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he Dot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운비 Sep 05. 2021

사수생은 멘탈을 이렇게 잡습니다


3년. 언뜻 듣기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고1과 고3의 차이를 생각해보라. 학교를 입학했다가도 졸업하는 시간이 3년이다.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 '백수'라는 타이틀로 보내는 3년은 상당히 지난하다.


처음 2년은 좋았다. 스스로 원해서 택한 길이었고 공부도 즐거웠다. 붙을 수 있다는 자기확신과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끝도 없이 바닥을 친 자존감을 꾸역꾸역 주워 들고 맞이한 임용 세 번째 해는 힘겨웠다. 무엇 하나 확실한 건 없었고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었다. 눈으로는 책을 보고 있는데 내용은 하나 하나 공중에 흩어졌다. 허공에 떠도는 글자를 어떻게든 잡아보려다 도저히 안될 때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4층 열람실에서 1층 관외대출실로 향했다.




그곳은 새로운 세계였다. 늘상 들여다보는 전공서적, 기출문제집과는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가득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땐 전공과 관련 있는 사진집을 펼쳐 들었다. 선 채로 책장을 넘기다 보면 두세 권은 금방이었다. 현실도피와 간접공부를 적당히 버무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걸로도 부족한 날들이 많았다. 불안정한 멘탈을 잡기 위해 생전 접해본 적 없는 카테고리를 찾았다. 자기계발 분야였다. 그리고 빠져들었다. 당시 나와있던 웬만한 자기계발 서적을 한 번씩은 다 펼쳐본 것 같다. 마음을 끄는 책은 대출한 뒤 도서관 밖으로 들고나갔다. 콘크리트 건물보다 자연이 주는 상쾌함이 좋았다. 도서관 바로 옆 공원 혹은 야트막한 뒷산 벤치에 앉아 몇 시간이고 탐독했다. 그 시절 가장 나를 사로잡은 책은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이었다. 흡사 자기계발의 탈을 쓴 철학서 같았다. 책 내용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임용시험을 넘어 「나」라는 사람, 앞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인생의 방향 등 근본적인 답을 찾아 헤맸다. 질문과 사색의 시간은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시험일이 다가오면서 전공책도 도서관 근처 공원에서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미 머릿속 내용은 차고 넘쳤다. 멘탈잡기가 관건이었기 때문에 한적한 자연 속에서 바람을 느끼며 쌓은 지식을 구조화하고 정련했다. 롤러코스터처럼 하루에도 수십 번 감정이 요동쳤지만 그럴 때마다 합격을 빌지 않았다. 오히려 그럴수록 지금 이 시간을 절대, 절대 잊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다. 합격한다면 이때의 간절함과 초심을 잃지 않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시험에서 떨어진다면 인생에 있어 이렇게나 열정적으로 무언가에 부딪혀본 시간을 가슴에 새기고 싶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을 즈음 


1차 시험날이 다가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임용 준비할 때 이것만은 피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