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울한 로보트 Sep 27. 2023

4. 마음에도 복근이 있다면 -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법

세상 그 어떤 위협도 뚫지못할 복근 만들기의 준비운동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던 시절 좋았던 점을 꼽자면 내 표정을 숨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흔들리는 내 눈빛까지 가릴 수는 없었지만 씰룩이는 나의 입술과 꽉 깨문 어금니를 감출 수 있다는 사실은 나에게 참 많은 순간 방패가 되어주었다.


마스크가 사라진 지금, 세상에서 공격이 들어올 때마다 나는 마치 모두 발가벗겨진 사람처럼 내 상처가 매번 밖으로 드러나는 기분이다. 내 반응을 보며 마치 너의 약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했다는 야비한 미소로 나를 더 찔러대는 사람이 너무 많다. 어떤 위협이 와도 내가 아프지 않을 수 있다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는 듯이 태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의 글은 이런 위협들을 이겨내기 위해 꼭 필요한 마음의 복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준비운동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의 팔, 다리, 어깨 등 모든 부위에 근육이 존재한다. 내 몸의 자세를 올곧게 지탱하는 것은 물론 우리가 걷고 말하고 먹고 뛰는 기본적인 모든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근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위협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우리의 마음을 버텨내고 매일매일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마음에도 근육이 필수이다. 


근력 운동을 통해 몸의 근육을 만드는 것과 같이 마음 또한 운동을 통해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사람마다 타고난 골격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운동에 차이가 있듯 마음의 운동도 개개인마다 최적화된 운동이 다르다. 다만 신기한 점은 나의 표정을 찌푸리고 고통스럽게 하는 근력 운동과 달리 마음 운동은 나를 오히려 즐겁게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구미가 당기지 않는가? 오늘부터 같이 마음의 운동을 해보자. (개인적으로 나를 가장 크게 바꾼 여러 운동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꼭 추천하고 싶다. 내 주변인들에게도 테스트해 보았고 확실히 효과가 있다.)



마음 근육 운동의 1단계는 내 마음의 맞춤처방전 만들기이다.


맞춤 처방전을 만들려면 일단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 내가 뭘 좋아하지? 어쩌면 이미 내가 다 알고 있는 너무 쉽고 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지 않다. 내가 의사에게 쓴 천만 원 중 가장 나에게 의미가 컸던 배움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1분이면 다 읽는 글이니 속는 셈 한 번 읽어봐 주시길 부탁드린다. 



모두들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나 행동들이 있을 것이다. 독서, 여행, 쇼핑, 유튜브 먹방, 맛집 탐방, 사진 촬영 등. 먼저 이 중 내가 온전히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온전히 좋아한다는 것은 내가 그 행위 자체를 즐긴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함도 아니고 나의 성장을 위해서도 아니고 그 행동을 했을 때 내 마음이 진정으로 즐거운 것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가령 나 같은 경우 사진을 찍는 것은 내가 온전히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사진의 결과물을 남에게 "뽐내고"싶은 마음에서 내가 좋아하는 행동이었다. 이런 것들은 과감하게 지우고 내가 온전히 좋아하는 것들을 최소 10개 생각해 보자. "이거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리스트가 아니니 정말 솔직하게 자신에게 물어보자.


마음 근육 운동의 규칙 A
성취감/뽐냄이 아닌 "행복"을 주는 행동

온전히 좋아하는 아이템을 찾았다면 그 아이템의 어떠한 요소를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자. 가령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해외여행의 어떤 요소가 좋은지를 뜯어보자. 나 같은 경우 처음으로 알게 된 새로운 곳을 언어도 모르는 상태에서 탐험하고 또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는 것이 좋았다. 해외여행 중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은 내 마음이 온전히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걸 알기전에는 병적으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아이폰에만 사진이 12만장이 있다. 요즘은 이런 나의 강박을 막기위해 의도적으로 인스타그램에 포스팅을 하지 않는다.)


위에서 뽑은 10개를 이와 같이 더 잘게 나누어서 생각해 보자. 내가 왜 ㅇㅇ을 좋아하지? ㅇㅇ을 했을 때 어떤 게 좋았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다른 운동과 마찬가지로 마음 운동도 꾸준히 해내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여행과 같이 매주 습관처럼 할 수 없는 행동이라면 그 행동의 어떠한 요소를 좋아하는 지를 알아야 우리가 꾸준히 해낼 수 있다. 


