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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스트 어웨이 중 불을 창조하는 순간은 주인공이 4년이라는 시간을 외딴섬에서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획기적인 장면 아니었을까 싶다. 날 생선과 살아있는 ‘게’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더 빨리 다가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러닝타임 중 절반은 주인공이 혼자 섬에서 살아남는 법을 그려내지만 지나간 시간과, 후회를 뒤로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보여주며 다소 설레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
8N 년 생인 작가인 내게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배우를 뽑자면 난 ‘톰 행크스’가 항상 상위권에 든다 라고 자부한다. 다소 평범할 수도 있는 외모로 사람들에게 친근한 연기를 주로 맡은 대표적인 중견 배우인 그는 미국의 대표적인 배우이자 가장 미국적인 배우로도 널리 유명하다. ‘톰 행크스’가 흥행시킨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포레스트 검프’ ‘라이언 일병 구하기’ ‘터미널’ 같은 영화는 지금도 TV 채널을 돌리고 있자면 으레 한 번씩은 스쳐지나갈 정도로 우리에게도 인기가 높다.
그가 나온 영화 중 가장 대표적으로 재미있게 본 건 오늘 소개할 영화 ‘캐스트 어웨이’이다.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는 주인공인 ‘톰 행크스’가 연기한 ‘척 놀랜드’는 전 세계를 돌며 하루하루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 진솔한 친구들 안정된 직장까지 모두 가지고 있지만 비행기 사고로 그만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영화의 절반 이상이 주인공의 원맨쇼로 진행이 되는데, 어느 장면 하나 놓칠 게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바다로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주인공은 해변가 모래에 SOS를 적어 놓고 하염없이 구조를 기다린다. 수풀을 지나 섬의 반대편으로 가보아도 망망대해뿐인 상황을 보고 크게 좌절하지만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는다. 코코넛 열매를 깨 먹고 비를 피할 동굴을 찾으며 끝없는 불안함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외로움과 불안감 속에 피에 물들어 마치 사람의 얼굴처럼 그려진 배구공에 ‘윌슨’이라는 이름을 붙여 마치 실제로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듯한 장면과 감정 기복은 ‘톰 행크스’의 깊이 있는 연기를 엿볼 수 있는 묘미이다. 재미있는 건 섬에서 탈출 후 파도에 떠내려 가는 ‘윌슨’을 보며 울부짖는 주인공을 보며, 주인공뿐만이 아니라 나도 어느새 저 ‘윌슨’이라는 배구공을 하나의 캐릭터로 보고 감정을 이입해 울컥하고 있었다는 거다.
주인공은 4년이란 시간을 섬에서 보낸 후 이제 이 섬을 탈출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엉성하기 그지없는 뗏목 배에 마지막으로 부족한 재료로, 불안감과 외로움에 좌절하여 자신의 목을 매려고 했던 끈을 사용하는 장면은, 지치지 않는 그의 삶의 대한 집착과 희망으로 단지 배를 완성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주인공이 해쳐나갈 미래를 은연 듯 보여주는 것 같았다.
#캐스트 어웨이에 ‘게’와 불의 발견
무인도에 표류한다면 단연 중요한 건 먹을 것과 마실 것 아닐까 싶다. 마실 것이 없다면 이미 탈진한 주인공이 며칠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열대의 섬답게 섬은 야자나무 열매로 무성하기에 초반 주인공의 생존 시간을 다소 벌어준다. 하지만 곧 섬유질 덩어리 야자열매는 오히려 탈수를 동반한 배탈 밖에는 얻을 수가 없었다.
바닷속엔 물고기들이 넘쳐나고 해변가에는 게들이 돌아다닌다. 하지만 절대 날것으로는 먹고 싶은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게를 사냥 후 다리를 뜯어 게의 육즙이 흐르는 장면은, 게장이라면 환장하는 나로서도 저건 그냥은 못 먹겠다 싶을 정도의 비주얼로 영상을 찍어놓았다. 주인공에게 가장 시급했던 건 날것들을 먹을 수 있는 바로 ‘불’이었다.
‘시간’에 쫓겨 살던 그에게 이제 이 섬에서는 구조되기 직전까지 가진 것이 바로 ‘시간’밖에 없다
주인공은 하루 종일 나무를 긁어 결국은 불을 창조해 낸다. 불을 사용할 수 있는 순간부터는 주인공의 식생활을 꽤 호화로워진다. 모닥불에 구운 생선과 게는 집기 같은 건 아무것도 없는 그 상황에서 조차도 맛있어 보이기까지도 하는데, 4년이란 시간 동안 만약 저 ‘불’ 없었다면 주인공은 그보다 더 짧은 시간에 탈출을 결심했을지도 모른다.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라는 지문 후에 나오는 장면은 사실 좀 충격적이다. 창을 던져 생선을 잡고, 산채로 뜯어먹는 장면은 어찌 보면 좀 웃길 수도 있는 장면인데, 사뭇 진지하고 허탈한 표정의 주인공을 보고 나면 살짝 숙연해지기도 한다. 내 개인 적인 생각으로는 주인공이 뜯었던 페덱스 택배들 속에, 혹시 프라이팬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주인공이 생선을 날로 뜯어먹는 일은 조금 더 미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Saute소테는 팬에 재료를 넣고 빠르게 볶는 조리법인데 , ‘불’이라는 것이 발견된 후 가장 먼저 시작된 원초적인 조리법으로 , 간편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조리법이다. 코코넛으로 오일을 짠 후 생선이랑 게를 볶아 먹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물론 내가 정말 표류당한다면 아마 망연자실하고 있을 날이 더 많겠지만 말이다.
영화는 우리 삶에 당연하게 있는 것들에 대해 잔잔하면서도 어쩌면 또 냉정하게 결말지어 보여준다. 시간에 쫓기던 삶에서 시간밖에 없던 삶을 겪어보고, 이제는 남의 부인이 되어버린 사랑하는 여인에 대해 드는 어쩔 수 없는 후회라는 감정을 인정하지만 그 마저도 다시 후회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생환 파티 후 남아 있는 음식을 보며(무려 킹크랩) 작은 상념에 잠긴듯한 주인공의 표정. 라이터로 손쉽게 ‘불’을 만들어 내는 장면들은 어쩌면 상상도 할 수 없는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주인공 마음속 깊은 아픔과 현실을 슬며시 보여주는 것 같다.
오스테리아 주연 오너 셰프 김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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