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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Jul 03. 2024

부부가 함께 한다는 것

아침운동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코로나부터였는가? 나의 옆구리살이 바지에 허리띠의 범주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1인 학원을 운영하면서 코로나 19 때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물론, 다른 자영업 하시는 분들의 고충도 더 심하겠지만, 나 또한 학생들 대면 수업이 안 되었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고민이 정말 컸었다. 다른 지역에 다른 학원들을 어떻게 하고 있나? 하고 너튜브 영상들을 살펴보니, 줌이라는 온라인 도구로 온라인 수업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그 당시, 컴맹 수준의 나였는데, 어쨌든 수업을 해야지 밥이라도 빌어먹을 것 같아서, 집에도 가지 않고 새벽까지 참고 영상 틀어놓고 이렇게 따라 해보고 저렇게도 따라 해 본다고 퇴근 시간이 새벽 3~4시였다. 그렇게라도 해서, 줌으로 수업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었지만, 오프라인으로 하던 모든 수업을 영상으로 남겨서, 집에서 미리 예습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니, 또다시 새벽 작업이 이어졌다. 스무 권 가까이 되는 책들에 대한 내용을 유튜브 영상으로 남겨야 하니, 야식이나 새벽 간식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3~4달을 지내니, 배가 정말 남산만 해졌다. 그렇게 새벽까지 작업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코로나가 어느 정도 해제가 되었을 때도, 새벽에 먹는 습관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건강에 적신호가 오는 것 같았다. 빨리 피곤해지고 잠도 많이 오고, 그런 현상이 오니, 가족력이 걱정되었다. 가족력에 당뇨가 있는데, 갑자기 걱정되었다. 그래서 생각나자마자, 동네 보건소에 가서 혈액검사를 해 보았다. 경계성 수치가 나왔다. 아직까지 심한 상태는 아닌데, 이대로 둔다면, 당뇨가 올 거라고 의사 선생님께서 이야기하신다. 


그때부터 당장 운동을 시작해야 했다. 늘 마음속에서만 운동해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내가 살아야지 우리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해야 했다. 아버지께서도 당뇨와 합병증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그때 어머니께서 많이 힘들어하신 것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가장이 건강을 유지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이젠 선택이 아니었다. 아직 집에 아이들도 어리기 때문에,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나에게 선택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다음 날부터 당장 운동을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아파트 헬스장을 끊었다. 한 달에 만원이면 됐다. 한 달에 만원이면 가족 전체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걷기부터 시작했다. 땀이 나니 좋았다. 


그렇게 처음에는 매일 운동하지 못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갔다. 그래도 뱃살에 조금씩 빠지고 근육들이 조금씩 붙기 시작하는 걸 느꼈다. 큰 변화는 아니었지만, 조금씩 몸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나보다 더 큰 걱정거리가 있었다. 바로 아내였다. 


아내는 원래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고, 운동에 관심도 없었다. 평소에 그렇게 과식을 해서 과체중이 나가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으니, 나이가 어릴 때는 표시가 나지 않았지만, 이제 결혼한 지 10년 이상이 지났고(결혼도 늦게 해서 노산으로 아이들을 낳았었다), 아이들이 커면서 점점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운동을 시작하고 아내에게 '운동 같이 가자'라고 이야기해도, 들은 체 만 체 한 것이 1년 정도 지났었다. 


하지만, 아내도 1년 전부터 일을 하고 있고, 이제는 체력이 진짜 많이 달리는지,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면, 예전보다 좀 더 진지하게 듣는 것 같아서, 한 달 전쯤에, 같이 아파트 헬스장에 가 보자고 이야기해 보았다. 승낙을 받았다. 그래서 한 달 전부터, 아이들 초등학교 등교시키고 나서, 아내랑 같이 헬스장에 가고 있다. 부부가 함께 뭔가를 한다는 게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나 또한 결혼을 늦게 했기 때문에, 결혼 전에 상상을 해 보는 것이 생겼다. 그런 걸, 로망이라고 하나? 결혼하게 되면, 하고 싶은 것들 중에, 가족 라이딩이 있었다. 가족끼리 자전거 타고 자전거 길을 따라 라이딩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했었다. 하지만, 결혼하고 나서, 물어보니, 자전거는 아예 못 탄다고 이야기한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자전거 먼저 구입해서, 아내 자전거를 가르쳐 보려고 시도해 봤다. 


싸우게만 되더라. 왜 부부끼리는 운전도 가르치지 말라고 했던가...


그 이후로 아이들 자전거 가르친다고 아내의 자전거는 어느샌가 물 건너가게 되었다. 정말 결혼 전에는, 아내와 탁구도 치고, 테니스도 치고, 자전거도 타고, 산에도 가도, 스키도 타러 가는 등 하고 싶은 것이 많았었는데, 다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헬스장 가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 되는 거잖아. 이제 드디어 로망이 실현되는 것인가?! 하하하


그렇다. 그렇게라도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은 거 같아서, 마음이 괜찮다. 

마음이 좋다. 정도는 아니고, 그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정도이다.


그래도 헬스장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게 되고, 헬스장 운동할 때도, 한 두 가지 운동하는 거 가르쳐주기도 해서, 뭔가를 함께 하고 있으니, 마음적으로 안정감이 생긴다. 지금 한 두 달 정도의 부부 운동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건강한 가정을 위해서, 우리 아이들을 좀 더 건강하게 키우려면 꾸준한 운동은 필수인 것 같다. 


오늘도 윗몸일으키기 가르쳐 달라고 해서, 가르쳐주었는데, 서로 웃으면서 운동하고 왔다. 

부부가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는 것.... 나에게 의미가 있다. 감사하다.



#몹쓸 글쓰기 #몹시 쓸모 있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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