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감이 팔딱거리는 그 순간으로 들어가 생생하게 그려
“I am so proud of you”
2034년 4월 22일 일요일 오후3시30분 미국 잭슨빌비치
부드러운 하얀 모래가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끝도 없이 해변이 펼쳐진 이곳에서 미미와 함께 선베드에 누워있다. 나는 64세, 미미는 69세. 시니어지만 우린 여전히 매력적이고, 건강하고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코코와 제리, 수지와 미첼은 바다낚시를 하고 있다. 뭔가 잡을 때 즈음이면 꺅~ 꺅 거리는 코코와 하하하~ 웃는 수지 소리에 우리는 멍하니 바다를 보다가도 한번씩 친구들 쪽을 쳐다보곤 한다.
스피커에서는 얼마전 미국공연을 마치고 간 바크하우스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미미가 만들어준 체리 보드카를 마시면서 바다낚시하는 친구들을 보고 있는데 대뜸 미미가 하는 소리다.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huh?”
라고 하며 무슨 소리냐는 반응을 했다. 한참동안 미소로 나를 바라보는 미미는 드디어 말한다.
“2019년에 우리가 처음 만나서 2034년이 된 지금까지 15년을 알고 지냈는데 그동안 네가 이뤄낸 것들을 돌아봐봐.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루고 지금 우리가 여기 잭슨빌비치에 같이 누워있게 되었는지, 우린 정말 그레이스와 프랭키가 되었다구!!”
신나서 어깨 으슥이며 말한다. 반짝이는 그녀의 눈빛이 라이방을 뚫고 나온다.
“맞아 시스터, 우리가 같이 만들었어, 그리고 지금은 여기 잭슨빌 비치에 이렇게 같이 있네, 와~꿈같다”
한국에서 처음만나 지금까지 우정을 나누었고 그녀는 항상 나에게 자신감과 긍정의 힘을 불어 넣어주었다. 늘 모험을 즐기는 그녀는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고 그의 오랜 친구인 벨라(반려견)와 함께 배낭 하나만 메고 한국으로 왔다. 이내 사라졌지만 한동안은 한국 사람들은 개를 먹는다는 이야기에 어디 갈때면 항상 벨라를 끌어안고 다녔다는 그녀의 또 다른 탁월한 능력은 주변 어느 누구와도 바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그녀 한국친구 목록에는 떡볶이 친구, 빵가게 친구, 애견샵 친구, 헬스트레이너 친구 등 만나는 모든 사람이 그녀의 친구로 들어가 되었다. 한번 친구가 되면 그녀는 계속적인 관심을 보인다. 바나나 브레드를 만들어서 나눠먹고 피넛버터를 만들어서 나눠먹고 명절이면 수제 양초, 쵸콜릿과 같은 작은 선물을 카드와 함께 주며 정을 나누었다.
나와는 거의 매주 만나며 근교에서 부터 서너시간 걸리는 곳까지 여행을 갔다. 이상하게도 그녀와 나는 여행코드도 잘맞아서 실패한 여행도 그렇게 재밌고 즐거웠다. 성공과 실패가 없는 모두 행복한 여행이었다. 한번은 포천에 여행을 갔다가 실제 시골사람 집에서 자 본다고 낡은 한옥집을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해서 잘 때가 있었는데 냄새나고 귀신 나올 것 같은 그곳을 도저히 못자겠다고 하면서 빠져나올때 마져도 너무 우스워서 서로를 보며 깔깔거렸다. 언제나 그렇게 나이들어 시들어가지말고 델마, 나 그리고 루이스, 미미처럼 꺼지지 않는 청춘으로 모험을 즐기며 살자고 했던 우리.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물었다.
"라나 혹시 넷플릭스에서 그레이스와 프랭키 봤어?" 라고 물었다.
"아니" 라고 대답하는 나에게 그녀는
"꼭 한번 봐봐. 나는 그 걸 보면서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 될 것이다 라는 확신을 했어"
라고 말했다.
집에 와서 얼른 넷플릭스를 켰고 그곳에서 그레이스와 프랭키를 만났다. 히피스럽고 자유로운 프랭키는 미미, 다소 보수적이고 나이 들어서는 그레이스와 프랭키처럼 늙어가자고 한다. 그 꿈은 나에게 삶의 목표가 되었고 현실로 만들기 위해 지난 길을 걸어왔던것 같다.
지금 나는 미미와, 우리 패밀리와 같이 있다. 미미와 패밀리들이 2022년 미국으로 다 돌아간 이후 나는 개인성장과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공부를 하면서 NLP Trainer가 되어 NLP Practitioner와 Master를 양성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 교수를 했던 경험을 토대로 인권관련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국내외 활동중이며, 2030년 2월에 소피아 대학에서 Transpersonal psychology를 전공후에 교수자리를 제안받아 재직중에 있다.
공직자에서 영성개발자로, 인권운동가로, 교수로, 작가로, 예술가로 끊임없이 변신하며 다양하게 활약하고 있는 나의 삶은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주어 나의 강의는 일찍 등록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고 나도 그들의 삶의 변화를 통해 가슴벅찬 감정을 받으면서 이러한 경험을 나의 계속적 변화와 성장을 위한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그리고 내 곁에는 누구보다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그리고 한결같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나의 솔 시스터 미미가 있다. 그녀를 바라보는데 가슴이 뜨듯해지면서 갑자기 내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눈물이 차오르면 말소리가 안나올것 같아 눈물방울이 뚝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말한다.
“I love you”, 그러자
“I love you more”라고 말하는 미미.
아무말없이 바라보기만 해도 수많은 말들이 우리 사이를 오고간다.
그때 저 멀리서 낚시를 하던 코코가 우리를 향해 소리친다.
“come here, and you two have to see what we catch!!”
코코말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그들을 향해 뛰어간다.
미미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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