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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티로스 Jul 12. 2024

몰입

내가 기대하는 방향대로 그 일이 진행될 때, 우리는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최근에 나의 머릿속은 무겁다. 뭔가 해야 할 일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는데, 이상하게 스트레스가 없다. 이게 무슨 일이지? 보통 같으면, 이 일 저 일 산더미처럼 쌓여있으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날이 며칠 계속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기분은 상쾌한 느낌이다. 이 무슨 느낌이지? 스트레스가 하늘을 찔러 오만상 짜증이 나야 하는 상황인데, 왜 짜증은 나지 않지? 왜 이러지? 어디 아픈가? 참 모를 일이다. 


오늘도 오전에 나름 큰 일정이 있었다. 학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영어 프로그램이 있는데, 우리 학원이 그 프로그램을 잘 사용하고 있는 학원 중에 하나로 뽑혀, 그 프로그램을 여러 원장님들께 홍보하는 줌세미나가 있었다. 한 달 전부터 정해져 있는 일정이라 여유가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에 관심 있어 하는 다른 지역 원장님들께 소개하는 자리인지라,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발표 기획안 짜는데만 일주일 걸리고, 발표 내용 만드는데 며칠이 걸렸다. 다른 원장님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준비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며칠 잠을 못 자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학원 수업 준비하고, 외부 영어 경시대회 진행하고, 그 경시대회 결과 나온 거 정리해서, 상장과 시상할 것 준비하고, 여름방학 특강 준비하고 그리고 짬을 내어 글도 써 내려한다. 다른 사람들 보기에는 엄살 부린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머리가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할 일은 많다. 하지만, 만약 이 모든 것들을 실수 없이 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마, 내가 최근에 '몰입'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더더욱 이러한 상황들이 정말 '몰입'이라고 생각되는 경우는, 이렇게 바쁘면서도, 지치기는커녕, 오히려 기운이 더 나고 있는 것 같고 눈도 더 초롱해지는 것 같다. 분명히 며칠 동안은 평소보다 잠을 덜 잤을 텐데 말이다. 내가 할 일들이 오히려 선명하게 보인다. 이 글을 써면서도 한번 더 생각해 본다. 진짜 아침에 중요한 발표가 있어서, 어제도 마지막 정리한다고, 새벽 3시까지 학원에서 정리하다가, 집에 들어가서 씻으니 새벽 3시 30분. 그렇게 씻고 바로 자려고 생각했으나, 그날은 와이프가 집안 대청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청소한다고 많이 움직였을 아내를 생각하니, 종아리 마사지를 안 해 주고 자려니, 마음이 안 좋을까 봐, 자고 있는 와이프 옆에 마사지 오일을 들도 열심히 부어있는 종아리를 마사지했다. 그렇게 주물러주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서 잠자리에 편히 누웠다. 그렇게 새벽 4시 정도에 잠이 들고, 아침 7시에 눈을 떠서, 빨리 출근 준비하고 학원에 와서 마지막 발표 준비를 했다. 수정할 거 수정하고 내용도 한번 더 확인했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줌링크를 참석하는 원장님들께 보내고 열심히 준비한 것을 발표했다. 몇 가지 습관적으로 나오는 말투 지적은 받았지만, 나머진 모두 괜찮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발표를 마치고 나니, 몇 분 지인 원장님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도 듣고 기분이 좋았다. 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한다는 게 나에게는 큰 의미이고 가치인 것 같았다. 


그렇게 오전 발표를 나쁘지 않게 마치고 보니, 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하나하나 정리해 본다. 여전히 머리는 복잡하고 무겁다. 하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이러한 묵직한 무거움이 오히려 즐겁게 느껴진다. 


이러한 느낌들이 '몰입'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이 바쁜 일정 속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내가 원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행동하는 일과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일치하니, 몸이 피곤하지 않은 것 같다. 왜 우리가 뭔가 하기 싫어서 가만히 있는데, 누군가 와서, "야, 이것 해"라고 한다면, 내가 하는 일들과 생각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마음이 더 힘든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그 일을 하기 전, '이 일이 이렇게 흘러갔으면 좋겠다'하고 기대하는 방향이 있을 수 있는데, 일을 진행하는 데, 일을 시작하기 전에 기대했던 그 방향대로, 또는 그 처음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면, 힘든 일을 하면서도 '그래, 이거지~!'라고 느낄 수만 있다면, 그 보다 더 큰 '몰입감'은 또 없을 것이다.


내가 기대하는 방향대로 일이 진행될 때, 우리는 더 큰 몰입감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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