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아이 키우는 이야기
(이전 글과 이어집니다)
"선생님... 저... 혹시... 우리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은 아니겠죠?"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용기를 내서 질문을 했다. 엄마의 감으로 아니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전문가 선생님의 의견을 꼭 한 번은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마다 증상이 조금씩 다르기에, 그리고 요즘 너무나 흔하게 거론되는 용어이기에 한 편으로는 겁이 났다. 내 입으로 그 단어를 꺼내는 순간 기정 사실화가 될 것 같아서 꼭꼭 숨겨둔 단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떠도는 증상들이 우리 아이와 들어맞는 게 꽤나 있었다.
말이 느린 것, 잘 웃지 않는 것, 눈 맞춤이 적은 것, 또래 친구와의 상호작용이 적은 것, 혼자서도 잘 노는 것, 줄 맞추기에 집착하는 것, 본인만의 순서와 패턴이 있는 것, 관심 있는 것에 집중력이 뛰어난 것, 한 분야(숫자)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 등...
그 모든 것들이 으누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우리 으누가 숫자 분야에서만 천재성을 나타내는 것도 한 편으로 걱정이 되곤 했으니까.
선생님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씀하셨다.
"지금으로선 자폐스펙트럼이 맞다 아니다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아이에게 의심되는 증상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판별할 수는 없어요. 예민하고 조심성이 많은 기질과 성향일 수도 있거든요. 이 부분은 앞으로의 교육을 통해 얼마나 제거해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선생님 말씀은 이랬다. 모든 아이들에게는 조금씩 자폐 스펙트럼으로 보일 수 있는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다만 크면서 자연스럽게 제거가 되고 또 다른 능력이 길러지는데,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속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으누같은 경우에는 대근육 발달 문제를 말씀해 주셨으니 그 부분의 기능부터 길러보자고. 대근육 활동에 자신이 없어서 정적인 놀이 위주로 하느라 성향이 더욱 조심성 있게 바뀌었을 수도 있는 거라고.
그래도 선생님이 보셨을 때 눈에 띄는 증상이 있었으면 말씀을 바로 해주실 텐데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은 크게 하지 마시라고 안심을 시켜 주셨다.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있자니 안심이 되면서도 아이에게 더욱 미안해졌다. 좀 더 일찍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볼 걸, 좀 더 일찍 아이의 불편한 부분을 알아채줄걸.
그렇게 아이는 감통치료(감각통합발달치료)를 시작했다. 벌써 7주 차가 되었다. 낯선 사람과 낯선 장소에 마음을 잘 열지 않는 편이라 초반에는 애를 먹었지만 지금은 선생님 만나러 가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그리고 7주 만에 아이는 완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