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티로스 Aug 28. 2024

나에게 있어서의 결핍

지금 현재, 나의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이겨내야 하는 것

'현재 나의 가장 큰 결핍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오늘의 글감이다. 나에게 몇 가지 떠오르는 단점들이 있었다. 그것들을 하나씩 나열하면, '짜증내기', '한 번씩 욱하면 말을 함부로 하는 것', '흥분하게 되면 목소리가 커지는 것(아내 입장에서 걱정할 정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색하는 것'이다. 


마지막 것만 빼면, 나머지 '짜증', '함부로 말하는 것', '목소리 커지는 것'들을 정말 신기하리만큼 1~2년 사이에 거의 사라졌다. 말로 하는 것들은 정말 하지 않는다. 3년 전부터 가훈을 '예쁘게 말하기'로 정하고 나서부터는, 집에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나, 아내에게 말을 할 때, 정말 조심했었고, 절대로 함부로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이들한테나 아내한테 절대적으로 말로써 상처를 주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렇게 몇 년간 신경 쓰고 노력하다 보니, 이젠 평상시 말투도 톤다운 되어서, 노잼 말투가 되어 버렸다. 항상 저톤이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어색한 점도 있다. 한번은 집에 아이들 데리고, 워터파크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워터파크에서 시간 정해놓고, '버블소'라고 해서 거품 기계로 거품을 막 뿜으면서, 클럽에 나오는 노래를 틀어주고, 가족, 연인들끼리 비눗방울을 맞으며 음악에 몸을 맡기는 그런 시간들이 있었는데도, 예전 같으면, 업 톤으로 "얘들아, 아빠처럼 흔들어 봐!" 라고 이야기했을 텐데, 이젠 목소리나 분위기 자체가 다운 톤이 되어서, 영 흥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럴 정도로 말 톤은 정말 고칠 게 없을 정도로 점잖아진 것 같은데, 한 가지가 아직 안 고쳐진다. 


그것은 바로, '정색'하는 얼굴 표정이다. 아내가 한 번씩 농담조로 "어이구, 앞으로 너네 아빠 별명은, '방 정색'이다!" 이렇게 말할 정도로 한 번씩 정색을 하곤 한다. 


나도 알고 있다. 상대방의 어이없는 말을 했을 때나, 그런 비슷한 상황을 만들었을 때, 특히나 정색을 잘한다. 상대방이 가히 기분이 상하게 할 정도로 정색을 하는 것 같다. 나도 이 표정을 언제부터 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말 어릴 때부터 정색을 하는 버릇이 있었는지, 아니면, 학원 일 하게 되면서, 학생들이 알아야 하는 상황에서 엉뚱한 대답을 했을 때, 자주 얼굴 표정이 굳어지면서 정색을 하게 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 표정 때문에, 지난주 일요일 아내와 다투기도 했다. 다투다기보다는 아내의 불만 표출?! 이 있었다.


여느 때와 똑같은 일요일 아침이었는데, 내가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뭐라 했는데, 내가 바로 대답을 안 해주고, 몇 번 불렀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계속 대답을 안 했는지, "카톡 좀 보라고~!!!" 이러면서, 눈을 내리깔고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나도 순간 '나를 무시하는 투의 표정과 말투여서, (정색하면서) "그런 눈빛으로 얘기하지 마라! 좀 예쁘게 말할 수 없나?"라고 되받아쳤다. 그랬더니, 뒤돌아서, 안방 화장실로 씻으러 가는 것 같았다. 나는 아내의 그 표정 때문에, 기분이 제대로 나빴다.라는 것을 표현했는 것에 만족하고, 다음번에는 조심해 주겠지 싶은 마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거실에 있었다. 


그런 사이, 아내가 다 씻고 나와서, 선풍기에 머리를 말리며, 뭔가를 생각하고 있긴 한 거 같은데, '머리를 말리는가 보다'하고 아무 생각 없이 있었는데, 갑자기 거실로 나와서는,


"아니, 자기가 내 말을 못 알아 들어서, 한 번 보라고 이야기 한 건데, 어떻게 더 예쁘게 말하는데. 오히려 오빠 표정(정색하는 거)이나 좀 고쳐라. 그런 표정 지을 때마다, 말하기가 싫다!"라고 내 눈을 째려보면서 이야기를 했다. 


아이들이 뒤에서 아내의 말을 다 듣고 있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나는, "그래, 알았다. 미안해, 내가 한번 볼게"라고 대답했다. 


아내의 말을 듣는 순간,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엇, 와이프가 자기 마음 불편한 것을 거의 바로 말하네'라는 마음과 '나도 살짝 화도 나서, 한 마디 하고 싶은데, 아이들이 뒤에서 (화장실;언제 들어갔는지 화장실에 들어가 있었다) 듣고 있으니, 더 이상의 언쟁은 삼가자'라는 마음이었다. 



그 이후로 하루 일과는 아무 큰 일 없이 잘 보냈다. 


솔직히, 아내가 그렇게 자신의 화가 난 표현을 직접적으로 바로 해 준 게, 처음이었다. 보통은 자기 화난 것을 이야기하면, 서로 싸움밖에 안 된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히나 아이들이 있을 때는 더더욱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친구인데, 이번에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해 주는 것을 보고, 솔직히 좋았다.


'우와, 아내도 이제 좀 더 건강해졌네'라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나는, 평소에 마음에 썩힌 것을 마음에 담고 사는 아내에게, "마음에 있는 거, 솔직히 이야기 좀 해요. 좀 말 다툼해도 좋으니, 속 얘기를 좀 하고 살아요."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렇게 하면, 크게 싸우게 될까 봐, 걱정이 되어서 그런 말은 하지 않는 아내였다. 


하지만, 이번에 거의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그래, 잘했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몇 년 사이에, 내가 큰 소리를 내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면 됐지. 내가 성질난다고, 나의 화를 가족들에게 표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정색'을 한번 고쳐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어머니, 어싱으로 다시 웃음을 찾으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