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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수비대 막사

바나나 장교님!

by 천혜경 Jan 15. 2025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정말 넓고 아름다웠다.

초원이 가득하고 길도 잘 돼있어서 여행에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 달릴 때는 앞이 탁 트여 시원함이 가슴 깊이전해 졌다.

물론 소나기 가 몰아치고 천둥과 번개가 번쩍이며 내리 칠 때는 두려움도 느꼈지만, 그런 웅장한 자연의 장관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아프리카의 광활한 대지 위에 텐트를 치고
동물들과 자연 속에서 어우러져 지낸 시간들은,
내 생애 가장 자유로웠고 평생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추억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드라켄즈버그 지역은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했다.

폭우 속에서 어두운 산길을 달리며 숙소를 찾으려 애를 썼지만, 길은 점점 산 정상으로 이어졌고, 아이들은 뒷좌석에 꼬부라져 잠이 들었다. 나는 지도와 안내서를 펼쳐 들고 남편을 도우려 했으나 꼬불거리며 올라가는 길 안에서 긴장해서 인지 차 멀리로 고생해야 했다.

그러던 중 멀리서 빛이 보였다. 우리는 멀리서 보이는 빛에 이끌려 조심스럽게 차를 몰았다.


그러나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 빛의 정체가 군 초소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차 멀리 왔나 보다.'라고 느끼는 순간 군인 두 사람이 총을 들고 우리를 멈춰 세웠다.

우리는 창문을 열고 말했다.

"우리는 한국 사람입니다. 숙소를 찾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여기는 어디인가요?"


"여기는 레소토 국경 지역입니다. 민간인이 들어오면 안 되는 위험한 곳입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라고 말하고 는 급히 상관으로 보이는 장교를 데리고 왔다.


"아! 한국분이신가요? 여기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


그 사람은 차근차근 우리를 내리라고 하며 물어보기 시작했다.

잠자던 아이들도 다 일어나고 우리는 찬양을 끊고 나오려고 차량 오디오를 멈추려는


"아! 이 힐송 찬양은 내가 좋아하는 찬양입니다. 당신들은 기독교 인인가요?"


"네! 저희는 기독교 인입니다. 잠시 요하네스버그에 들렸는데 그곳에 있는 레마교회 집회에서 이 찬양 테이프를 샀습니다. 당신이 좋아하니 저도 행복합니다."


"길을 잘 모르니 운전하기도 힘든 산을 올라오셨군요.  다시 내려가야 하시는데, 오늘은 비가 와서 내려가는 길이 위험 할 것입니다. 여기 군인 막사에서 잠을 자고 새벽에 날이 밝으면 출발하시는 게 어떤가요?"


앞뒤 상황도 모르고, 길을 잃고 헤매던 우리에게 상황을 알려주고 안전한 방향을 제시해 준 장교님은 정말 고마운 분이었다


"고마워요 그러면 하루 저희들이 군 막사에 잠을 자고 내일 새벽 일찍 떠나겠습니다.

참 그리고 이 테이프는 제가 얼마 전에 산 것인데, 드리고 싶습니다. 이 두 테이프를 받아주세요."


"너무 감사합니다. 새 찬양인데 구하기 어려운데 이렇게 주셔도 됩니까? 주시면 저는 너무 좋지요.

군대에서 하루종일 지내야 하는데 여기 군인들과 같이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혹시 선교사님 이신가요?"


"아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한국분이신데 영어도 하시고 이런 찬양도 들으시고 바로 선교사님 같았습니다."


친절하게 웃으시며 우리에게 차를 세워 두고 막사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자다가 일어난 아이들은 어리둥절 놀라더니 군인들이 있으니 아들은 너무 좋아하며 싱글벙글하며 따라 들어갔다.

여러 개 깡통 같은 막사를 지나 조금 들어가니 작은 집이 하나 있었다.

군대에 VIP 들을 위해 준비한 작은 방이 있는 그 집에 우리를 안내하며 이불을 챙겨 주었다.

그리고 부담 갖지 말고 잘 자라고 인사를 하고 그분은 떠났다.


준비해 온 저녁을 조금 챙겨서 먹고 난 후 이렇게 갑자기 군대 막사 안에 들어와 화려한 지붕이 있는 집에 잠자리를 준비하며 나는 너무 행복했다.


내 평생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경 수비대 군 막사 안에서
잠을 잘 수 있는 기회는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이들과 너무 신기하고 신이 나서 조잘거렸다. 그러다가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군대인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는 기압소리를 들으며 킥킥 웃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이른 아침에 군인들이 줄을 지어 노래같이 리듬을 맞춰 뛰는 기압소리에 우리는 일어났다.

조금 씻고 주섬거리며 빵 조각을 나눠 먹고 있었는데,

어젯밤 그 장교님이 찾아오셨다.


"잘 주무셨나요? 나는 이제 퇴근합니다. 우리 집이 바로 옆에 있어요. 한번 가 보실래요? 제 아내도 만나고 우리 집에 기르는 바나나도 드리고 싶은데 어떠세요?"


정말 너무 감사했다. 나와 딸은 숙소를 정리하고 아빠와 아들은 따라나섰다.

딸과 나는 거의 청소를 하고 떠날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아들과 아빠가 둘이 바나나 송이  네 다발이 붙어 있는 바나나 가지를 어깨에 지고 오는 것이었다.

신이 나서 아들은 그 장교님 집에 큰 바나나 나무가 얼마나 많았는지 그분이 이 큰 가지 전체를 큰 칼로 잘라 다 가지고 가라고 하셨다고 익은 것은 지금 먹고 아닌 것은 좀 익혀 먹으면 된다고 신이 나서 설명을 했다.

바나나 한 손은 차 안에 넣고, 나머지는 트렁크에 그대로 실었다.

남은 여정 내내 그 바나나는 우리 가족의 기쁨과 감사를 상징하는 선물로 자리했다.



군인들이 하루를 같이 잤다고 모두 친절하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잘 설명을 해주었다.

그분들의 화려한 환송을 받으며 우리는 올라갔던 그 위험한 길을 안전하게 내려왔다.




세상은 여전히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은 선한 이웃들을 통해 우리 삶에 빛을 비추시며,

우리가 서로 돕고 아름다운 기적 같은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가도록 인도하신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하나님께서 이런 사람들을 가장 힘들고 절박한 순간에 만나게 하신다는 점이었다.


우리 가족에게 이 국경수비대 장교님은 위기의 순간에 큰 은혜를 베풀어 주신 귀한 분이었다.

본인은 잠시 섬기는 마음으로 도우셨겠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생명을 보호받은 소중한 기적의 역사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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