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햇살이 뜨겁다. 자전거를 타고 예사롭지 않은 날씨를 통과하느라 벌써 이마에 땀이 한가득이다. 온몸의 구멍을 통해 솟아오른 땀을 훔치며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더운 공기가 코를 훅 덮친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선풍기를 쐬며 글을 쓰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여기까지 왔으니 뭐라도 읽고 가자 하는 마음이 싸우느라 땀이 더 솟는 것만 같다. 일단 자리를 잡고 휴대용 선풍기를 이마에 갖다 댄 채 마음을 진정시켰다. '나는 지금 전혀 덥지 않다'를 마음속으로 삼십 번쯤 외치고 나니 열기가 가라앉았다. 창밖으로 햇빛을 받은 초록색 이파리들이 싱그럽게 살랑이고 있었다. 어쩌면 밖이 더 시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라클 모닝을 여러 번 시도했으나 쉽지 않다. 일어나는 시간이 들쑥날쑥 인데다 아침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써볼라치면 누군가 내 귀에 속삭인다. 지금 이렇게 한가롭게 앉아 있을 때야? 책 읽고 글 쓰는 게 제일 먼저여도 되는 거야? 마음이 불편해져 결국 싱크대 앞에 서서 아침을 준비하게 된다. 그러므로 땀이 줄줄 흘러도 미라클 모닝 대신 선택한 미라클 도서관을 좀처럼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고요함과 차분함. 가지런히 책이 꽂혀 있는 서가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설렘과 반듯하게 정돈되어 있는 책상과 의자가 주는 안정감. 각자 할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흐뭇함. 지금 이 순간 내가 이 풍경 속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도서관은 또 다른 나의 집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다. 매일 와도 새롭고 즐거운 곳. 나를 있는 그대로 따듯하게 품어주는 커다란 방공호.
책 몇 권을 골라 읽다 보니 어느새 삼십 분이 훌쩍 지났다. 갑자기 머리 위로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일정 온도가 넘으면 저절로 돌아가도록 설정되어 있는 걸까. 아마 공공기관에는 정해진 온도가 있는 모양이다. 위잉 위잉 반가운 소리와 함께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지상 낙원이 따로 없다. 이 정도 사치는 마음껏 부려도 되지 않을까. 신나게 책장을 넘긴다. 벌써부터 폭염이 예고되어 있는 올 여름, 나는 도서관에 찰싹 붙어 있을 생각이다. 땀이 줄줄 흘러도 기다리다 보면 에어컨은 돌아갈 테니 즐겁게 책을 읽고, 글을 쓰려한다. 문득 자꾸만 가라앉고 허무해질 때면 누군가의 문장으로 마음을 달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 싶다. 그렇게 여름을 버티는 동안 나는 쓰지 않던 날들보다 분명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테고, 좀 더 씩씩하게 다가올 계절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계절엔 책 읽고 글 쓰는 게 먼저인 게 당연한 내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