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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ara 라라 Jul 17. 2024

일기. 주저리주저리

- 라라 소소 39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했을 때 가르치는 학생 중에 고등학교 3학년 생이 몇 명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나를 짓눌렀고 나는 강박적으로 손을 닦고 또 닦았다. 실내에 들어서면 바로 비누로 손을 씻었고, 실외에서는 겔 타입 손 세정제를 가지고 다니면서 틈틈이 살균하곤 했다. 밤에 침대에 누우면 손이 쓰라려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손을 혹사시켰다. 그만큼 바이러스 전파에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건 내가 바이러스를 학생에게 옮기고, 학생이 학교 반 아이들에게 옮기고, 반 아이들은 학교 전체를 확진자로 만들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고, 그 당시에는 학생들도 나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코로나가 잠잠하게 머물다 갔거나 운이 좋게 나에게는 오지 않았다고 믿고 있을 즈음, 뒤늦게 걸려서 혹독하게 고생을 한 기억이 있다. 나만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지 같은 자리에서 함께 코로나에 걸린 다섯 명이 한 곳씩만 혹은 며칠만 고생하고 괜찮아진 거에 비해서 나는 일주일 내내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때는 일주일 자가격리 기간이 있었다. 약이 독하니 죽이라도 수프라도 뭐라도 먹어야 하는데 그 숟가락 들 힘조차 없었다. 일주일 꼬박 앓고 나서 후유증도 오래갔다.


 인후통이 동반된 목감기는 종종 걸리는지라 그 통증은 익숙하다. 근육통이 심한 몸살감기에 걸리면 며칠 동안 골골 대기도 한다. 그래도 일주일 넘게 아픈 건 너무했다. 코로나는 확실히 감기와는 증상이 다르구나, 느꼈던 경험. 코로나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슬퍼지는 이유는 이 때문일 거다.     

    



 날이 너무 더웠고, 비가 많이 내렸다. 이동하는 중에 땀을 흠뻑 흘렸고, 몸도 옷도 눅눅하고 축축했다. 기침이 자꾸 나오고 콧물도 흘렀다. 그래도 감기 증상의 느낌보다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도진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저녁 일정까지 시간이 남아 카페에 들어갔다. 끈끈한 팔을 물로 닦아 내고 세수도 한번 하고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시원해서 좋았고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어서 더 좋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몸이 차가워졌는지 조금 써늘하게 느껴졌다. 여름이어도 실내에 들어갔을 때 에어컨 바람에 추울 수도 있으니 혹시나 싶어서 매일 가지고 다니는 얇은 잠바를 꺼내 입었다. 이게 다였다. 특별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그 후로 한 시간쯤 지나서부터 갑자기 근육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근육통이 느껴질 때 바로 약을 먹었으면 덜 아팠을지도 모르겠다. 근육통은 점점 심해졌고 저녁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쯤에는 거의 걸음을 디디기가 힘들 정도였다. 갑자기 몸살감기라도 걸린 걸까.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한방으로 만들어진 몸살 약을 한 포 마시고, 저녁을 꾸역꾸역 챙겨 먹었다. 지금 아프면 안 된단 말이야. 내 마음이 몸을 아프게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 지난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이 너무 힘들었어. 중간중간 징징대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힘들지 않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진짜 좋았을 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척하기도 했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상처받은 마음을 애써 감추며 스스로에게 괜찮을 거라고, 상처는 상처고, 사람은 사람이라고. 같은 게 아니라고. 잘 피하면 될 거라고. 하지만 피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피한다고 마음이 편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머릿속은 더 복작복작해졌고 꿈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집에 있던 약을 먹고 씻고 침대에 쓰러졌다. 시간을 확인해 보면 30분이 지나있었고, 또다시 눈을 뜨면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잠을 푹 자지 못하고 계속 깼다. 너무 아파서.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다 아팠다. 코로나 때처럼, 올봄에 코로나는 아니었지만 인후염과 근육통으로 아팠을 때처럼, 그렇게 아팠다. 올봄에는 거의 두 달을 아프며 약 먹고 병원에 다니고 목소리까지 나오지 않았을 때 코로나 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아팠다. 코로나 후유증일까. 아니면 그냥 내 몸의 면역력이 약해진 걸까.



 새벽에 약을 한 번 더 먹고 조금 괜찮아졌다. 아파서 움직이고 싶지 않았지만, 기운을 내서 병원에 갔다. 가야 하니까. 아프면 안 되니까. 지금은 아프면 안 되는 시기니까. 아프면 나만 손해가 아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시기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내 몸을 움직일 수는 있어야 한다. 원래 다니던 병원은 버스를 타고 가야 해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갔다. 처음 가는 병원인데 의사 선생님이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진찰을 해 주셨다. 그리고 무서운 말을 하셨다. 코로나일 수도 있으니 마스크는 끼고 다니세요. 며칠 안에 목만 급격하게 통증이 심해지면서 아프면 코로나구나, 생각하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목이 아프면 목을 화하게 만들어 주는 캔디 같은 걸 먹으면서 통증의 강도를 조금 약화시키면서 그 며칠을 참으라고 하셨다. 아, 이제 코로나는 그냥 감기 같은 바이러스가 된 거구나 싶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 코로나일지도 모르는 감기를 옮길까 봐 전전긍긍하는데, 머리가 하얀 의사 선생님은 자상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며칠 동안 할 게 많아서 아프면 안 된다고 하니까, 주사를 놔주셨다. 독한 주사라고 했다. 또 약을 먹는데도 아프면 추가로 진통제를 줄 테니 그걸 더 먹으면 된다고 했다. 이젠 참는 방법밖에는 없다. 견디는 방법밖에는 없다.


 집에 와서 약을 먹고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통증은 조금 사라져 있었고, 누런 가래가 나왔다. 빠른 전개가 아닌가. 괜찮아지려고 하는 걸 거다. 증상이 바뀌면 며칠 뒤에는 다른 약으로 바꿔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도 난 며칠 동안은 병원에 갈 수 없으니 약을 더 처방해 달라고 할 걸 그랬다. 추가 처방된 진통제가 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목소리가 안 나오면 곤란하니 목을 아껴야겠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숨이 나오지만 머리가 아프지만 괜찮아 질거라 믿는다. 근데 그냥 쉬고 싶다. 피하고 싶다. 그럴 수 없는 거 알잖아. 부딪혀야 한다. 힘이 나지 않아도 어쨌든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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