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어른을 좋아하는 이상한 어린이의 일기
오늘 또 아빠에게 혼났다.
밥 먹으려고 식탁에 앉자마자 빨리 먹으라는 잔소리가 쏟아졌다.
너무 졸려서 반찬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버럭 아빠의 호통이 귀를 관통했다.
깜짝 놀라 허둥지둥 밥을 먹었다. 그러다 그만
'케케켁켁켁'
기침을 하며 입에 있는 음식을 뿜고 말았다.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었다.
빨리 먹으라고 호통을 치던 아빠는 그렇게 먹을 때부터 알아봤다며
그렇게 먹고 어떻게 안 체하냐며 꼭꼭 20번씩 씹어 먹으라고 했다.
어떻게 20번씩 씹어 먹으면서 빨리 먹을 수 있는 거지?
아빠의 구강구조는 나와 다른 걸까.
우리 아빠는 참 이상하다.
오늘 엄마에게도 또 혼났다.
일찍 들어와 외식하기로 한 아빠가 약속을 어겼다.
사회생활이라 어쩔 수 없다며 회식에 간 것이다.
엄마는 아빠를 마구 흉봤다.
어떻게 가족들이랑 약속을 어길 수 있냐며
분명 오늘 늦게 술에 잔뜩 취해서
자고 있는 너희들을 깨울 거라고 제발 그러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아빠의 험담을 우리 앞에서 했다.
나는 엄마의 잔뜩 화난 기분을 풀어주려고
맞아 아빠는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그럴 때 너무 싫다고 거들었다.
그랬더니 갑자기 엄마는 정색을 하더니,
그래도 아빠가 우리한테는 좋은 아빠라며
누나와 나에게는 아빠 흉을 보지 말라고 혼냈다.
솔직히 어이없었다. 엄마는 하면서 왜 우리는 하지 말라는 건지.
우리 엄마는 참 이상하다.
오늘 누나에게 혼났다.
우리 누나는 아빠 흉을 본다. 왜 아빠는 화를 내는 거냐고.
왜 마음대로 자기 마음을 판단하냐고. 정말 싫다고 나한테 말한다.
우리 누나는 엄마 흉을 본다. 왜 엄마는 잔소리를 하냐고.
왜 알아서 할 텐데 계속 이야기하냐고. 정말 싫다고 나한테 말한다.
그런데 우리 누나는 내가 춤을 춘다고 아빠처럼 화를 내고,
내가 장난만 친다고 엄마처럼 잔소리를 한다.
내게 어른 행세를 하는 누나는 참 이상하다.
근데 나는 그런 이상한 아빠와 엄마와 누나가 좋다.
아무래도 나도 이상한 것 같다.
[그림책으로 글쓰기-그냥, 좋아서 씁니다] -오늘은 어린이가 되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