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톤보리라는 에너지드링크
오사카 도톤보리는 독특한 에너지를 뿜는 마성의 장소다. 듣도 보도 못한 휘황찬란한 대형 입체 간판들이 번쩍이는 거리, 일본 전역에서 몰려든 여행자들과 전 세계 여행자들이 한데 모여서 타코야키집 앞에 줄을 서서 방금 만든 뜨거운 타코야키를 호호 불며 집어먹는 모습은 오직 여기서만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사카 방문이 이제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는 N회차 여행자인데도 언제나 숙소에 짐을 풀고 나면 제일 먼저 도톤보리부터 간다. 그리고 또 몇 번째인지 셀 수 없지만 결승선에 들어오는 마라토너 글리코상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몇 번째인지 셀 수 없지만 메이지 제과 칼 아저씨 간판에 달린 카메라에 내 얼굴을 비추면서 손을 흔든다. 도톤보리에 오면 이 두 가지 일만은 매번 재미있고, 꼭 해야 직성이 풀린다.
도톤보리는 낮에 가도 재밌지만, 밤에 가면 더욱 즐겁다. 주말 저녁이면 사람들에 떠밀려서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붐빈다 해도, 인기 오코노미야키집은 줄이 너무 길어서 한 시간을 기다려도 먹지 못한다 해도, 온갖 물건을 가판에 내놓은 드럭스토어가 너무 많아서 정신이 혼란하고 회전초밥집은 기대에 못 미친다 하더라도. 기분만은 백 점 만점에 백 점인 곳이 바로 도톤보리다. 촌스럽단 생각이 들 정도로 알록달록한 패션 스타일, 과격하고 시끌벅적함, 무례함과 친밀함의 아슬아슬한 경계까지, 차분하고 세련된 느낌의 도쿄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오사카만의 에너제틱한 매력이 있기 때문에.
"어떡해~ 너무 맛있겠다! 못 참겠어! 이게 바로 오사카지!"
늦은 저녁에 도톤보리의 타코야키집에 갔을 때 이십대로 보이는 일본 여성 둘이 상기된 표정으로 타코야키 접시를 받아들고 이렇게 외쳤다. "역시 그렇죠?" 나도 옆자리에서 슬쩍 거들까 하다가 참았다.
도톤보리에서 "이게 바로 오사카지!"라고 할 만한 것이 하나 또 있다. 도톤보리의 명물 다리인 에비스바시(戎橋)는 한신 타이거즈가 일본 시리즈에서 우승하면 팬들이 강으로 뛰어내리는 전통이 있는데, 작년에 정말로 한신타이거즈가 무려 38년 만에 우승하는 바람에 그 전통이 지켜지는 모습을 전 세계인이 유튜브로 볼 수 있었다. 기쁨에 겨워 도톤보리강으로 힘차게 뛰어드는 오사카 사람들. 역시 일본의 다른 지방에선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남다른 파워, "디스 이즈 오사카"다.
그리하여 오늘도, 내일도 내 오사카 여행의 원픽은 역시 도톤보리다. 오사카에 도착했다면 일단 도톤보리라는 에너지드링크를 마시고 활력을 되찾을 것. 나머지는 그 다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