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콤북스 김희영 Mar 21. 2023

혹시 자폐 스펙트럼인가요?

느린 아이 키우는 이야기

(이전 글과 이어집니다)






"선생님... 저... 혹시... 우리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은 아니겠죠?"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용기를 내서 질문을 했다. 엄마의 감으로 아니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전문가 선생님의 의견을 꼭 한 번은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마다 증상이 조금씩 다르기에, 그리고 요즘 너무나 흔하게 거론되는 용어이기에 한 편으로는 겁이 났다. 내 입으로 그 단어를 꺼내는 순간 기정 사실화가 될 것 같아서 꼭꼭 숨겨둔 단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떠도는 증상들이 우리 아이와 들어맞는 게 꽤나 있었다.



말이 느린 것, 잘 웃지 않는 것, 눈 맞춤이 적은 것, 또래 친구와의 상호작용이 적은 것, 혼자서도 잘 노는 것, 줄 맞추기에 집착하는 것, 본인만의 순서와 패턴이 있는 것, 관심 있는 것에 집중력이 뛰어난 것, 한 분야(숫자)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 등...



그 모든 것들이 으누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우리 으누가 숫자 분야에서만 천재성을 나타내는 것도 한 편으로 걱정이 되곤 했으니까.






선생님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씀하셨다.



"지금으로선 자폐스펙트럼이 맞다 아니다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아이에게 의심되는 증상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판별할 수는 없어요. 예민하고 조심성이 많은 기질과 성향일 수도 있거든요. 이 부분은 앞으로의 교육을 통해 얼마나 제거해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선생님 말씀은 이랬다. 모든 아이들에게는 조금씩 자폐 스펙트럼으로 보일 수 있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다만 크면서 자연스럽게 제거가 되고 또 다른 능력이 길러지는데,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으누같은 경우에는 대근육 발달 문제를 말씀해 주셨으니 그 부분의 기능부터 길러보자고. 대근육 활동에 자신이 없어서 정적인 놀이 위주로 하느라 성향이 더욱 조심성 있게 바뀌었을 수도 있는 거라고.



그래도 선생님이 보셨을 때 눈에 띄는 증상이 있었으면 말씀을 바로 해주실 텐데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은 크게 하지 마시라고 안심을 시켜 주셨다.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있자니 안심이 되면서도 아이에게 더욱 미안해졌다. 좀 더 일찍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볼 걸, 좀 더 일찍 아이의 불편한 부분을 알아채줄걸.






그렇게 아이는 감통치료(감각통합발달치료)를 시작했다. 벌써 7주 차가 되었다. 낯선 사람과 낯선 장소에 마음을 잘 열지 않는 편이라 초반에는 애를 먹었지만 지금은 선생님 만나러 가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7주 만에 아이는 완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이 느린 6살, 발달센터 상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