마음 근육 운동의 규칙 B
 언제든 할 수 있는 작은 행동

큰 덩어리의 행동은 세부적으로 쪼개야지만 내가 정확히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상세히 알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가령 나의 경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생각했지만 사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내 행복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내가 관심을 갖는 문화, 심리, 인문학 등의 책을 읽는 것은 내가 온전히 좋아하는 행동이지만, 나의 직업 (비즈니스)과 관련됐다거나 나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책 (자기 개발서)을 읽는 것은 나의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운동 또한 동일하다. 자신이 막상 좋아하는 거 같아 보여도 뜯어보면 진정으로 좋아하는 운동과 좋아하지 않는 운동으로 구분이 된다. 나의 경우 회사 사람들과의 친목 도모 및 사회생활을 위해 연습하는 골프는 거리가 늘수록 뿌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내 허리가 박살 나는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사실 온전히 즐기지는 못했다. 반면 바다를 바라보며 하는 요가는 이 세상에서 내가 경험해 본 운동 중 가장 행복한 경험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팔자가 좋게 느껴졌던 몇 안 되는 기억 (이후 코로나도 걸리고 회사 일이 너무 힘들어져 매주 10시간도 못 자며 네 달을 보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


내 마음의 취약한 부위를 운동시키려면 나라는 사람에 맞춰 주문제작한 운동복이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색, 사이즈, 소재 등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맞출 수 있도록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샅샅이 발견해 내자


마음 근육 운동의 규칙 C
나의 마음에 맞춰 주문 제작

이를 기반으로 리스트를 한 번 작성해 보자. 아래는 내가 작성한 리스트다. 최소 10개는 있어야 한다. 단순히 "여행, 독서, 휴식"의 "단어"가 아니라 왜 좋아하는지 어떠한 것을 좋아하는 지를 "상세한 문장"으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좋아한다고 착각했던 것들도 구별해내야 한다. 나의 경우 남에게 인생샷을 자랑하기 위해 여행지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사진을 찍어대는 것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악기를 연습하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요약 : [1단계] 내 마음 운동의 맞춤 처방전을
단어가 아닌 문장으로 만들기

마음 근육 운동의 2단계는 1일 1씹어먹기이다.

씹어먹기는 감상 + 안아주기이다. 음식을 먹을 때 혀로 맛을 감상하고 또 꼭꼭 씹어서 몸에 완전히 흡수시키듯 이 행동들을 온몸으로 감상하고 또 내 마음에 잘 들어가게 나를 안아주자. 하루에 적어도 한 개 이상 위에 써진 행동들을 하되 단순히 실천에 그치지 말고 온전히 그 행동에 빠져들고 감상하며 나를 칭찬해 주자.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감상하며 즐기자 (짧은 한 구절이 아니라 여러 마디로 나에게 말하기) 근력운동을 한 번에 3세트씩 하듯이 마음 운동도 여러 마디로 나눠서 말해야 효과가 있다

베란다에 있는 화분을 한 번 눈으로 보며 끝내는 것 ("화분이 크고 있네")이 절대 아니다.

[감상] 하나하나 잎을 보며 새롭게 잎이 돋아난 곳이 있는지 관찰한다. 꽃의 색깔을 보며 얼마나 아름다운 색인지 눈으로 감상하고 향기도 맡는다

[안아주기] 바쁜 와중에 오늘도 이렇게 시간을 내어 화분을 아껴주는 나의 착한 마음씨를 내가 칭찬해 주자. 가능하다면 입 밖으로 말해보자 "이렇게 바쁜데 화분도 챙기고 나는 ㅇㅇ이가 정말 자랑스럽고 대단하다고 생각해!" 마치 다른 누군가를 칭찬하듯 내입으로 내 이름을 부르며 이 운동을 하는 나를 칭찬해 주자

우리의 뇌는 바보라 귀로만 들어오면 다른 사람의 소리인 줄 착각한다. 나의 뇌가 더 잘 착각할 수 있게 내 이름을 부르며 칭찬해 주자. 확실히 더 효과가 있다. 나를 꼭 안아줘야 한다. 이렇게 나는 내가 좋아하는 행동을 잘 챙겨서 하는 멋진 사람이라고 나를 꼭 칭찬해 주자.


이런 행동들은 꼭 집에서만 또는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회사 점심시간 또는 쉬는 시간에 잠시 화장실을 가서 5분 안에도 할 수 있는 행동들이다.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 화장실에서 이어폰을 꽂고 레드벨벳의 빨간 맛을 들은 적이 몇 번 있다. (첫 직장에 입사한 여름에 이 노래가 유행이었다. 이 노래를 들으면 첫 출근에 설렌 마음을 안고 회사로 걸어가던 내 행복하던 모습이 생각나서 늘 에너지가 생겼던 것 같다.) 가사를 한 글자씩 들어보고 이 음악을 처음 들었던 그 기분을 회상하고 악기 하나하나에 들리는 소리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렇게 시간을 내어 음악을 듣고 나를 돌봐주는 나에게 감사하다고 칭찬한다.


(여기서 말하는 감상이 바로 흔히 말하는 mindfulness 마음 챙김,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기와 비슷한 것이다. 뭔가 와닿지 않는 말로 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하는 이 행동을 꼭꼭 씹어먹기"로 기억하자)


요약 : [2단계] 매일 처방전 중
1개를  골라 씹어먹기 (감상+안아주기)


마음 근육 운동의 마지막 3단계는 친절함의 주문외우기이다.

