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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없는 행복한 집!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추억!

by 천혜경 Jan 08. 2025

다닥다닥 붙어 앉은 작은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들이 갖다 주는 소꿉놀이처럼 작은 그릇에 담긴 기내 음식은 하늘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별미였다.

이번 비행 때는 어떤 음식들이 나올까?

'닭고기? 소고기? 생선?' 음식이 나오기 전에 아이들이 신이 나서 묻는다.


온 가족이 아프리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모두 들떠 있었다.

그동안 비자를 받지 못하여 힘들었던 긴장은 비행기가 싱가포르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구름 속에 다 날아가 버린 것 같다.


아프리카라는 큰 대륙은 어떤 곳일까?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선교를 한다고 잘 만나지 못했지만 사진으로만 보던 삼촌 가족은 어떤 분들일까?

삼촌은 거기서 어떤 사람들과 살고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아이들의 질문은 끝이 없다.




남아공은 하늘이 높고 땅은 넓어 사방이 훤하니 시원했다.

동생은 우리를 위해 주위의 친구들을 소개해주며 여러 가지로 도와주었다.

어디를 가든지 한국인들은 참 많았고, 너무 정스러웠다 민족의 따뜻한 힘을 느꼈다.


차가 두 대 있다고 동생 친구분이 우리에게 아주 이쁜 하늘색 차를 빌려 주셨다.

선교지를 나오면서 운전을 하지 않았던 남편이지만 갑자기 차를 보며 너무 행복해했다.

그리고 그분은 우리에게 일도 일이지만 사역을 마치고 나면 이 넓은 곳에 오셨으니 시간 될 때마다 좋은 곳을 다녀오시라고 추천해 주셨다.


그분은 아마 눈치 없이 방이 두 개인 작은 집에 7명이 옹기종기 지내고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제안하신 것 같았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사실 너무 미안했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그분이 추천해 주신 대로 싼 가격으로 텐트 치고 잘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공원들을 찾아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남아공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 인지 아이들과 공부하며 돌아보기로 했다.


주위의 한인 분들이 강도를 당하는 일이 많았기에 동생은 치안을 걱정을 하며 조심히 다녀야 한다고 알려 주었다. 우리 가족은 그 당시 이 나라의 열악한 치안을 잘 몰랐기에 괜찮을 것이라고 오히려 동생을 안심시키며 집을 나섰다.


그리고 나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준비해 온 집중과외를 매일매일 진행했다.

어린 시절에는 그냥 데리고 다니고 가르쳤는데, 이제 초등학교를 다녀야 하는 나이이고, 이렇게 자주 학교 과정을 떠나야 하고 또 관광비자로 정규적인 학교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기에 우리는 이 부분을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 둘 또한 공부도 공부지만 또래 한국아이들하고 지내는 것이 쉽지 않았었다.

엄마로서 현재 주어진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버거워하는 공부의 어려움은 조금 해결해 준다면 '무엇을 안다'는 확신이 두려움을 이겨내 줄 수 있을 것이고, 그 힘이 선생님과 친구관계를 잘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쳤다.


초등학교1학년인 딸에게 더하기를 가르치고, 구구단을 외우게 하고, 한글을 차근차근 가르치고, 나도 힘들어하는 영어를 열심히 연습시키면 매일매일 우리는 요하네스버그에서 더반으로 그리고 케이프타운으로 가든루트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물론 아이들이 원하는 동물들이 우굴거리는 사파리에도 갔다.

우리 또한 집중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24시간 지내는 것은 정말 처음이었다.

그동안 사역으로 바빴던 아빠는 특히 더 그랬다.


아빠와 매일 텐트를 치고 걷으며 아들은 싱가포르 사람인지 한국 사람인지 왜 우리는 이렇게 이 나라 저 나라를 다녀야 하는지 많은 이해 하지 못하는 생각들을 이야기하며  처음에는 텐트를 치고 걷는 것을 장난치듯이 좋아하더니, 어느 날부턴 가 힘이 드는지 '지붕 있는 집에서 자고 싶다' 고 어리광을 부리며 행복해했다.

 

밥 당번이었던 딸은 엄마에게 종알 종알 하루 종일 그동안 친구들과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왜 선생님이 무서웠는지 그리고 엄마가 동생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서 질투가 난 속상했던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내었다.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깊은 정서들이 하나하나 풀어지고 서로를 많이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까지 깊이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소통할 수 있는지 놀랐다.


그리고 친절한 아프리카 분들을 많이 만났다.

아이들이 있으니 그분들은 더 친절하게 우리에게 맛난 과일도 주시고 좋은 곳 안전한 곳을 안내해 주셨다.



미래를 모르고 머물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달려 나온 우리 가족은
아프리카 천국으로 뛰어 들어온 것 같았다.


멀리서 사자도 보고 어그적 어그적 무엇인가 열심히 씹으며 돌아다니는 기린도 보고, 밤만 되면 나타나 주위의 나무를 다 밟고 지나갔다는 코끼리, 언제가 사진에서 본 것처럼 나무 위에 우아하게 걸쳐 누워 있는 치타도 보고, 비포장된 길 위에서 천천히 걷고 계신 거북이를 위해 한참이나 기다려 주기도 하며 한 달의 시간을 텐트를 치며 남아공화국을 돌아다녔다.


매일 텐트를 치고 걷는 아빠와 아들,

작은 버너에 밥과 반찬을 만드는 엄마와 딸,

어느 날 은 고래들의 등이 보이는 시원한 바닷가에서,

어느 날 은 우리를 밤새 텐트와 함께 날려 보낼 듯 불어대는 바람 앞에서

우리 가족 네 명은 꽉 부둥켜안고 거뜬하게 그리고 오히려 행복하게 한 달을 보냈다.


내일이 보이지 않아도 오늘 하루 이미 주어진 엄청난 감사로 가득 채우며,


아프리카의 드넓은 대지와 하늘 아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쌓아 올린 추억들은 언제나 우리의 마음속에 별처럼 빛을 내 우리만의 아름다운 한 편의 역사가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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