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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Jul 10. 2024

아이는 부모를 보고 자란다

물려주고 싶지 않은 유산, 짜증

왜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라는 책이 있지 않는가. 결혼한 지 11년 차이다. 시간이 지나니, 아들 하나, 딸 하나를 키우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건 참 감사하고 신기하고 놀라운 일 같다. 11년 전에는 결혼도 한번 못 해 보고 늙을 줄만 알았던 '동네 아재' 같았던 시절도 있었다. 30대 후반에 결혼을 겨우해서, 혹시라도 결혼할 수 있다면,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은 로망이 몇 개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겨우 결혼하고 나서, 다행히 그 로망 중 몇 개는 벌써 이루었다. 


아이들과도 하고 싶었던 것들이 몇 개 있는데, 아이들과 자전거 라이딩하기, 놀이동산 가기, 농구공 가지고 놀기, 얕은 산 오르기와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하고 나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만큼, 아이들이 잘 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런 행복한 감정 속에서, 어느 일요일 한가함 속에서 아이들과 소파나 침대에 뒹굴고 있으면, 아이들의 손가락, 발가락 등을 때가 있다. 어찌나 유전자의 힘이 센 건지?!


아들내미 발가락은 엄마와 쏙 닮았고, 딸내미 발가락은 그렇게 아빠 발을 닮아 있다.  그렇게 발을 서로 대어 보면서, 니 발이 닮았니? 내 발이 닮았니? 하고 웃으면서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켠으로 이런 생각까지 드는 것이다.


아이들은 신체적으로 부모가 꼭 빼다 닮은 구석이 있는데, 하물며 성격도 아이들은 부모를 닮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왜냐면, 나는 다른 건 모르겠는데, 그 당시만 하더라도, 원래 성격이 급했고, 내 뜻대로 안 되면 짜증부터 내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나의 모난 성격까지 닮을까 봐 큰 고민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나의 짜증은 배우지 않았으면 했다. 


나부터 바뀌어야 했다. 내 성격을 어떻게 해야 차분하고 침착하게 만들 수 있을까? 당연히 방법을 몰랐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시작한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이 성격을 변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거 같다. 코로나 기간 동안, 학원에 오프라인 수업이 금지된 시기에 당장 수업도 할 수 없고, 위기 상황을 조금이라도 타개해 보려교 시작한, 마케팅 관련 독서 모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런 위기 상황에서 뭐라도 배우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독서인데, 독서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배운 거 같다. 그 당시에는 독서가 좋은지 몰랐다. 그냥 바쁜 일과 속에서 시간을 쪼개서 독서를 해야 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도움이 되는지 전혀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엄청 큰 도움이 된 거 같다.


책이란, 한 마디로 사람들 이야기였다. 마케팅 관련 독서였지만, 그 책 속에 이야기는 결국은 사람 이야기였다. 모두 마케팅 이야기였지만 그 속에는 사람을 다루는 이야기였고, 사람을 위한 이야기였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독서 모임 내내, 이때까지 생각해 보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알게 되었고, 사람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런 이해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것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


내가 하는 말투가 문제였다. 그럼 말투를 고치자. 툭툭 내뱉어지는 짜증스러운 말들을 고쳐야 했다. 그럼 아예 반대되는 행동을 해야 했고, 가족들에게 공표해야 했다.


마케팅 책들 속에 인문학 책도 한 권씩 읽게 되었다.

어떤 인문학 책을 읽다가, 깨달은 것이 말을 예쁘게 하자! 였다.


그래서 가훈을 정하게 되었다. '예쁘게 말하기'였다.


예쁘게 말하자는 말 할 때 애교를 썩으면서 이야기하자는 의도는 아니었고, 가족 서로에게 이야기할 때, 서로 배려해 가면서 짜증 내지 말고, 다정다감하게 이야기하자는 의미에서, 서로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 것이 1년이 지나니, 정말 집안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 거의 사라졌고 잔소리도 사라졌다. 정말 나의 짜증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나의 짜증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고 내가 노력하는 것 중에 하나는, 아침 등교 준비할 때 아이들 깨우기의 노력이다. 보통 아이들 아침에 깨워서 학교 보내기는 전쟁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일어나지 않는 아이들한테, 일어나라고 고함도 질러야 되고, 몇 번이고 짜증을 내야 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아이들 깨울 때, '일어나라' 이렇게 차분하게 이야기하지만, 그 소리가 반복이 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아이들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속에서 서서히 화가 올라올 것이다. 하지만, 아침부터 아이들에게 소음을 주고 싶지 않았다. 이제 가훈조차도 '예쁘게 말하기'였으니, 말도 이쁘게 해야 하는데, 말 보다도 그냥 자고 있는 아이들 옆에 가서, 마사지를 해 주자는 생각을 했다. 마사지를 통해 몸을 먼저 깨우는 것이었다. 


아이들에 대한 마사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예전에 아내가 둘째 가졌을 때,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마사지사에게 마사지를 받을 때, 그분이 직접 얘기하시기를 당신 아들을 키울 때, 매일 깨울 때마다 수건에 따뜻한 물로 헹구어, 발바닥 마사지를 하면서 깨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이후로 '참 괜찮은 행동이다'라고 기억하고 있다가, 나도 아이들 키우게 되면, 한번 해보고 싶은 행동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일어나기 힘든 아이들 깨울 때, 마사지 오일을 가져와서 종아리와 발바닥에 바르고 5~10분 정도 각각 마사지해 준다. 그러면 아이들이 일어나는 모습이 훨씬 덜 피곤한 것 같다. 그래서 아침에도 큰 소리가 없고 전체적으로 조용하다.


나의 철칙은 우리 아이들이 아침 등교하면서, 큰 소리나 짜증 나는 소리를 안 듣고 등교하게 하는 것이다.

건강한 성장기를 주도 싶은 아빠의 작은 노력이고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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