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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Dec 07. 2023

잘 모르겠어요...

한 가지라도 집중해 보길...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가볍게 생각해 보면, 어른들처럼 진상 고객이 있나? 갑질하는 상사가 있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아이들에게는 사춘기 시기가 있습니다. 아주 예민하죠. 초등학교 5학년까지는 아무 일도 없이 잘 나가다가, 갑자기 어느 시기가 되면, 모든 것이 귀찮다고 다 하기 싫다는 무기력증을 동반한 사춘기가 올 때는, 학부모님이든 저든, 모두 긴장을 합니다.


학부모님과 제가 사춘기 아이들에게 긴장하는 이유는, 이때까지 잘해 놓은 공부에 손을 놓을까 봐 걱정이 되는 겁니다. 그 고비를 잘 넘기는 학생들은 그 순간만 살짝 힘들고, 그 순간만 지나게 되면 좀 더 탄력을 받아 승승장구하는 친구들도 봤고요. 그 고비를 못 넘기고 영어를 손 놓으면서 학년이 올라가서, 공부하기를 더 힘들어하는 친구들 소식도 듣기도 했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친구도 중1 때까지 아무 탈 없이 공부 잘하다가, 사춘기가 오니, 무기력증을 동반했다.


 언젠가부터,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왜?" 


"잘 모르겠어요..."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춘기라 하면, 자신의 감정 조절도 안 되고, 기분이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이유 없이 기분도 왔다 갔다 하는 시기가 아니겠는가. 처음 사춘기 할 때는 무조건 기다려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한 번씩 감정 조절이 안 되니, 선생님인 저한테도 한 번씩 틱틱거릴 때가 있는데, 저는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들한테, 저의 감정을 내려놓고 "이해는 하는데, 다음부터는 그런 감정은 보이지 않았으며 좋겠어."라고 얘기하고 아이들을 기다려준다. 


그런데, 좀 전에 그 친구가 학원을 그만두지 않고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다. 중1 때의 힘든 사춘기를 겪고 나서, 그래도 크게 다그치지 않는 내가 괜찮았다고 생각해서인지, 학원을 떠나지 않고 남아서 공부를 계속해 주었다. 하지만, 전반적인 태도는 크게 좋아지지 않았다. 물론, 학년이 올라가니 자연스럽게 철이 든 모습도 보여주어서 뿌듯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적도 있었는데, 꼭 한 번씩은 제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얼마 전, 고1 2학기 기말 시험 준비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단결석이 많은 것이었다. 결석을 하더라도 이유라도 문자 보내주면, 마음이라도 편하지. 오지 않으면서 아무 연락도 없고, 전화하면 폰 꺼져있고, 마음이 탈 때가 많다. 


그렇게 며칠 빠지고, 오랜만에 얼굴을 보이자마자, 그 아이를 불러 세웠다. 


"왜 연락도 없이, 결석하니? 내가 못 오면 문자라도 하라고 했잖아."


"....."


"왜, 안 왔는데?"


"..... 공부를 왜 해야 되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집중이 잘 안 돼요...


.... 잘 모르겠어요...."


나도 잘 참다가, 마지막 저 말에 누르고 있던 감정이 불쑥 나왔다.


"아직 잘 모르겠다 카면, 우야노? 네가 그런 말은 하면, 부모님 마음이 얼마나 내려앉는지 아나? 


네가 어른들한테 던지는 그 말이...'잘 모르겠어요'라고 하는 말을 어른들이 들으면, 얼마나 마음이 무거운지 아나? 


꼭 듣는 내가 뭘 잘못한 것인 양. 네가 방황하고 있는 모든 잘못들이 어른들이 잘 못 한 것처럼 느껴지는 말이기 때문에,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 아나?


니는 그 말 한마디 하면, 그 말을 듣는 상대방 어른들은 무슨 말을 할 줄 모르고 있다가, 니는 그걸 이용하고 또 방황하게 하는 기회를 찾는 거 같다


중1 사춘기를 시작하는 아이 같으면, 그럴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는데, 이제 고등학생까지 되어 가지고 그 말을 아직까지 하면, 꼭 네가 그 말로 어른들을 이용해 먹는 거 같다.


내 말이 이상하나?"


그 학생은 아무 말도 없었다. 내 말을 듣고 있다가, 한 번씩 목젖만 넘어가는 소리만 들렸다.


나는 그 참에 탄력을 받아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네가 아직까지 방황하고 하는 거 보니, 나도 참 안타까운데, 네가 방황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끈기 있게 뭔가를 해 본 적이 많이 없는 거 같다. 요즘 보니, 학원 오긴 오는데, 좀 하다가 와서는 '저 뭐 때문에 지금 가야 되는데, 다음에 와서 할게요.'라고 하고 그러다가, 그다음에 올 때도 있고, 안 올 때도 있고, 그런 거 보니, 네가 평소에도 꾸준하게 뭔가를 완료한 적이 거의 없을 것 같다."


나는 잠시 쉬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어른이고 학생이고 방황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한 가지 일에도 집중하지 못할 때야. 한 가지 일도 끝까지 완료하지 못하는 습관들 때문에, 이 일 좀 하다가 그만두고, 저 일 좀 하다가 그만두고, 머릿속에서는 이것도 해야 되고, 저것도 해야 되니까, 방황을 하게 되고, 어느 하나 마무리되는 것도 없으니까 마음은 더 허무함을 느끼게 되고, 그러니깐 더 방황하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한 가지 일이라도 집중하고 그 일을 하나 끝내봐!! 그러면, 조금씩 방황이 걷치고 마음에 중심을 조금씩 찾을 수 있을 거야.


선생님도 학원 일 하다 보면, 학부모님의 억지스러운 요구, 믿고 있던 학생들의 갑작스러운 이탈, 등으로 멘탈이 온전할 날이 없는데도, 지금까지 버틸 수 있고 흔들리지 않는 것은....


남들이 아무리 뭐라 할지라도, 내 할 일만 해 내자! 


이런 심정으로 하루 버티고 하루 버티고 해 왔던 것 같아. 내가 그렇게 잘 난 사람은 아니지만, 너희들 모두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은. 그냥 내 할 일. 한 가지만 하는 것 밖에 없어. 그러니 너도 한 가지라도 마무리를 해 보길 바라."


이런 얘기를 하니, 그 학생도 못 내 느끼는 것이 있는지, 내일 스케줄을 얘기해 주고 어떻게 하겠다고 다짐을 해 주고 학원을 나갑니다.


그러니, 방황할 때는 뭐라도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마무리해 봅시다!



#글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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