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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편지

남아프리카 까지 사랑이 날아오다

by 천혜경 Jan 29. 2025

나는 ‘타운하우스’라는 곳을 처음 접했다.

이곳은 안전을 위해 높은 담장과 큰 철문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입주민이 아니면 출입이 제한되었다.

내부에는 2층 건물들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고, 작은 정원과 나무들도 있어 평화로워 보였다.

그러나 이런 시설은 요하네스버그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폭동과 범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했다.


타운하우스에서 머무르며 우리는 요하네스버그의 복잡한 현실 속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여정을 마치고 떠날 날이 다가오면서, 재정적 어려움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캠프 생활과 이동으로 인해 가져온 재정은 이미 바닥이 났고, 동생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야 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선교사인 나와 동생은 서로를 잘 이해하고 도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사랑과 배려에 감사한 마음이 컸다.

본인들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우리를 위해 기꺼이 나누어주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누나 선교사와 동생 선교사만이 알 수 있는 마음인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올케가 흥분된 목소리로 작은 우편봉투를 들고 들어왔다.

“이거 고모부님 우편물이에요! 싱가포르에서 온 거네요!”


나는 놀라며 물었다.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고 보낸 거지?”


남편도 봉투를 들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마 우리가 떠나기 전에 베이스에 남겨둔 주소를 보고 보낸 것 같아.”


우편물을 열어보니,

싱가포르에서 소그룹으로 함께 활동했던 친구의 편지와 500달러짜리 수표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친구야, 네가 없어 너무 심심하다. 너희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는데 알 수가 없어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 싱가포르 정부가 네게 비자를 잘 주기를 기도하고 있어. 반드시 우리와 함께 사역하러 돌아와야 하니까.

그리고 작은 선물이야. 선교사동생가족과 맛있는 것 사 먹고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


우리는 그 편지를 읽으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어제까지 재정 문제로 기도했던 것이 이렇게 눈앞에서 응답되는 것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더욱이 이 편지는 오래전에 발송된 것이었는데, 정확히 필요한 날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기적이었다.


그날 아침에도 나는 기도 속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솔직히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었다.

"하나님, 저희가 이 여정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당신의 공급하심을 신뢰합니다."

그런데 그 기도가 응답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우리가 그렇게 긴장하며 기도하는 사이에,
이 편지는 싱가포르에서부터 우리를 향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필요를 정확히 아시고 적절한 때에 응답해 주신 것이다.

정말 이것은 기적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내내 재정을 걱정하며 답답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풀어졌다.

그날 이후 우리는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서 맛있는 음식을 사 먹었다.


친구의 사랑이 담긴 선물 덕분에 힘든 상황 속에서도 따뜻한 위로와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친구의 마음은 단순한 금전적 도움을 넘어 우리의 여정을 다시금 힘 있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며칠 후, 우리는 다시 싱가포르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떠나는 순간, 하나님께서 주신 이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은혜와 사람들의 사랑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그리고 그 축복을 기적처럼 연결해 주시는 하나님을 알아가는 여정이었다.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 속에서도 일하시는 분이며, 필요를 채우시는 분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 친구의 편지와 수표를 떠올리면 마음 깊이 따뜻함이 전해진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삶의 여정 속에서 만나는 작은 기적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되었다.


우리의 삶은 이렇게 하나님의 손길로 가득 차 있으며,

그 안에서 우리는 기적을 만나고 항상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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