지인이 너무나 직관적인 제목이라며 웃었던 '멘탈을 회복하는 법', '멘탈이 강해지는 법'이라는 책을 읽었다. 과거를 완전히 버리고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살라 했다.


나는 지금도 현실과 망상을 구분하지 못한다. 꿈속에서 출근을 하고, 이곳에 있으면서 생각은 저 먼 곳을 떠돈다. 앞서 걱정하고, '이게 맞나, 이 삶이 맞나.'불안해하며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나를 아끼지 않는다. 틈만 나면 변화하겠다는 의욕이 앞서 몸을 불 싸지르듯 혹사시켜 버린다. 오랜만에 혼자가 된 소중한 시간에도 라면을 끓여 먹고 맥주를 마시며 밤새 티브이를 보다가 불룩 나온 배를 안고 불편하게 잠에 빠져들게 방치한다. 나는 내게 고약한 악덕 사업주다.


지나온 곳으로는 어디로도 돌아가지 않겠다. 눈부신 일출이 떠오르는 맑은 바다도 좋지만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둑한 바다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곳도 나에게 잘 맞을 수 있다. 내게 게으르지 않고, 현실에 적응하되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한다면, 일과 사람 무엇에도 끌려다니지 않는 내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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