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iara 라라 Oct 28. 2022
새로운 캠퍼스가 오픈할 때 선생님들이 해야 하는 일은 수업 준비가 아니다.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건 새 캠퍼스 '홍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본사에서 오픈 준비를 도와주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캠퍼스에서 근무해야 하는 직원들이 홍보에 참여하면 캠퍼스에 방문을 한 사람들이 눈에 익숙한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주변에 소문이 좋게 난다고 한다. 물론 새로운 직원을 뽑고서 계속 놀릴 수는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드디어 본사와 서울 캠퍼스, 그리고 분당의 캠퍼스에서 교수부, 상담부, 관리부 직원들 10여 명이 은사 캠퍼스로 발령이 났다. (중계동에 은행사거리는 학원가로 유명하다.)
상담부와 관리부 직원들은 발령 후 바로 오픈 캠퍼스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교수부 선생님들은 당시에 담당하고 있는 학생들을 학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가르치고 관리해야 하므로 거의 마지막 날까지도 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하루의 쉼도 없이 주말도 없이 그다음 날부터 바로 새 캠퍼스로 출근해야 했다.
새 학기 새 캠퍼스의 오픈 전까지, 평일에는 원래대로 기존의 캠퍼스로 정상 출근을 했고 주말에는 새 캠퍼스에 가서 오픈 준비를 도왔다. 처음 새 캠퍼스에 갔을 때는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따뜻한 물도 나오지 않고 먼지투성이였다. 완성이 된다면 깔끔하고 예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에 갔을 때는 실내 공사는 완성이 되었으나 오피스 물품들이 아직 다 들어오지 않아서 그 공간들은 텅 비어 있었다. 그다음에는 책상이 들어와서 준비 중간에 식사는 서서 했고, 그다음에는 의자가 들어와서 드디어 앉아서 식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조금씩 새 캠퍼스의 모습을 갖추어 나가고 있었다.
새로 고용된 선생님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서울 캠퍼스에서 교육과 청강이 이루어졌다. 시강은 새 캠퍼스의 강의실에서 꾸준히 이루어졌다. 오픈 캠퍼스의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서인지 활기가 넘치는 선생님들이 많았고 다들 의욕이 상당했다. 덕분에 밝은 분위기의 캠퍼스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주말에는 보통 레벨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학생들이 어학원에 들어오려면 본인의 실력을 알고 그 단계에 맞추어서 공부를 시작해야 하므로 레벨 테스트를 진행한다. 어른들이 어학원에 접수할 때와 똑같은 절차이다. 다만 차이가 조금 있다면, 레벨 테스트가 끝난 후 테스트 결과가 분석되어있는 성적표를 가지고 학생이 아닌 학부모와 상담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신규 학생의 레벨 테스트 후 상담을 하다 보면 다양한 학부모들을 만나게 된다. 아이의 성적에 놀라거나 만족하는 분들, 이럴 리 없다며 다시 시험을 보겠다는 분들, 학원에는 관심이 없고 아이의 실력만 확인하러 오신 분들, 성적 분석은 들을 생각이 없고 아이의 자랑만 장황하게 늘어놓으시는 분들, 긴 기다림에 짜증이 나서 무엇 하나 꼬투리를 잡으시려는 분들, 아이가 처음이고 부모도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무조건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 등. 이렇게 다양한 분들과 상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여갈수록 조금 더 여유롭게 조금 더 너그럽게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 더 선생님으로서 진심으로 학부모들과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고 긴장하기보다는 넉살이 상당히 늘어가고 있었다.
1차로 아이들의 기초를 테스트한다. 그리고 기초가 되어 있는 아이들은 2차로 조금 더 난이도 있는 문제로 테스트가 진행된다. 또 2차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서 상당한 어학 실력이 인정된 아이들은 영어로 에세이를 작성하고, 원어민 선생님과 스피킹 테스트까지 이어서 진행한다. 우리 어학원의 고급 레벨의 학생들은 대부분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것을 알고 있는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그 레벨에 들어가서 공부하기를 바라신다. 이렇게 자그마한 아이들이 이 정도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노력했을까. 물론 재미있게 공부한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언어적인 부분이 뛰어나서 조금만 해도 습득이 빠른 학생들도 있겠지만 학부모의 욕심으로 더 어렸을 때부터 학습에 대한 압박을 느끼며 공부하는 아이들도 많이 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영어 선생님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힘들게 영어를 ‘학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영어는 ‘즐겁게’ ‘놀이로’ 다가가는 것이 좋다.
어학원에서 선생님으로 일한다는 것은 단순히 가르치는 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가르치는 것은 기본이고, 학생들을 관리해야 하며, 학부모와의 상담도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잠재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 여기에서 잠재 고객은 아직은 이 학원의 학생이 아니지만 앞으로 이 학원에서 공부를 할 수도 있는 학생과 그들의 부모를 일컫는다. 이를 상담부나 관리부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는 선생님들은 원만하게 직장생활을 하기가 힘들다. 모든 직원은 회사에서 요구하는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부서의 직원들이 서로 도와주고 함께 했을 때 회사도 각 개인도 성장을 할 수가 있다. 학원 선생님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생활하기 위한 간단하면서도 너무나도 중요한 이 사실을 잊지 말고 늘 기억했으면 좋겠다.
어느 날은 초등학생들이 하교할 시간에 직원들 모두가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근처 초등학교에서 문구 등을 나누어주며 홍보를 진행했다. 이미 레벨 테스트를 받고 학원에 등록한 아이들 몇몇은 우리 얼굴을 알아보고 다가와서 친근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초등학생들의 이러한 모습들은 너무나도 해맑고 귀엽다. 학생들은 보통 무리를 지어 다니므로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한마디 덧붙일 수 있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친구도 함께 공부해 보는 게 어떨까?'
축 오픈! 드디어 캠퍼스가 오픈하고 아이들로 복작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위험하다고 주의 주어도 아이들은 뛰어다니며 높은 톤으로 까르르 웃는다. 그리고 원어민 선생님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을 걸기도 하고 조금 떨어져서 구경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늘 뭐가 그리 즐겁고 신이 나는 것일까.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한 공간에 있다는 것이 좋은 거겠지?
이곳에서는 또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정말로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새로움의 연속, 도전의 연속이었다. 이제는 조금씩 안정이 되어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