내가 나에게 친절해지기 위해 나를 이렇게 다양한 행동들로 정성스럽게 돌보고 있다고 마음에서 "더 깊은 마음"으로 메시지를 보내자. 나는 나에게 참 친절한 사람이야. 이렇게 나를 아끼고 돌봐. 오늘은 나를 위해 ㅇㅇ과 ㅇㅇ을 했네. 내일은 오늘 못했던 ㅇㅇ과 ㅇㅇ을 해서 내가 나를 잘 돌봐줄게. 오늘도 수고했어. 나에게 친절한 마음의 편지를 보내자. 매일매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3단계 행동은 무의식 속에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이다. 흔히 프로이트가 말하는 내 안의 어린아이를 위로해 주고 달래주는 것이다. 머리로는 알겠지만 마음이 힘들 때,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나고 속상할 때, 잠결에 소리를 지르는 등 고통에 나도 모르게 시달리고 있다면 내 안의 어린아이가 아파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회색으로 처리한 이유는 어린아이라는 말의 상투적임이 주는 거부감 때문이다. 너무도 많은 정신과 책들이 어린아이에 대하여 언급한다. 혹시나 누군가 나처럼 거부감이 들 것에 대비해 회색처리한다. 왜 이게 도움이 되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도움 되는 이 행동들을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할  뿐)


굉장히 우울하거나 또 이를 처음 할 때에는 내가 이걸 좋아하는 게 맞는지 아닌 지 헷갈릴 가능성이 있다. 나 같은 경우 자기 발전을 위해 하는 행동을 너무 오랫동안 해와서 이걸 내가 좋아하는 이유가 정말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성장하는 내 모습이 좋아서인지를 구별조차 하지 못했다. (출근길에도 영어 코메디를 들으면서 걷고 집에서 혼자 쉴 때는 무조건 백그라운드로 내가 좋아하는 미드를 켜두고 들었다. 웃기니 즐겁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영어를 잘해야한다는 성장감과 강박 심리에서 한 행동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는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것도 몰랐는 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처음엔 그랬다. 아마 계속 자가발전을 몇 년씩 해오던 사람들은 비슷한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럴 때 조금이라도 하기 싫은 마음이 들거나 또는 몸이 내키지 않으면 하지 말자. 이미 우리는 우리가 싫어하는 행동을 수도 없이 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내 마음 운동을 할 때만은 우리가 진정 원하는 마음의 소리대로 움직여야 한다.


한 가지 기억할 점은 몸은 우리의 마음보다 솔직하다는 것이다. 몸이 싫어하는 건 내가 온전히 좋아하지 않을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다들 더 오늘보다 건강한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길 바라며 오늘 밤 침대에 누웠을 때 내 마음이 원하는 운동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나를 내가 더 사랑하고 친절해질 수 있게 내 마음이 제일 행복한 운동들이 뭐가 있을지 10개를 골라보자.


요약: [3단계] 내가 나에게 얼마나 친절한지
매일 스스로 다시 알려주기

근력 운동처럼 힘이 들지도 특별한 장소에 가야 하지도 않다. 힘이 들지 않는 행동이지만 이렇게 7일만 해도 달라진 내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나에게 우울증에서 회복되는 힘을 주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 중 하나다.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순 없겠지만 1000만 원이나 주고 배운 것이니 밑져봤자 본전이라는 생각과 공짜로 이만큼 돈을 번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꼭 한 번 해보시길 조심스럽게 추천드리고 싶다.





 


번외 편)


내가 진짜 좋아하는 행동이 맞나?

혹시나 나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조차 혼란스러운 사람을 위해 번외 편을 공유한다. 마지막 문단에 적은 것처럼 때로는 자기가 좋아하는 행동이 정말 내 마음이 좋아하는 일인지가 불분명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특히나 오랜 기간을 성장-위협의 악순환에 보내온 나 같은 사람은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주는 도파민 때문에 내가 이 행동을 진짜 좋아하는 거라고 착각하고 쉬는 시간조차 성장에 쏟으며 낭비한 적이 많다.  그런 경우를 방지하려면 내가 성장을 위해 하는 행동들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복근 운동을 하라고 했는데 복근이 아닌 엉뚱한 곳이 운동되지 않도록 말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내가 하는 행동들을 아래 적어보자. 이러한 행동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는 있지만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자. 이 행동의 결과로 내가 뿌듯하고 성취감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질 순 있지만 이 행동을 하는 동기가 내 행복을 위해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내 마음의 복근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내 마음속 아픈 마음을 달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의도적으로 아래 적힌 것들은 0%로 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스스로에게 닦달하지 않아도 나를 닦달할 이가 세상에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열심히 사느라 고생했고 지금도 열심히 사느라 고생하는 내가 더 고생하지 않게 잠시 휴식해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3. 불행을 깨버리는 1단계 - 50만 원짜리 숙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