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Chiara 라라 Oct 28. 2022
어학원의 레벨은 세부적으로 나누어져 있는 편이다. 입문, 초급, 중급, 고급, 그 이상이 기본이고, 그 초급, 중급, 고급, 단계별로도 보통은 3개 정도 각 단계를 세분화시킨다. 언어라는 것이 한 부분만 잘한다고 해서 실력이 있고 없음을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험만 잘 본다고 해서 잘한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니 레벨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사실 말이 안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실력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함께 있어야 서로 도움도 받고 재미있게 언어를 습득할 수가 있다. 물론 선생님들도 그렇게 비슷한 아이들이 한 반에 모여 있을 때 가르치기가 더 수월하기도 하다.
선생님들에게는 중간 레벨의 고학년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편안하다. 중간 레벨의 아이들은 영어를 처음 접하는 것이 아니고 어느 정도 공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영어를 거부하거나 그 단계의 수업을 많이 어려워하지는 않는다. 고학년은 선생님의 설명을 조금 더 잘 이해한다. 하지만 정체기가 생길 수 있는 기간이라 동기부여가 필요한 아이들이 많은 레벨이기도 하다.
같은 레벨이어도 저학년 아이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훨씬 까다롭다. 그래서 교재는 동일하더라도 저학년 아이들의 교수법과 고학년 아이들의 교수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신입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레벨에 따라서 그렇게 다르게 수업하는 것에 아직은 익숙하지가 않다. 따라서 모든 아이들을 비슷한 교수법으로 가르치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경력이 적거나 없는 신입 선생님들과 초등학생을 가르쳐 본 적이 없는 경력직 선생님들이 입사를 하면 중간 레벨의 고학년 아이들의 반을 우선으로 배정한다. 그렇게 해야 선생님들이 회사에 적응하기도 쉽고 초등학생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도 차근히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캠퍼스의 사정에 따라서 그런 배정이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다.
입사 시 나는 완전한 신입 선생님이었기에 중간 레벨의 고학년 아이들만을 배정해 주는 것이 캠퍼스 측에서도 위험 부담이 없었을 것이다. 서울의 캠퍼스에서 근무하기로 되어 있던 내가 분당의 캠퍼스로 바로 발령이 난 것은 갑자기 한 선생님이 개인 사정으로 인해서 그만두게 된 자리를 남은 학기 동안 대체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학기가 시작된 그 선생님의 반을 맡아야만 했다. 그 반들은 저 레벨의 저학년 아이들 반과 중간 레벨 아이들의 반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완전히 고 레벨의 반이 있었는데 내가 출근을 하기 전에 담임 변경을 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나에게는 너무나도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신입 선생님들에게 저학년 저 레벨 아이들의 반을 보류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이들이 아직 많이 어리기 때문이다. 특히 미혼이나 주변에 아이들이 없어 아이들을 만나본 경험을 해 보지 못한 선생님들은 저학년 아이들이 얼마나 어린지 가늠하기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이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성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학생의 이미지보다는 아동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지금은 유아와 아동을 구분할 줄 알지만, 그때는 잘 알지 못했다. 엄밀히 법적인 용어로 따지자면 초등학생은 아동이 맞다. 아동복지법에서는 18세 미만의 사람을, 형법에서는 16세 미만을 아동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알아서 잘하는 아이들도 있고, 조금은 빠른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보통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성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느리다. 그것을 예상하지 못하는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빨리할 것을 요구하곤 한다. 선생님들이 명심해야 할 점은, 아이들은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학원이라는 곳에서 보호자 없이 친구들과 함께, 모국어도 아닌 외국어를, 놀이가 아닌 학습을, 한국인 선생님, 외국인 선생님과 하고 있는 아이들인데 선생님이 조금 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기다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
한두 학기를 경험하면서 선생님들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알아간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어떻게 다가가고 함께 해야 하는지 선생님들도 배워간다. 그 시간을 주기 위해서 저학년 저 레벨 아이들의 반을 먼저 배정해 주지 않는 것이다. 담임을 하지 않더라도 어학원 곳곳을 돌아다니는 아이들과 마주치고, 인사를 하고, 이야기 나누다 보면 저절로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느리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아이들도 자신들을 잘 알고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선생님과 함께 영어를 시작해야 더 재미있고 놀이처럼 학습을 할 수 있게 된다. 난 그래서 선생님의 몫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분당 캠퍼스에서 첫 담임을 했던 저학년 저 레벨의 반은 학생이 4명밖에 없는 작은 반이었다. 상당히 순한 아이들이었다. 정말 사랑스러웠다. 아이들과 재미있게 노래를 듣고, 노래를 부르고, 단어 게임을 하면서 수업을 진행했다. 나는 아이들이 이렇게 작다는 것이 너무나도 신기했고, 그런 아이들이 영어를 따라 한다는 것도 너무나 신기해서 한마디를 할 때마다 칭찬을 담뿍해주었다. 아이들을 유달리 좋아하는 내 성격도 한 학기 수업을 무난히 하는데 한몫한 것 같다. 나의 첫 경험이 재미있고 좋았기 때문에 나는 저학년 저 레벨 아이들의 수업이 쉽지 않다는 것을 그때는 잘 알지 못했다.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들이 참 많던 신입 시절이다. 이후에 경험이 쌓이면서 차차 알게 되었다. 경험의 중요성!
또 다른 반인 중간 레벨의 아이들은 확실히 가르치기에 수월했다. 이해도 잘했고, 집중도도 좋은 편이었다. 내가 선생님으로서 많은 것을 전달해 주려는 욕심만 버리면 된다는 것도 배웠다. - 이런 배움은 삶을 살아가는데 지혜가 된다. - 많은 것을 준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많은 것을 주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아이들이 언어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가르치고, 그것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외국어 학습을 도와주는 선생님의 역할이다.
그 당시에는 출근 초반이었기 때문에 시강이 자주 진행되었고, 덕분에 나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청강도 틈틈이 해서 다양한 레벨의 좋은 선생님들의 강의도 많이 들으며 하나씩 배워나갔다.
선생님들이 수업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교수법이 정말로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의 돌발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배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하는 행동에는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서 예측할 수 있는 행동이 있고,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돌발 행동이 있다. 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하고 있어도 직접 겪으면 당황하기 마련인데, 어떤 경우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아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하기까지는 많은 경험이 필요했고 또 오랜 시간이 걸렸음에도 익숙해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아이들이 영어 실력을 쌓아서 한 단계씩 레벨을 올라가듯이, 나도 그렇게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고, 간접적으로 선생님들에게 하나씩 배워가면서 교수법도 쌓아가고 영어 실력도 쌓아가며 선생님으로의 내면적인 레벨업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