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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수진 Jun 18. 2024

인사이드 아웃2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에 대하여


아이와 함께 영화 인사이드 아웃 두 번째 이야기를 관람했다. 손가락을 다쳐 깁스를 하게 된 아이의 학원이 올스톱 되면서 뜻밖의 시간이 생긴 덕분이었다. 우리 반반 팝콘이랑 콜라 사서 영화 보러 다녀오자. 학교가 끝나자마자 영화관에 간다는 말에 딸은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다. 늘 가던 길, 꼭 해야 할 일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기. 매일 긴장감 있게 루틴을 지키고 있다가 살짝 느슨해진 기분이랄까. 평일 낮에 보는 영화는 그런 희열이 있었다.


영화관은 예상대로 한산했다. 여유로운 좌석은 물론 휴대폰을 확인하며 불빛을 내뿜는 사람들도 없어 쾌적했다. 우리는 일부러 예고편도 시놉시스도 보지 않았다. 대신 마음껏 상상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아이는 사춘기가 온 라일리가 부모님과 트러블이 생기지만 잘 극복하는 내용이 될 거라 예상했다. 나는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에게 새로운 감정들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내 이야기를 듣던 아이는 부끄러움이나 혼란스러운 감정을 떠올렸고, 나는 짜증과 불안을 생각했다.


영화는 아이의 예상에서 살짝 벗어난, 친구들과의 마찰이 이어졌고, 내 예상과 비슷하게 새로운 감정들-불안, 따분, 부럽, 당황-이 등장했다. 1편과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지만 이야기는 좀 더 입체적이다. 2편의 주된 감정은 '불안'인데, 보는 내내 감탄했다.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의 심리상태를 어쩜 이렇게 탁월하게 묘사했을까. 자꾸만 밀려드는 불안한 마음 때문에 수백 개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고민하지만 정작 제대로 이루어지는 일은 하나도 없는 예민하고 혼란스러운 시기.


마지막 즈음에서는 결국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오래전 겨울왕국2를 보며 울던 순간과 비슷한 기분이었다. 엘사가 Show your self를 부르며 진짜 자신을 찾아 달려가던 장면에서 쏟았던 눈물 말이다. 두렵고 무서웠지만 늘 궁금했던 진짜 자신의 모습을 만나러 맨발로 얼음 위를 달려가던 엘사. 인사이드 아웃2 속 감정들 역시 불안하고 갈팡질팡하긴 마찬가지였다. 각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모습이 곧 라일리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아무도 라일리를 정의할 수 없다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부정적인 감정 역시 나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다른 감정들과 조화를 이루는 순간 라일리의 새로운 자아가 탄생한다. 나는 좋은 사람이야, 하지만 이기적이야. 나는 멋진 사람이야, 하지만 부족해. 모든 순간, 모든 감정이 모여 자신을 이루는 것임을 알게 된 순간. 삶을 살아오며 스스로에게 계속해왔던 질문들이 영화 곳곳에 있었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늘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던 시절. 어떤 게 진짜 내 모습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나답게 살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시절이 내가 떠올랐다. 그리고 내 옆에 앉아 있는 나의 딸. 이 작은 아이가 앞으로 자라면서 스스로에게 던질 질문의 예고편이자 답이기도 했다.


코를 훌쩍이며 우는 나를 본 아이가 놀란 모양이다. 엄마 울어? 괜찮아, 내가 있잖아. 나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수많은 질문과 가라앉게 만드는 불안 앞에서 길을 잃은 것 같은 순간이 올 거야. 그때 네 옆에도 엄마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엄마는 그 질문을 통과했고, 여전히 답을 찾고 있지만 더 이상 무너지거나 자책하지 않거든. 거울 너머 나 자신을 마주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거든. 네가 그런 단단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게 옆에서 응원할게. 오늘 이 영화를 본 순간이 너의 마음에 오래 남아 있기를.

Love your self,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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