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그녀의 눈에 바람이 보였다. 이곳, 저곳을 떠다니는 바람은 자유로워 보였다. 그 후부터 그녀는 창밖에 바람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바람이 자신의 방에 머물까 하며 창문은 언제나 반쯤 열어두었다.
어두운 밤이 가시고 새벽녘이 유난히 아름답던 날, 바람이 그녀의 창틈으로 불어왔다. 그녀는 시원한 바람에 눈을 스르륵 떴다. 그녀의 눈앞에 바람이 있었다. 그녀는 놀라지 않았고 바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바람이 말했다.
“나랑 춤추러 갈래?”
바람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둥실둥실 떠 있었다. 그리고 바람의 물음에 그녀도 답했다.
“응”
그녀는 잠시 동안 아이가 된 듯이 들떴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기뻤다.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생각이 그녀를 가슴 벅차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바람에게 차분히 기대었다. 바람은 그녀의 손을 스르륵 감쌌다.
하늘을 날았다. 그녀는 무섭지 않았다. 꿈인가 싶어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보기도 했고, 그 모습을 보는 바람은 더욱 포근한 바람을 이었다. 새벽 달빛이 비치는 어두운 하늘 위는 아름다웠다. 고요하고 적막한 밤, 바람은 그녀의 발이 되고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바람은 그녀를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들판으로 데려가 커다란 나무 위에 그녀를 앉혔다. 바람보다 먼저 그녀가 입을 열었다.
“바람아”
“응?”
“항상 창문 열어 둘게. 바람아. 꼭 또 언젠가 나를 데리러 와줘.”
“네가 나만큼 자유로워진다면 갈게”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깃들었다. 꿈이었던 것일까? 정말 바람이 그녀를 태웠던 것일까? 그 날 고요한 밤을 비추는 달빛과 그녀와 바람만이 알고 있었다.
방 안에서 그녀는 살며시 눈을 떴다. 맑은 하늘에 오후를 알리는 노란 햇빛들이 열린 창틈으로 비췄다. 그리고 햇빛이 비추던 곳엔 먼지가 가득 쌓인 휠체어가 하나 있었다. 그녀는 옆에 있던 목발을 짚고 가서는 가득 쌓인 먼지를 조금씩 닦아냈다.
시간이 흐른 뒤 고요한 새벽 어느 날, 집이 아닌 들판에 있는 커다란 나무 옆에 휠체어가 세워져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차분히 부는 바람을 타며 자유롭게 춤을 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