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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 쇼핑

진정한 감사!

by 천혜경 Mar 0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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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서나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일부 나라에서는 여성의 삶이 더 무거운 굴레 속에 갇혀 있었다

그 덕분에 한국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더욱 감사하게 되었다.


이집트에서 여성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상상을 초월했다.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서, 그리고 신문 기사에서 접한 통계 속에서

그들의 고통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99%의 여성이 성희롱을 경험하며, 90% 이상이 여성 할례를 받는다고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가정폭력이 법적으로 명확히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외국 여성들은 혼자 길을 다닐 때 이러한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되었다.

나 또한 성희롱을 당하거나, 누군가가 쉽게 다가와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일을 자주 겪었다.

그래서 나는 될 수 있으면 아들과 함께 다녔다.


나의 아파트 아래층의 아주머니와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19세에 결혼을 하고 아이가 4명인데, 결혼하고 살다가 알게 되었다고 한다.

본인이 세 번째 부인인 것을....

더 가슴 아픈 것은 심지어 종교적 이유로 가족 내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용인되기도 한다.

그래서 가족 안에서도 조심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다행히 현재는 많은 여성들이 이에 맞서 목소리를 내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내가 살던 아파트는 그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고,

어느 날 19층 베란다에서 길게 늘어진 줄을 발견했다.

궁금해서 줄을 당기자, 아래에서 누군가 고함을 치며 바구니를 올려 주었다.

잠시 후 바구니가 흔들리며 다시 올라왔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내려보냈다.


그날 늦은 오후, 초등학교 4학년쯤 된 남자아이가 나를 찾아와 아랍어로 말을 걸었다.

알고 보니 바구니에 종이에 필요한 물건을 적고 돈과 함께 보내면, 아이들이 장을 대신 봐주고 거스름돈과 함께 바구니를 다시 올려준다는 것이었다.


이집트에서는 일부 보수적인 가정에서 여성들이 직접 시장에 나가는 대신 이 방법을 사용했다.

특히 고층 건물이 많은 카이로에서는 흔한 풍경이었다.

바구니를 이용해 주로 과일, 야채, 빵(에이쉬), 달걀, 우유 같은 생필품을 샀다.


매일 바구니가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며 기발한 쇼핑 방식이라 생각했지만, 이 일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이 아려왔다.


찢어진 바지를 입고 빵구난 신발을 신은 채 마른 얼굴에
해맑은 미소를 띠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다음 날, 나는 바구니를 이용해 장을 보기로 결심했다.

아파트의 19층 베란다에서 바구니를 내려보내며, 물건을 적은 종이와 돈을 함께 넣었다.

얼마 후, 바구니는 다시 올라왔고, 내가 적은 물건들이 모두 들어 있었다.

아이들은 내가 주문한 물건을 빠르고 정확하게 사다 주었다.


며칠이 지나고, 나는 그 아이들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매일 바구니를 통해 내가 필요한 물건을 사다 주면서 나와 작은 대화를 나눴다.

내가 시장을 보고 마을 입구를 들어오면 그 아이들이 웃으며 다가왔다.

나는 은근히 내가 들고 있는 시장본 비닐을 건네며 들어 달라고 했다.

그 아이들이 신이 나서 들고 우리 아파트 앞에 두었다.

나는 웃으며 잔돈을 한 장씩 나눠 주었다.


작은 것 하나에 깊은 감사를 하는 그들에게 많이 배웠다.



그들이 어디에 사는지 잘 모르지만 매일 같은 공간에서 만나니 점점 이웃이 되었고 그들의 삶이 가난하였지만 작은 것에 행복해하는 모습에 오히려 내게 큰 감동이 되었다.

작은 나눔에 금방 행복하여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며, 나 또한 진정한 감사와 기쁨에 대해 많이 배웠다.

그리고 그 어린이 한 명 한 명의 삶에 멋진 내일을 기대하는 희망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했다.


이집트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특히 어린이 인권 그리고 여성 인권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이 나라의 깨어있는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조금씩 목소리를 내어 현재의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뭉클하게 한다.


언젠가 살아있는 우리 모두가 존중받고,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온전히 깨닫고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지금 이집트에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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