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는 괜찮나요?

민주주의와 아프리카 경제, 두 걸음의 전진과 한 걸음의 후퇴

by 그랑바쌈
"아비장은 이제 좀 괜찮나요?"

한국에 돌아온 지 5개월 만에 코트디부아르 아비장에 있는 지인에게 톡을 보냈다.

코로나19 상황을 묻는 질문이 아니었다.

지난 10월 말에 치러진 대선의 여진이 아직 가시지 않은 코트디부아르의 안부를 물은 것이다.

"네 괜찮아요. 여기는 그럭저럭 그냥 잘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8월부터 외신을 통해 코트디 정국이 불안하다는 뉴스가 꽤나 자주 흘러나온 것에 반해

선거가 끝난 11월 아비장 상황은 일단은 안정을 찾은 모양새다.


내 책 말미의 한 챕터 지면을 빌려 나는 희망을 역설했다.

쿠데타와 내전으로 얼룩진 아프리카에도 민주주의의 씨앗은 뿌려지고 자라나고 있음을.

그 증거로 코트디부아르 와타라 대통령이 3선 출마를 스스로 포기한 것을 예로 들었다.

아프리카가 정말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것을 이루어낸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자원이나 외국인 투자가 아니라 '성숙한 민주주의 역량'일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물론 지금도 그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2020년 대선이 끝났다.

헌법에 따라 3선 출마 포기 선언을 하고 물러났던 와타라는 다시 컴백했다. (나는 거짓말쟁이가 된 셈?)

같은 당의 후계자가 지병 악화로 선거유세 한 번 못해보고 급사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와타라는 자신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재등판을 선언했다.

결과는 와타라의 압승. 경쟁자가 없었다.

정적인 소로(Soro) 전 국회의장은 해외 체류 중에 쿠데타 혐의가 씌워져 입국 금지에 처해졌고,

서민들의 희망 바그보 전 대통령은 지난 내전의 주범으로 몰려 전범 재판을 받고 있다.

일부 야당 세력이 결집하긴 했지만 그야말로 중과부적.

8년 전 대선에서 54%로 아슬하게 승리한 와타라는 이번엔 94%의 득표로 압승했다.

선거부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 의심하는 주장도 있다.

그런저런 사정을 감안해도, 와타라와 여당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국민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확인됐다.

와타라의 3선 출마가 헌법적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고 그의 여당이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국민은 선택했다.

지난 8년간 연 8%의 경제성장을 실현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준 현 정부를 굳이 내려오게 할 명분을 찾지 못한 것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반대세력이 집권하게끔 해서 그나마 안정된 경제기반을 다시 뒤흔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3선 출마라는 초헌법적 행위가 있었고, 선거를 전후해 시위와 진압과정에서 80여 명이 사망했다.

그래도 반대세력은 여전히 쿠데타의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쿠데타를 뒷받침해줄 대중적 지지를 얻는데 실패한 것이다.


와타라의 3선 출마는 실망스럽다.

민주적인 절차를 존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확인된 코트디의 선택이 반민주적이며, 정당성이 없는 결과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적어도 이번처럼 쿠데타의 빌미를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국민적 선택의 방향성이 명확했다면 말이다.


"Democracy is faltering in Tanzania and Ivory Coast(Economist, 11.5일)"

영국 주간지 Economist는 위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썼다.

번역하면 "탄자니아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위태한 민주주의." 정도 되겠다.

민주주의의 본고장 UK 형님이 아프리카 민주주의 위기를 우려하는 듯하지만,

어김없이 '아프리카가 그럼 그렇지, 제 버릇 어디 가겠어?' 하는 식의 논조가 깔려있다.

선거부정, 야당탄압, 대중의 시위.. 표면적으로 드러난 현상들을 사진처럼 찍어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사족이지만, Ivory Coast가 아니라 Côte d'Ivoire가 맞다. 국가명을 제멋대로 영어로 바꿔 부르는 결례를 반복적으로 범하는 행태에서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UK형님의 시선이 어떠한지 드러난다.)


아프리카를 대하는 공정한 관점을 회복할 필요가..

두 걸음 전진했다면 더 좋았겠지.

하지만 두 걸음 전진에 한걸음 퇴보했다고 해도 여전히 한걸음은 나아간 것이다.

아프리카가 전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Fair하지 않다.

먼발치서 팔짱 끼고 외부자의 시각에서 섣불리 속단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잔뜩 남긴 채 2020년 코트디부아르 대선은 이미 지나간 과거가 되었다.

부디 다음 선거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에도 의문을 남기지 않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확인시켜 주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좀 더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당신들의 정책으로 국민의 삶이 더 나아졌음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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