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항구에서 만난 한인 할머니>
신랑이 시드니에 입국하고 다음 날 즈음에 배를 타보고 싶다고 했다. 페리는 대중교통 중에 가장 비싸다는 말을 들어서 넷이 모두 교통카드에 충전을 하려는데 마지막애 충전을 한 작은 아이가 돈을 다시 들고 왔다. 내가 돈을 두 번 냈다는 것이다? 그냥 가져가도 모를 텐데 감사한 일이었다
부랴부랴 선착장에서 플랫폼 번호를 확인하는데, 페리가 자꾸 플랫폼 번호를 바꾸는 것이다? 급한 마음에 이리저리돌아다니며 물어보고 급히 선착장에 와서 숨 돌리고 벤치에 앉아있는데 뒷자리에서 어떤 할머니께서 말을 건네오셨다.
“어머나 어디서 이렇게 반가운 한국사람 말소리가 들리나 했더니? 너희구나!”
인자하고 고운 인상의 할머니는 아이들을 보며 반가워하셨다. 시드니에 할머니의 두 아들이 우리 아이들만 한 나이에 시드니에 왔다고 말씀해 주셨다. 아들 둘 키우기 힘들 텐데 어떻게 왔냐고 하시면서 시종일관 우리 아이들을 다정하게 바라봐주셨다. 아이들이 살기에 시드니가 정말 좋다고 여러 번 말씀하시며 아이들에게 당부하셨다.
“애들아 엄마말 잘 들어야 한다. 엄마 힘드니까~알지?~”
하시며 친정엄마처럼 나를 걱정해 주시는 말을 해주셨다. 가까이 살면 놀러 오라고 하고 싶다고 하시며 아이들 등도 두드려주시고 페리 타는 방법도 잘 알려주셨다. 마음이 훈훈해졌다. 머나먼 땅에서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위로받는 순간이었다.
시드니에 와서 가장 가슴이 뭉클한 순간이었다. 시드니에 와서 인종차별도 받고 곱지 않은 시선도 느껴보았지만,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처음 본 사람에게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긴 시간도 아니고 고작 십분? 이십 분? 만에 한인 할머니의 위로와 격려가 그동안 호주에서의 고생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지금 댁으로 가는 페리가 왔다고 하시면서 올림픽파크에 올 일 있으면 놀러 오라고까지 해주셨다. 그러더니 급히 다시 오셔서 가방에서 홍삼정을 꺼내서 주셨다. 죄송한 마음에 사양했는데, 먹고 힘내서 애들 키우라고 주시는 거라면서 선물 박스 안에서 뜯어서 새거 한팩을 다 주셨다. 호주에서 더 귀한 걸 텐데 시드니 공무원인 아들에게 구정선물로 받은 거라면서 계속 손에 쥐어주셨다.
“잘 키워요. 힘들어도 지금이 제일 이쁠 때예요. 애들아~ 꼭 호주 와서 공부 열심히 해서 공무원 해~”
하시고는 끝까지 밝게 웃으시면서 길을 떠나셨다.
한참이나 떠나신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타국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 따뜻하게 손잡아 주시고 선뜻 선물까지 내어주시는 한인 할머니...
뒷모습만 급히 사진으로 남겼다. 연락처라도 받았다면 꼭 보답하고 싶다. 할머니의 따뜻한 말이 호주 여행 내내 큰
힘이 되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따뜻한 손길을 내밀수 있는 사람이 되길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호주여행 후 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좋은 사람을 만난 시간들이었다.
멋지고 훌륭한 풍경, 특별하고 귀한 경험? 한국과는
다른 자연환경! 모두 모두 좋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기억보다 좋은 사람 만나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교류했던 순간이 더욱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도 하나씩 호주 이야기보따리를 브런치에 하나하나 풀어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