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서관에서 글 쓰는 브런치 작가의 도서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
글쓰기 좋은 곳을 찾았다!
새벽에 일어나 집에서 글쓰기란 쉽지 않았다. 집이라는
공간이 집중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
자꾸 딴짓을 하게 되고 주방에 테이블은 왜 이리 눈에
거슬리는 것이 많은지….,
글을 쓰다 말고 쓰다 말고를 수십 번…,
작가가 되자고 큰소리쳤지만 마땅한 글쓰기 장소를
찾지 못했는데,
운명처럼!~ 글쓰기 좋은 장소가 나타났다.
바로 집 근처 법원도서관이다.
공방 출근하는 길에 자주 봤지만 선뜻 들어가지 못했는데,
신랑이 주말에 조용히 논문 쓸 곳으로 카페를 간다기에 말렸다.
“주말에 카페는 사람이 엄청 많아! 도서관 가자” 하고는
문득 법원도서관이 떠올랐다.
일반 도서관에 비해서는 작고 왠지 들어갈 때도 어색했다.
게다가 법원이라니! 지은 죄도 없지만 거리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안에 들어서자마자 신세계에 온 것 같았다.
조용하고 깨끗하다. 잔잔한 클래식이 흐르고 좌석도 다양하고 넉넉했다.
불편한 점은 가방 소지가 불가능해서 매번 사물함을 사용해야 하고 아이들은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지만 나야 뭐 주중에 애들 학교 보내고 올 테니 상관없다.
문득 고등학교 때 도서관이 떠오른다.
아마도 이름이 중원도서관이었다. 그때 당시는 도서관이 흔히 있던 시절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새로 개관한 중원도서관은 늘 인기가 많았다.
돌이켜보면 나의 학창 시절에, 학교 끝나고 도서관에서 새책들 사이에 푹 파묻혀있을 때 가장 행복했다.
한창 책 읽다가 지하에 내려가 간식도 사 먹고 저녁 시간이되면 도서관 부설 식당에서 저렴하게 밥도 먹을 수 있었다.
도서관 열람실에 가서 공부한다고 용돈 두둑이 받고 집에서 나와서는 막상 도서관에 오면 맡아놓은 좌석 책상에 가방 던져 놓고는 곧바로 다른 층으로 갔다.
그러고는 관심분야 책들 한창 읽어보다가 지하에 가서
요깃꺼리 사 먹고 옥상에 올라가 휴식터에서 친구들과 수다삼매경에 빠지기 일쑤였다.
수많은 날들을 도서관에서 보내고 나니 나의 여중시절과 여고시절은 중원도서관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무렵 막연히 작가에 대한 꿈을 꾸었던 것 같다.
에세이를 처음 읽으며 나도 멋진 삶을 살다가 에세이를
쓰고 싶다! 꿈꾸었고,
세계여행 책을 읽으며 나도 세계일주를 하고 꼭 책을
쓰고 싶다! 꿈꾸었다.
용인으로 이사 간 후 중원도서관 출입이 뜸하다가 이사 간 후 발길을 끊었다.
가끔 성남 친구네 가다 보면 중원도서관이 보인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20년도 넘게 터줏대감처럼 자리한 오래된 도서관이 되었다. 그때의 도서관 경험은 지금까지도 꽤 도움이 된다. 도서관에 가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온해진다.
평온함이 지나쳐 과거, 공부한답시고 많이 자서 그런지
잠이 솔솔 올 정도로 내 집처럼 편안하다.
지금 법원도서관이 내가 어릴 적 자주 가던 중원도서관
같은 느낌이다. 평온하고 안락하다. 들어서자마자 책 냄새가 물씬 나고 깨끗하다.
처음 법원도서관에 왔던 날 내가 신랑에게 한말이 떠오른다.
‘서재 뭐가 필요해 집 근처에 이렇게 큰 서재가 있는데!’
매일 오전에 잠깐씩이라도 들러서 글을 써 내려가고 싶다.
보잘것없는 나의 이야기, 또 내가 살아온 이야기,
내가 살아갈 이야기들 술술 적어 내려가고 싶다.
또, 가죽공예를 하며 느껴온 이야기들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며 겪은 에피소드들….,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를 또, 누군가에게 공감을 주는
어릴 적 도서관에서 꿈꾸던 ‘작가’가 되고 싶다.
(우연히 발견한 나와 동명이인!! 번역가이신 것 같다.
나도 언젠가 내 이름 꾹 박힌 책이 나오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