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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Mar 05. 2024

봄동 전

봄동 쌈 대신 봄동 전

아침에 들린 야채가게 총각이

"여사님, 진열하고 이거 남았는데 드세요." 하며 봄동을 준다.

요즘 여기저기서 봄동이 유행인 것 같다.

제철 채소인 봄동으로 겉절이를 한다며 많이들 사간다고 한다.

지난달에 봄동이 처음 나왔을 때 오래전 부산에서 봄동으로 쌈을 싸 먹었던 기억이 나서 덜렁 샀었다. 부산에서는 겉절이도 하지만 봄동을 데쳐서 멸치 액젓에 마늘 다져 넣고, 양파, 풋고추를 쫑쫑 썰어 넣고 통깨를 넣으면 맛있는 젓갈 영념장이 되는데 봄동 쌈, 물미역도 젓갈장에, 알배추 쌈도 젓갈양념에 찍어 먹는데 아주 맛있다. 서울 살 때엔 된장, 고추장, 쌈장만 먹었는데 낯설었던 젓갈 양념은 신기했고 곧 그 맛에 빠져 들었다.

대가족의 반찬으로 한 번씩 봄동을 데쳐서 젓갈양념장과 상차림을 하면 새봄의 데친 봄동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

봄동쌈을 먹으려다 비싸도 너무 비싼 청양고추로 포기.

봄동은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채소 중 하나이기도 하고

겉절이를 만들면 아삭한 식감 때문에 인기가 있다. 바닷가에서 자란 섬초, 포항초라 불리는 시금치처럼 달큼한 맛에 나물로도 맛있는데 비타민과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노화 방지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옛 생각에 집어 들고 데려온 봄동은 세 포기나 되어 한 포기는 친구 갖다주고, 두 포기는 데쳐서 나물로, 남은 것은 된장과 마늘을 빻아 넣어 조물딱 조물딱 무쳐 친구가 챙겨준 곰탕에 넣어 봄동 된장곰탕으로 시원하게 먹었는데 오늘은 어떤 요리를 해볼까?

봄동 된장국, 갈치무조림.

오늘 얻은 봄동으로 겉절이는 내키지 않아 된장국을 끓여야겠다고 생각을 해본다.

마침 인천의 현작가(필명 스티븐 킹)와 통화 중에

"작가님, 반찬은 뭐해서 드세요?"

이것저것 만들어 먹는 얘기를 하다가 아침에 얻은 봄동 얘기가 나왔다.

"작가님,  봄동전 해서 드셔 보세요. 얼마 전에 예식장 뷔페에서 봄동 전을 부쳐 주는데 맛있더라고요."

"봄동 전? 맞네. 배추 전처럼 밀가루 반죽 적셔서 구우면 되겠네요."

맛이 있어 우적우적 먹다 남긴 사진.

그래서 봄동 전도 해보고 된장국도 끓였다. 봄동 전 옆에 훈제육을 곁들여 비타민, 단백질을 모두 섭취했다. 막내는 내게 올 때마다 혼자 지내니 고기도 안 먹는다며 외식으로 꼭 고기를 사 먹이고 가고, 지난 설엔 한우를 가져와 구워 주며 많이 먹으라고 권하기도 했다.

마트에서 정육대신 훈제오리를 샀더니 증정용이라며  훈제한 목살을 준다. 돼지고기를 살까 둘러보다 훈제오리를 택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횡재를 한 셈이다.

냉동실에서 꺼내 해동된 표고 몇 개도 납작납작 썰어서 풍덩 던져 넣고 품격 높은 봄동 된장국을 끓였다. 설 지나고 이웃에 사는 회사 동생과 주고받은 선물 중에(마치 물물 교환처럼~) 냉동실의 갈치를 꺼내 국물김치 담고 남은 무를 두툼하게 썰어 넣고 갈치조림도 했다. 이젠 일주일 편안하게 포식할 것 같다.

약식으로 담근 국물김치.

휴무여서 오랜만에 휴식도 취하느라 삼 대 구 년 만에 낮잠도 잠깐 즐기고 마트도 다녀왔다. 휴무에만 할 수 있는 반찬 만들기로 오래간만에 열 일 한 것 같다.

겨울 내내 놀이 공원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방학과 중국의 춘절이 겹쳐 단체중국인들을 비롯해 동남아와 중동사람들, 내국인까지 인산인해였는데 오늘 각 교도 개학이 되면서 어제 처음으로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어제까지 녹초 된 몸을 잘 쉬어준 보람찬 하루였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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