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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렁색시 Dec 15. 2023

12월의 상하이 날씨

가을 맛집 황금성도는 아직 늦가을..

요즘 날씨가 이상한건지.. 상하이 날씨가 원래 이런건지 잘 모르겠다. 여름의 상하이는 기본 40도를 넘는 날씨에 습도도 높아서 견디히 힘든 최악의 날씨였는데, 겨울의 상하이는 이상하리만큼 따뜻하다. 한국에서는 단풍과 은행이 모두 떨어졌지만, 여기는 이제야 단풍이 끝나고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12월에 푸릇푸릇한 녹색 나무잎을 본 적이 없었지만, 이젠 그 기록이 깨졌다. 12월의 상하이는 지금이 겨울이 맞나?싶을정도로 따뜻하다. 


12월 14일은 기온이 무려 20도를 넘어 코트를 입었는데도 더워서 땀이 났다. 하지만 15일 오늘은 다시 기온이 13도로 내려갔다. 아마도 부슬비때문에 기온이 내려간거 같다. 큰 비도 아니고 정말 작은 비였는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는 소식에 집에만 있어야 하나 싶었지만, 집에서 가까운 상하이 가을 명소 황금성도길의 끝나가는 가을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다행히 문 밖을 나설때는 비가 오지 않았다. 살짝 차가워진 날씨에 '이제야 겨울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너무 따뜻해서 두꺼운 겨울 옷만 준비해온 나는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았다.


상하이 가을 명소로 은행나무길이 아름다운 황금성도길도 이젠 은행잎이 다 떨어졌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노란 은행잎을 쓸고 있어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지나가는 아저씨가 '은행잎을 꼭 지금 다 치워야하는건가요? 이렇게 예쁜 길을 조금 더 놔두지 왜 청소하시나요?'라고 이야기하자 아주머니는 '비가 온다고 해서 은행잎을 밟고 미끄러질 수 있어 치우는거였어요'라고 하셨다. 하지만 아저씨가 조금 강한 어투로 이야기하시자 쓸고 있던 은행잎을 보기좋게 한쪽으로 몰아서 청소를 하셨다. 실은 나도 내심 청소하는 것이 아쉬웠었는데, 아저씨가 그 말을 해서 속으로 동조하고 있었다. 



그렇게 황금성도길의 아름다운 은행나무는 이제 끝이났다. 하지만 아직도 너무나 잘 달려있는 곳을 발견했다. 바로 'HOLY BAGEL' 앞이었다. 안그래도 조용하게 커피와 베이글을 먹으러 가려고 했었는데, 반가웠다. 그래서 마지막 잎새 아니 마지막 은행나뭇잎을 사진으로 남기고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가 작은 매장이지만, 안쪽에 작은 공간이 있어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안쪽에는 또 다른 녹색뷰가 보이는 커다란 창이 있어서 마치 숨겨놓은 비밀의 공간같아서 좋았다. 그리고 직원이 친절하게도 QR코드를 스캔해서 주문하면 쿠폰을 쓸 수 있다고 알려줘서 카운터에서 바로 주문하지 않고, 자리를 먼저 잡고 입구에서 스캔한 QR코드로 들어가서 5원을 할인 받아 주문할 수 있었다. 



바닥엔 돌맹이들로 되어있고 과하지 않은 인테리어가 편안함을 주었다. 마치 숨은 아지트처럼 아는 사람들만 찾아오는 그런 작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이렇게 좋은 곳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계속 찾아왔다. 처음엔 아무도 없었지만, 계속 손님들이 들어왔고, 이미 앉아있는 한국팀도 두팀이나 있었다. 



테이블에는 아마도 누군가 사진을 찍고 두고간 은행잎 한 장이 놓여있었다. 내가 주문한 곡물베이글이 나왔다. 그리고 베이글 중간에는 쪽파크림이 들어있다. 한국에서도 쪽파 크림은 있겠지만, 나는 안먹어 본 것 같다. 하지만 상하이에서는 종종 쪽파가 들어간 소스를 볼 수 있다. 그래서 플레인 크림 대신에 쪽파 크림으로 선택을 했다. 도대체 맛이 어떨지 너무 궁금했다. 크림의 느끼한 맛을 조금 잡아주어서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크림은 살짝 노르스름한 것이 쪽파만 들어간건 아닌것 같다. 다음엔 플레인 크림으로 먹어봐야지.



천천히 베이글과 커피를 마시며 창 밖을 바라보는데, 내가 과연 12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녹음이 가득했다. 옷은 겨울 옷인데, 아직 은행나뭇잎들, 그리고 푸른 잎들을 보면 뭔가 이상하다. 확실히 상하이가 제주도보다 더 남쪽에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상하이의 겨울은 따뜻한것 같다. 


아직 남아있는 가을의 끝 풍경을 따라 빨리 더 분주하게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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