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산에서 자란 아이
-너 뭐 해?
-새집 지어주는 거야!
내가 기억하는 유년시절의 대부분은 산에 관한 것이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산을 등지고 근처 물이 흐르는 곳에 살았다. 이 말만 들으면 풍수지리상 이상적인 곳에 살았구나 싶겠지만 요즘말로 집값 떨어지던 동네라 보면 된다. 그 흔한 놀이터 하나 없는 작은 마을이었지만, 집 뒤엔 산이 존재했다. 그곳에선 계절마다 새로운 꽃과 나무가 자랐고 매일 볼거리가 넘쳐났다. 나에겐 산이 최초의 놀이터요, 배움터였다.
산에서 보내는 하루는 금방이었다. 처음 보는 신기한 풀에 ‘할아버지 수염’ 같은 우리 가족 전용 이름을 지어주고 꾸물꾸물 기어가는 벌레를 관찰하다 보면 이내 집에 갈 시간이 되곤 했다. 동생이 돌도 되기 전부터 부모님이 들쳐 안고 함께 산을 올랐으니 이쯤 되면 「산의 아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러다 보니 자연과 동물은 늘 친숙한 존재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시절 ‘고양이’에 대한 기억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은 너무 흔한 길고양이가 당시 우리 동네에 살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나의 세계에만 존재하지 않았던 건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던 일상에 불현듯,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왔다.
『고양이는 처음이라』
인생에 있어 고양이를 처음 만나던 그때를 떠올리며
에세이툰을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