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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비 Sep 29. 2021

합격은 끝이 아닌 시작

붙든 떨어지든 삶은 계속돼요


지원자가 바글바글했던 1차 임용시험과 달리 2차부터는 응시인원이 확 줄어든다. 합격이 가까워졌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는 소리다. 하나의 답이 명확하게 존재했던 1차에 비해 자유도가 높은 2차 논술식. 군더더기는 없으면서 키워드가 전부 들어가게 작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시험 시작과 함께 사각거리는 소리가 교실을 가득 메웠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구조식을 세우고 그 안에 대학 4년, 고시생 3년 총 7년의 시간을 담았다. 간절한 마음도 한 스푼 넣었다. 마감 타종을 들으며 답안을 제출하고 나니 숨이 절로 뿜어져 나왔다. 차곡차곡 짐을 정리해 나오려는 찰나 교실 한 편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세상에.. 고등학교 3년간 같은 반을 지낸 친구였다. 졸업과 동시에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거늘 다시 만난 장소가 임용 시험장이라니..! 



운명처럼 눈이 마주쳤다. 동그랗게 뜬 눈은 서로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 나이, 이 시기에 이곳에 있다는 건 그간 평탄치만은 않은 시간을 보냈다는 걸 의미했다. 할 말은 너무 많은데 그래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무수한 안부와 감정만이 눈빛 속에서 오갔다. 잠시 멈췄던 이성의 회로가 돌기 시작할 때쯤 우리는 인파에 휩쓸렸다. 그 흔한 반갑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그래. 너와 내가 인연이라면 3차 시험장, 어쩌면 합격자 임용장 수여식에서 만나겠지. 그때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하자.






예상치 못한 순간에 짜릿한 재회를 안겨준 2차 시험은, 그보다 더 짜릿한 합격 소식을 선사했다. 마지막 3차. 이제 정말 최종관문만 남겨놓고 있었다. 



면접을 보러 가는 길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적당한 긴장감과 적당한 설렘, 그에 준하는 적당한 자신감. 모든 것이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아침 일찍 도착한 시험장 분위기는 엄숙 그 자체였다. 1차, 2차의 후줄근한 츄리닝과 뺑뺑이 안경들은 온데간데없고 모두 각 잡힌 정장 차림이었다. 이름표를 받아 들고 제비뽑기 순번을 뽑았다. 너무 앞도 너무 뒤도 아니었다. 순번에 맞춰 자리를 재정비하자 교실은 다시금 고요해졌다.



임용 3차는 1차 대기실과 2차 대기실이 존재한다. 응시자 모두가 모여 있는 1차 대기실에서 2차 구상실로 넘어가면 넓은 교실 한복판에 책상 하나와 면접문제들이 주어진다. 지정된 시간 동안 문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빠르고 정확하게 구상해야 한다. 앞사람 면접이 끝나면 드디어 3번째 장소, 면접실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제한시간 내 준비한 답변을 발표하고 나오면 끝이 난다.


나의 경우 면접실에 들어서니 편안하게 눈으로 맞아주는 분,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분, 진한 표정으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분, 이렇게 세 명의 면접관이 계셨다. 고루 눈을 마주치며 차근차근 답변을 하는데 세 분 모두 동일한 시점에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이 나왔다. 아 됐구나. 느낌이 왔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마무리까지 하고 나니 시간도 딱 알맞게 썼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이젠 결과를 겸허히 기다리는 일뿐.



최종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혹시 싶어 수험번호 재조회를 눌렀다. "최종 합격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동일한 문구가 보였다. 하... 탄성이 흘러나왔다. 합격.. 정말 하긴 했구나.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감정들이 차올랐다. 기뻤다. 어쩌면 나보다 더 간절히 바랬을 부모님에게도 이 소식을 전했다. 4수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바람 한 점, 길가의 풀 한 포기마저 달리 보였다. 세상 모든 것에 감사했다.



길었던 첫걸음. 

그렇게 나는 대한민국 교육공무원이 되었다.




+

참, 2차 시험장에서 만났던 동창은 어떻게 됐냐고? 

그 친구 역시 최종 합격은 물론, 발령까지 같은 지역으로 났다. 둘도 없는 동기가 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인연은 인연이었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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