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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옹수엉 Apr 23. 2022

한국의 영어, 독일의 영어

독일의 영어 교육 시스템


지금까지 나는 3년 정도 영어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러면서 항상 한국의 영어 교육에 대해 마음속 깊이 답답함을 느꼈다.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제는 유치원 아이들도 만나면서 이게 맞는 건가라는 의문을 많이 느낀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영어에 사교육비를 가장 많이 쏟는 나라다. 심지어 영어 유치원에 보내기 위한 레벨 테스트를 봐주는 영어 학원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0/11/14/2EQAPUSTX5DOPCWMVOEC6SRRJM/


오늘 새로운 유치원생 아이를 만났는데, 영어 유치원에서 문장을 외우는 것을 숙제로 받았다고 한다. 문장을 외우면 부모님께 유치원에서 아이가 암송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낸다고 한다. 아이는 스페인에 대한 글을 외웠어야 했는데, 외우면서도 아이는 스페인이 어떤 나라인지 어떠한 이미지도 머릿속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글자만 읽고 외우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이 정말 아이들을 위하는 방법일까? 학부모들에게 보여주기 식뿐인 거 아닐까? 



MacLean(1968) 

우리의 뇌는 본능의 뇌, 정서의 뇌, 이성의 뇌 순서로 발달을 한다. 본능의 뇌는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가능하게 한다. 정서의 뇌는 분노, 두려움 등 감정을 담당하는 부위이다. 이성의 뇌는 고등 정신 기능을 담당한다. 많은 교육과 양육이 이성의 뇌에 집중하지만, 이성의 뇌가 잘 기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서의 뇌가 잘 발달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정서의 뇌가 발달하는 시기가 영유아 시기이다. 아이들은 영어 문장을 암기하는 것이 아닌, 여러 가지 체험과 활동을 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자라나는 게 우선이어야 한다. 또한 이런 교육은 모국어가 발달할 기회조차 빼앗는다.


 

우리는 왜 이렇게 영어에 목매는 걸까? 아이들은 왜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공부해야만 하는 걸까?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퍼진 영어에 대한 열등감을 빼놓을 수 없다. 외국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한국인들이 참 많다. 아무리 해도,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늘지 않는 이들이 태반이기에.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해서 쉽게 배워서 시간을 아껴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하면 아이들이 습득력이 더 좋기에, 언어를 더 빨리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나이가 아니다. 문제는 영어에 대한 태도다.

우리는 영어를 시험을 위해 배웠다. 시험을 위해 배우는 영어는 과목의 일부일 뿐 결코 언어가 되지 못한다.

언어의 목적은 소통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결국 소통을 위해 존재하기에, 언어의 습득은 소통을 위한 의지가 얼마나 있는가에 달려있다. 본인이 언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면 언어를 충분히 쉽고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다. 그렇게 세계와 소통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영어뿐만 아니라 8개 국어를 하는 친구도 만났다. 


I have to do this와 I want to do this는 분명히 다르다.


더 넓은 세상에 대한 관심과 연결이 영어에서의 핵심인데, 우리는 이를 배제하고 과목으로서, 글자로서만 배우니 want가 생길 리가 없고, 시험과 스펙을 위해서(have to) 꾸역꾸역 하는 것이다. 



독일에서 정말 놀랐던 것은 김나지움(독일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영어 성적이 가장 낮았다고 말하는 친구조차 영어로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제일 성적이 낮았으면서도 영어로 말할 수 있는 거냐고 놀라서 물어보니, 그 친구는 항상 학교에서 영어시간에 영어로 말을 했어야 했다고 했다. 독일에는 사교육이 없다. 학교에서 모든 것을 끝낸다. 아이들은 3학년 때부터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하지만,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영어를 잘한다. 제일 못했다는 그 친구조차 영어로 소통에 무리가 없었고, 친구들은 영어로 된 영화를 자막 없이 보면서 전혀 어려워하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가 영어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학원을 다닌 시간이 얼마였으며, 썼던 돈은 또 얼마인가.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독일의 영어 교육은 어떻게 다른 걸까?

