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편지_입동(立冬) 2024년 11월 7일
안녕하세요.
오늘은 겨울의 시작인 입동입니다. 갑자기 최저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져 버렸네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들른 텃밭에는 추위에 약한 식물과 추위에 강한 식물이 극명하게 나뉜 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초록빛을 단숨에 잃어버린 식물이 하나 있어요. 바로 바질입니다. 어두운 빛으로 꽁꽁 얼어 시들어버린 그 잎들이 곧 다가올 추위를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입동에 바질을 보내며 올해 그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완연한 봄이 되었을 때 바질씨를 뿌렸습니다. 따스한 봄빛을 듬뿍 받으며 촉촉한 봄비에 바질의 새싹은 쑥쑥 자랐습니다. 카모마일과 들깨 사이에 자랐어도 바질의 향은 참으로 짙었습니다. 그 향이 탐나 바질 오일과 시럽 그리고 페스토를 만들어서 입안에 가득 머금었습니다. 참으로 행복했어요. 그리고 어느 때보다도 길었던 무더운 여름에 잎이 타들어가진 않을까 적당한 그늘막을 만들어주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늦은 가을까지 싱싱했었죠. 그리고 입동이 되자 다음을 기약하듯 그 짙던 초록빛향은 훨훨 날아갔습니다. 저는 바질을 생각하면 당연하듯 향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더 이상 텃밭에서 그 향을 맡지 못한다는 게 아쉽지만 내년 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네요.
바질의 푸른빛은 맘껏 바라봤어도 마지막은 항상 놓쳤던 것 같아 이렇게 아쉬운 마음을 담았습니다. 가끔은 마음에 품었던 푸른빛을 보내야 할 때가 있죠. 그건 아마도 끝이 아닌 다음 푸르름을 위한 것 일 겁니다. 입동날에 바질을 이렇게 보내봅니다.
갑자기 찾아온 입동 추위에 감기 조심하시구요. 깊은 밤에도 따스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계절편지_입동
(立冬) 2024년 11
2024년 11월 7일 입동
시골힙스터
[시골힙스터]
"태어난 곳은 시골, 내 꿈은 힙스터"
시골의 일상을 담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삶과 마음이 따르는 행복을 실천하는 진정한 힙스터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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