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글쓰기 모임에서 어떤 그림책으로 나눌까 항상 고민한다. 책 선정까지 여러 가지 고민을 하지만, 막상 마지막 선택은 결국 느낌이다. 도서관에서 만난 <산이 웃었다>를 혼자 봤을 때는 크게 끌리지 않았다. 산이 웃을 수도 있구나 하고 넘겨버렸다. 휘리릭 넘겨 보고는 탁 덮어버렸다. 그러다 망종이라는 절기에 어울리는 책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문득 떠오른 게 <산이 웃었다>의 초록 표지였다.
모임을 시작하고 첫날은 그림책 감상을 나눈다. 그림책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 되니, 이 그림책은 이럴 때 활용해야겠다, 이런 주제로 이야기해야겠구나라고 정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림책으로 글쓰기를 진행하면 나도 참여자의 한 명이 되어 그림책을 찬찬히 즐길 수 있어서 좋다.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그림을 글을 느끼는데 입 밖으로 한마디가 터져 나왔다. "아, 진짜 좋다"
오롯이 자신만의 감정에 집중하던 사춘기 소녀가 산으로 가서 자연을 만나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작은 것에 마음을 열며 성장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 이렇게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책이다. 책 속에서 아가타는 눈부시게 빛나는 이끼를 발견한다. 여태 보이지 않았던 작고 작은 존재를 알아차린다. 평소에는 그저 지나치던 사소한 아름다움을 평온해진 마음으로 발견하고 흠뻑 젖어 느낀다.
넘어진 사이 새롭게 들어온 장면에서 작은 아름다움을 색다른 풍경을 알아차린 아가타처럼 나도 평소에는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작은 아름다움을 찾아보고 싶었다. 때마침 높다란 빌딩 숲을 지나 초록의 나뭇잎이 환영의 인사를 보내는 산속으로 캠핑을 떠나왔다. 자연 속에서 나는 웃고 있는 산을 찾고, 나무 틈 사이 가지를 내는 이파리를 만나고, 네잎클로바인척 하는 꽤 사랑스러운 잡초를 마주하고,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달콤한 구름에게 손을 내밀어 본다.
평소에 늘 오던 캠핑이었는데 그림책을 읽고 마주하는 순간은 또 다르게 느껴진다. 이렇게도 산이 많이 웃고 있었나. 초록이 이렇게도 싱그러웠나. 잡초가 이렇게도 멋져 보였나. 구름이 이렇게도 달콤했나. 여태 보이지 않았던 작은 존재를 발견함으로써 나는 또 다른 위로를, 희망을 엿본다. 모르고 지나쳤던 작은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나도 아가타처럼 쑥쑥 성장하고 있다.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느낌이라면 그래서 혼자 굽이치는 강물 속에 오롯이 서 있는 외로운 섬처럼 느껴진다면 오늘은 도서관에 들러 <산이 웃었다>를 빌려보면 어떨까. 도서관에 갈 시간이 없다면 구매 버튼을 한번 누름으로써 당일 배송의 편리함을 느껴보면 더 좋고. 그러고 나서 자연으로 한 걸음 내디뎌 보는 건 어떨까. 너무 작아서, 너무 늘 곁에 있어서 그냥 지나쳤던 아름다움을 마주하며 또 한 뼘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