 

독일 초등학교 영어의 목표 - 다른 세계와 문화에 대한 흥미를 키운다


내가 이해한 독일 교육의 핵심은 이렇다. 

일상과의 연결 그리고 다른 세계에 대한 흥미이다.

한번 초등학교 때부터 살펴보자.


초등학교 3학년 때 독일 아이들은 영어를 게임으로 배운다. 목표는 아이들이 영어에 대한 흥미를 키우고, 최대한 영어로 말하기를 해보는 데에 초점을 둔다. 수업시간에 둥글게 서서 공을 던지면서 서로 영어로 취미나 좋아하는 것을 말해보기도 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극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점원과 손님 역할극 혹은 약속 잡기 등 아이들이 평소에 하는 놀이 혹은 일상을 영어를 이용해서 해보는 것이다. 다 함께 영어 노래를 부르면서 언어의 소리에 친숙해지기도 한다. 


4학년 때는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단어들과 듣기에 집중한다. 또한 여전히 게임을 통해 재미있게 배운다. 예를 들어 칠판에 여러 전화번호를 적고, 각자 아이들에게 번호를 준다. 그런 다음 한 아이가 그 번호에 전화번호를 영어로 말하면, 해당되는 번호를 가진 친구가 전화를 받아서 실제 대화를 진행하는 것을 연습한다. 교실 곳곳에 일상에서 사용되는 표현들의 포스터가 붙어있어서 말하고 싶은 표현들을 실제로 써보는 연습을 한다. 


5학년이 되면 이제 좀 더 grammar와 vocab에 좀 더 집중한다. 일상생활 혹은 외국인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topic에 집중한다. 수업시간에 사용되는 story book을 통해 아이들은 예를 들어 런던에 있는 가족의 일상 삶에 대해서 알게 되는 등 다른 나라에 대한 흥미를 키우고, 본인의 일상을 표현하는 단어들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또한 학교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topic에 대해서도 배워 실제로 이 주제로 10분에서 15분 정도 선생님과 영어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은 초등학교 만으로도 이미 영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다음 자연스럽게 생긴 영어에 대한 관심을 각자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더 키워나갔다.

(*독일은 주마다 굉장히 다른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지금 나온 영어 교육법은 바이에른 지역이다)



그런 다음 김나지움(독일 인문고등학교)에 가면 좀 더 세계와 관련된 내용들을 배운다고 한다. 영어를 사용하는 세계에 대해 배우고 영상으로 접하면서 세계에 대한 관심을 실제로 더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처럼 영어 문단이 잘려서 읽는 것이 아니라, 원서를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썼어야 했으며, 영어 영화를 함께 보고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끊임없이 연습하면서 영어를 실제로 활용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 7학년 때부터는 영어로 토론을 해야한다.


https://youtu.be/LZ2giAaHNYU

(김나지움에 하루 인턴을 하러 갔을 때, 선생님이 틀었던 영상이다. 인도의 쓰레기에 대한 영상들을 보여주면서,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해 토론하였다. 독일은 이미 발전한 나라이기에, 같은 기준을 개발 중인 인도에 적용을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아이들에게 독일만의 시각이 아닌, 더 넓은 시각에서 글로벌 문제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토론은 모두 영어로 진행되었다.)



또한 김나지움 때 아이들은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영어권 학생들과 교환학생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존재했다. 서로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문화와 언어를 배웠다고 한다. 




영어가 이래도 나이의 문제일까? 공교육이 흔들리고 부모가 휩쓸리면 고통받는 것은 아이들이다.

세계에 대한 흥미를 키우고 그로 인해 소통에 대한 열망을 키우는 것. 영어를 통해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그것이 영어를 가르치거나 공부하는 방법이 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많은 자료와 정보를 준 Simon과 David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참고자료

https://www.grundschulkoenig.de/englisch/

https://www.lehrplanplus.bayern.de/fachprofil/grundschule/engli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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