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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시인

by 김규성

회사원이야

회사는 초원이지


회사는 부평의 여러해살이로

어디에나 있으나 아무 때나 살지는 않아

항상 찾아다녀야 하지


풀을 찾아 다녀야 했던 아버지는

불원천리 발과 변형과 발전과 변화에 숙련의 손을 가진

염소나 소도 없는 유목인이었어

부족하고 없는 것이 일상인

겨울이 길어지면 아버지는 먼 곳에 살고 있는 이웃을 찾아가

이별의 소식을 전하지


나는 함께 묶는 끈에 묵인채 혼자 남아

엄지를 빨고

유치의 앞니가 튀어나올 때쯤

아버지와 봄이 왔지


아버지와 봄은 유목의 신분이자 믿음이었지

유목의 불변이었지


나는 회사원이야

누가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갈까

모두의 회사 한솥밥을 먹어 공동체

아무나 다가설 수 있고 어디서나 실현할 수 있는

지식이 생산 수단이고 공장이니

지식사회에서 나도 CEO래

알아서 벌어먹고 알아서 해결하라는

생존의 어젠다

목록은 그래, 유목생활의 고민거리지

지식인인 나는 회사원이야

염소나 소 쥐뿔도 없는

고민 많은 뿌리 없는 유목인이야

먼 곳의 이웃은 물론 가족이 없어

영혼이 자유로운 자유인이야


맑은 풍요를 캐는 시인이 돼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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